본역사(한국철도)/③층 - 노선

마지막 "춘천가는 기차" - 경춘선 마지막 무궁화호 열차 탑승기

경통(경춘선통일호) 2011. 1. 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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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가는 기차 - 김현철

조금은 지쳐있었나봐 쫓기는 듯한 내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춘천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사랑이 숨쉬는곳
지금은 눈이내린 끝없는 철길위에
초라한 내모습만 이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차창가득 뽀얗게 서린 입김을 닦아내 보니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춘천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사랑이 숨쉬는곳
지금은 눈이내린 끝없는 철길위에
초라한 내모습만 이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그리운 모습

우~~우우우우~~~~

가사 출처 : Daum뮤직

 

 

가수 김현철씨의 노래 '춘천가는 기차'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경춘선은 이와 비슷한 이미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춘선은 1939년 경춘철도 주식회사가 강원도 지역의 원목을 수송할 목적으로 만든 화물철도였습니다.

하지만, 경춘선 주변의 뛰어난 풍경 덕분이었는지,

경춘선 주변은 유원지, 여행지로 개발되기 시작하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춘선을 타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춘천 등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 많았죠.

특히 대성리, 청평, 강촌 같은 곳은 대학생들의 MT 장소로도 유명해서 아직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이 곳을 찾는답니다.

또한 연인들도 강촌, 춘천 남이섬 등 경춘선을 타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죠. 가족 여행도 많았고요.

 

사실, 경춘선 기차는 정말 느렸어요.

시외버스로는 서울-춘천은 1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경춘선 열차로는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렸기 떄문이죠.

그래서 정작 춘천시민들에게는 외면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경춘선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았던 건

'춘천가는 기차' 그 자체에 어떤 특별한 게 있었던 게 아닐까요?

 

춘천가는 기차가 지난 12월 20일을 끝으로 운행을 종료했습니다.

다음 날인 21일에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청량리역을 22:03분에 출발해서 남춘천역에 23:43분에 도착하는

20일 경춘선 가장 마지막 무궁화호 열차를 탔습니다.

그럼 함께 떠나보실까요?

 

 

춘천에 놀러온 저희과 친구와 춘천에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같이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와서 헤어졌습니다.

혼자 자취방에서 뒹굴뒹굴거리다가 시간이 되어서 청량리역에 갔습니다.

이제 청량리역에서 춘천가는 무궁화호를 타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청량리역의 여러 안내 표지판에서 '경춘선', '춘천'이라는 이름은 이미 며칠전부터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대신 '새마을'이라는 이름이 들어갔죠. 중앙, 영동, 태백선 새마을호가 부활했기 떄문입니다.

 

 

그래도 운행하는 동안에는 안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타는 곳으로 가는 유리문에 임시로 '경춘선'을 인쇄해서 붙여놓았군요.

 

 

열차 출발 안내 전광판에 이렇게 남춘천행 무궁화호 열차가 떠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물론 나중에 임시로 관광열차가 생기거나 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정규열차로는 마지막 춘천가는 무궁화호 열차입니다.

 

 

자동발매기 옆 벽에도 이런 안내문이 붙어있네요.

 

 

새마을은 위에 덧붙인 티가 나네요. 원래 경춘선이 있던 자리입니다.

 

 

아직 다행히도 타는 곳으로 내려가는 쪽의 안내판은 그대로 잘 있네요.(지금은 모두 가려졌답니다.)

마지막 날이라 여러 방송사, 신문사, 잡지사에서도 취재를 위해 마지막 기차를 함께 탔습니다.

 

 

 

타는 곳 계단으로 내려가려고 보니 이미 아래쪽의 안내판들은 다 가려버렸네요.

 

 

 

행선판을 달고 다니는 기차를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승강장 폴사인의 '성북' 표시도 가려놓았네요.

 

 

열차에 탔습니다. 대학교에 온 후 남춘천행 막차도 꽤 여러번 탔었는데,

탈 때마다 항상 여유로웠거든요? 한 칸에 좌석이 반도 안 찼었는데...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막차가 매진이 되어 열차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마지막 춘천가는 기차는 정시보다 조금 늦게 청량리역을 출발했습니다.

청량리역을 출발한 열차는 이제는 경춘선 열차 때문에 소음과 연착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게 된

1호선(경원선) 회기, 외대앞, 석계역을 지났습니다.

다시는 이 역들을 기차를 타고 지나갈 수도, 이 역들에 경춘선 열차가 지날 일도 없겠네요...

 

 

원래 경춘선의 기점이었던 성북역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춘천가는 기차가 기차의 전부였던 성북역에서는 정말 기차를 볼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성북역에서 경춘선으로 분기되어 나와서 중랑천을 건넙니다. 성북-화랑대 구간은 아예 폐선이 되기 때문에

이 철교는 언젠가 철거가 되겠죠.

 

열차는 서울시내 좁은 골목길들을 통과합니다. 공릉동 근처 부동산에서는 '(경) 경춘선 폐선 (축)' 이런 현수막들까지 달아 놓던데,

오랫동안 아파트단지 한 가운데를 통과하고, 넓은 도로를 가로지르는 바람에 소음과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었던 경춘선 기차가 사라지니 반기는 분위기인 것 같았습니다.

서울시내를 빠져나와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 불리던 화랑대역을 지납니다. 그토록 아쉬워하신다던 화랑대역 역장님은 지금 어디에 계실지...

갈매역을 통과한 열차는 곧 신선으로 접어듭니다. 새 선로로 달려서 예전만큼의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 경춘선 무궁화호 열차였기 때문에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이제부터 상천역까지는 새 선로로 달립니다.

 

 

선로를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 지나치는 깔끔한 전철 플랫폼들은 불을 환하게 켜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열차 안의 많은 사람들도 경춘선에 대한 추억, 아쉬움, 그리움을 얘기하며 창밖을 보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철도 동호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손님들도 많이 계셔 경춘선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엠티도 전철로 가야 하나요?

 

 

저희 객실에 KBS 취재팀이 오셔서 한 분과 인터뷰를 하고 계십니다.

 

 

통일교 재단의 건물이라는 유스호스텔 근처에 왔습니다. 여기 쯤에서 다시 원래의 꼬불꼬불하고 덜컹거리는 경춘선 선로로 접어듭니다.

 

 

열차는 아쉽게도 벌써 가평역에 도착했네요.

가평역에서는 마지막 교행을 합니다. 원래 남춘천행 막차 시간에 가평역 교행은 없지만,

오늘이 마지막 운행이기 때문에 남춘천역에 도착한 열차가 다음날에 손님을 싣고 오지 않고,

그냥 바로 그 날 청량리역에 올라가는 거죠.

 

교행이라는 것은 단선철도에서 마주오는 열차와 역에서 비켜가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둘이 딱 맞춰서 도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항상 먼저 온 열차가 마주오는 열차를 기다리곤 했죠.

바쁠 때는 짜증이 났지만, 맞은 편 승강장에 있는 열차 안에 탄 사람들과 물끄러미 쳐다보던 것도 참 재미있었는데...

마지막 교행은 불 꺼진 빈 열차와 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남춘천-상천은 단선 구간이라 가평역에서 항상 교행을 했었습니다.

 

 

어느덧 열차는 경강철교를 건넙니다.

이 철교를 건너면 경기도를 벗어나 강원도 땅에 접어듭니다.

아래 흐르는 강은 북한강이고요.

여기부터가 경춘선 기차 여행의 백미랍니다.

 

열차는 영화 '편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경강역도 지납니다.

경강역은 복선전철로 바뀌면서 유일하게 이름 자체가 바뀌어버린 역입니다. '굴봉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경강'이라는 이름이 별 뜻은 없어도 훨씬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경강역을 지난 열차는 계속 북한강변을 따라 달립니다. 밤이라서 잘 안 보이기는 했지만,

건너편 경춘국도의 가로등이 강물에 비쳐서 어렴풋이 강물이 넘실 거리는 것이 보이기는 했어요.

 

 

열차는 낙서천국 강촌역에 도착했습니다.

새 강촌 전철역은 너무 산속으로 들어가서 강촌(江村)역이라고 부르기도 좀 그렇더라고요...

 

 

오래된 기찻길의 덜컹거림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워서

이렇게 동영상으로 찍어 소리를 남겼답니다^^

 

 

열차는 계속 강을 따라 달렸고, 잠시 후에는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 김유정역을 지나, 남춘천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안내방송을 하시는 차장님께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70년을 달린 경춘선 열차의 마지막 역인 남춘천역에 도착하고 있습니다.'하며 방송을 하시더라고요.

위의 동영상을 보시면 안내방송을 들으실 수 있답니다.

어쨌든 열차는 남춘천역으로 들어섰습니다.

 

 

날 춘천은 안개가 정말 심했습니다.

낮에 춘천에 놀러왔던 친구도 안개 때문에 그렇게 호숫가를 거닐었는데도 바로 옆에 호수가 있는지도 알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나마 사진 속 모습은 낮에 비해서는 안개가 상당히 약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내리자마자 마지막 춘천가는 기차와 남춘천 기차역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저도 사진을 찍다 보니 이상하게도 열차 행선판이 모두 사라져버렸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지나치게 철도를 사랑한 사람들(?)이 수집을 하겠다고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마음대로 행선판을 가져가 버린 것입니다.

한국철도공사에서는 엄연한 절도 행위라고 했고, 이 얘기는 뉴스에까지 나왔지만, 별 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희집과 가까워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참 많이 이용했던 역인데, 10년 가까이 이용했던 역하고 이렇게 이별을 하자니 마음이 참 싱숭생숭했어요.

 

 

방송사들에서도 막차가 도착한 남춘천역의 모습을 담고,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승강장은 정말 시끌벅적하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바로 옆으로는 내일 개통될 복선전철 고가선로가 서 있군요...

 

 

남춘천역이 임시 종착역 역할을 하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내일부터는 임시로 영업이 중지되었던 춘천역이 새롭게 전철역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죠.

 

 

 

 

이렇게 타는 곳에서 바라보는 옛 남춘천역사도 오늘이 마지막이군요...

 

 

이용객 분이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이 경축할만한 일은 정말 맞는데, 왜 이렇게 아쉬운 걸까요...

 

 

이제 다시는 열릴 일이 없는 나오는 곳

 

 

 

아마 경춘선 영업 개시 후 출발열차가 이미 끊긴 시간에 남춘천역사 안이 이렇게 붐비는 건 처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역사 앞 슈퍼, 가게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존 남춘천역 앞이 사실 남춘천역말고는 별 게 없어서...

 

 

사람들은 승차권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고, 춘천역과 남춘천역 방문 기념 스탬프를 승차권에 찍어가기도 했습니다.

 

 

 

사람들도 아쉬워서 역 안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다시는 들어와볼 수 없을 것 같은 남춘천역 내부 모습들을 찍어봅니다.

 

 

남춘천역 안에도 경춘선 복선전철에 대한 안내문이 많네요.

 

 

남춘천의 마지막 날 밤은 아쉬워하며 찾아 준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시는 남춘천 기차역 앞이 이렇게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없겠죠?

 

"춘천가는 기차"는 이렇게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사실 전철이 개통되고 나서 몇 번 타보았는데,

전철 자체가 좀 낭만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고, 그보다도 수도권 전철은 65세 이상은 무임승차이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열차를 꽉꽉 채우셔서 예전의 차분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찾아보게 된 게 아쉬워요.ㅠ.ㅜ

춘천발 열차를 타면 열차 안은 오직 닭갈비 냄새와 할아버지들의 엄청 큰 목소리의 "왕년에" 이야기 뿐...

 

개인적으로는 하루에 2~3편이라도 춘천까지 무궁화호나 누리로를 운행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올해 좌석급행열차가 도입된다니 그 때까지 기다려 봐야죠...(저는 군대에 있겠지만.ㅠ.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이 2011년 첫 글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전까지의 역사 (출처 : 위키피디아) +

 

1939.07.25. '경춘철도'에 의해서 사설철도로 개통. 당시에는 현재의 제기동역 2번 출구 부근 성동역에서 출발했고, 당시 개업한 역은 성동역, 고상전역, 월곡역, 연촌역, 묵동역, 태릉역, 갈매역, 퇴계원역, 사릉역, 금곡리역, 평내역, 마석역, 대성리역, 청평역, 상천역, 상색역, 가평역, 서천역, 백양리역, 강촌역, 의암역, 신남역, 성산역, 춘천역의 24개역이었음.
1940.04.01. 성산역을 남춘천역으로 역명 변경
1944.03.31. 묵동역을 신공덕역으로 역명 변경
1946.05.17. 경춘철도주식회사 국유화로 국가에 편입
1958.01.01. 태릉역을 화랑대역으로 역명 변경
1958.07.10. 서천역을 경강역으로 역명 변경
1963.03.05. 연촌역을 성북역으로 역명 변경
1971.10.05. 성동-성북 구간 폐선
1974.08.15. 갈매역 폐역
1974.12.05. 의암역 폐역
1978.08.08. 상색역 폐역
1993.07.01. 금곡리역을 금곡역으로 역명 변경
2004.12.01. 신남역을 김유정역으로 역명 변경
2005.10.01. 수도권전철 공사 관계로 춘천역 영업 중지, 열차 운행은 남춘천역까지로 단축
2006.08.31. 평내호평-마석 구간 신선 이설
2006.08.31. 평내역을 평내호평역으로 역명 변경
2009.01.20. 마석-대성리 구간 신선 이설
2009.09.01. 대성리-청평-상천 구간 신선 이설
2009.09.25. 퇴계원 주변 구간 신선 이설
2010.07.22. 퇴계원-사릉 구간 신선 이설
2010.08.06. 사릉-평내호평 구간 신선 이설
2010.10.21. 퇴계원-상천 복선화구간 개통
2010.12.20. 경춘선 무궁화호 운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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