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겨울 - 호남선 가수원역 (2013.5.10)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5월이 된 지 벌써 열흘이 넘게 지났는데요, 이제 날씨도 많이 따뜻해졌죠? 낮에는 좀 덥네요^^
2013년 5월의 "역(驛)"은 "호남선 가수원역"입니다.
사실 4월의 역은 가락시장역이었는데요, 제 개인적인 일에다 중간고사까지 겹쳐서 3월 중순~4월 내내 바빴던 관계로 결국 소개를 못 해드렸네요.ㅠ.ㅜ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소개를 해 드리도록 할게요^^
어쨌든 이번 달은 호남선 가수원역이고요^^ 가수원역과 함께 가까운 대전조차장역, 서대전역, 흑석리역, 계룡역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수원역은 대전광역시 서구 가수원동에 위치하고 있는 무배치 간이역입니다.
'무배치 간이역'이라는 것은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은 간이역을 말해요.
여기서 '역무원'은 한국철도공사의 정식 역무원을 말하는 것이고요,
무배치 간이역 중에는 아예 직원이 없는 경우와 매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후자의 경우에 그런 직원은 보통 코레일유통 같이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나 기타 외부 업체 직원이에요.
그래서 직원은 있지만 한국철도공사의 역무원은 없기 때문에 역원 무배치 간이역이 되는 것이죠.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간이역이지만 역무원이 있는 '(역원) 배치 간이역'이랍니다.
가수원역도 사실 1912년 개업 당시에는 배치간이역으로 시작했고요, 그 후 보통역으로 승격됐다가, 2011년에 무배치간이역으로 격하된 것입니다.
한편, 가수원역은 현재 여객도 취급하지 않고 있답니다.
1983년에 여객 취급을 중지했다가 2000년에 여객 취급을 재개했었는데요, 2011년 8월에 다시 결국은 여객 취급을 중지했어요.
여객 취급이 중지될 당시 정차하는 열차는 하루에 편도 1편이 전부였어요.
사실 가수원역 주변이 대전시내에서 꽤 외곽지역인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나름 대단위 아파트 단지도 가까이 있었고,
또 가수원네거리 건너는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것 같아서 가수원역이 만약 영업을 한다면 아예 수요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문제는 하루에 열차가 정차하는 횟수였죠. 열차가 하루에 달랑 편도 1편 정차하는데, 누가 굳이 시간 맞춰 열차를 이용했겠어요...
물론, 이용하는 사람이 적으니 열차가 하루에 1편 밖에 안 섰던 것 아니겠냐? 하는 분들도 있는데,
솔직히 가수원동에서 대전 시내로 가는 수많은 시내버스가 있는 상황에서 몇 천원씩 내고 기차를 타는 분들도 별로 없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전 우리나라 철도가 참 아쉬워요. 근거리 구간은 시내버스처럼 싼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열차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홋카이도 비에이역 포스트에서도 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우리나라 열차는 무작정 길잖아요. 손님이 많든 적든 거리가 길든 짧든.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 원맨 동차가 운행되듯이 한 칸짜리 열차로 저렴한 요금 받으면서 짧은 거리 왔다갔다 하면 좋을만한 구간들이 참 많거든요.
사실 가수원동에서 서대전역 근처까지만 하더라도 시내버스보다 호남선 철도를 이용해 가는 시간이 더 짧아요.
예를 들어 계룡-흑석리-가수원-서대전-... 이쪽 라인이라도 저렴한 요금으로 승객을 실어날랐다면 시내버스보다 더 빠르고 편한 교통수단이 하나 있는 셈이 되는데...
우리나라 철도는 너무 장거리 수송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큰 역들 사이사이에 낀 작은 간이역들이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는 것이겠죠.
정말 안타까워요... 조금만 생각을 바꿔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너무 허황된 이야기를 늘어 놓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은 대전광역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충청권 광역철도' 계획에 가수원역이 포함되어 있어요.
호남선-경부선 대전시내 구간을 비롯해 근처 충청도 구간을 수도권 광역전철처럼 활용하는 계획이죠.
실현될 경우 대전 시내에서는 대전도시철도 3호선의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고 하고요.
이 계획이 정말 실현될 지는 모르겠지만, 대전광역시가 한국철도공사보다 철도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드네요.
중장거리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근거리 활용에 대해 생각해보면 충분히 간이역들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말이에요.
어쨌든 호남선 가수원역은 열차가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대전 시내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수원역을 찾아갔답니다.^^
원래 가수원역 바로 앞까지 가는 버스 노선도 있는데요, 그 노선들은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서 가수원육교라는 곳에 내려서 걸어갔어요.
가수원역으로 가는 길은 인근 주거지역의 거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어요.
아마 호남선 철도로 인해 도시가 단절된 것 같았어요. 더군다나 가수원역 쪽에는 가수원역 말고는 별 것이 없어서 그런지
이쪽 길은 뭔가 상당히 쓸쓸한 분위기였어요. 차도 별로 안 다니고 사람도 거의 없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안 보이고... 뭔가 사람이 모두 사라져버린 도시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 길 한 쪽 구석에 가수원역이 숨어 있었습니다.
가수원역은 현재로써는 폐역은 아니에요. 엄연히 아직 존재하는 역이랍니다.
하지만, 들어가볼 수가 없어요. 여객취급은 2011년에 중단됐지만, 화물 취급은 그보다 더 먼저 2010년에 중지되었거든요.
화물 취급 중지 후 하루 한 편 정차하는 열차로 근근히 버텨나가다가 결국은 여객 취급이 중지되면서 역무원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철수 되었고,
주인 없는 역의 시설물 보호 및 안좋은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역을 빙 둘러 울타리가 쳐졌답니다.
사실, 가수원역에는 GS칼텍스 대전 저유소가 있다고 해요. 그래서 충청도 지역 일대에 공급되는 기름이 가수원역에서부터 철도로 이송되었기 때문에,
화물 취급량이 꽤 많은 역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 후 송유관이 건설되어 2010년 12월 말부터는 기름이 송유관을 통해 이송이 되었고,
그 때 화물취급이 중지되면서, 역의 기능이 현저히 축소되었던 것이죠. 그 후 여객 취급까지 중지가 된 것이고요.
그래도 철조망 사이로 렌즈를 밀어넣어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하루에 몇 명은 왔다갔다 하고 안에 역무원 분도 계셨겠죠?
'가수원(佳水院)'이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 말씀드리면요,
'원(院)'은 옛날에 공무원들이 출장 중 묵는 공공 여관 같은 곳을 말하는 것인데요,
이 지역에 그러한 '원'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해요. 근데 이 지역에 흐르는 냇물이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 '원(院)' 앞에 '아름다운 물'이라는 뜻으로 '가수(佳水)'가 붙은 것이죠^^
어쨌든 이렇게만 봐서는 가수원역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육교 위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있는 동네와 옆의 좀 상대적으로 낡아 보이는 동네를 이어주는 육교였어요.
가수원역 승강장의 모습인데요, 폴사인 같은 것은 그대로 잘 서 있지만, 플랫폼은 벌써 많이 파괴가 되어 흙바닥이 되었네요.
사실 육교가 있는 곳 바로 아래가 하루에 수십 편의 열차가 지나다니고 25000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는 호남선 철도였기 때문에 이렇게 철조망이 쳐져 있었어요.
플랫폼 쪽에서 바라본 가수원역사...
여기는 육교 반대편 동네입니다.
정작 역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역전슈퍼가 인상적이네요^^ 간판도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고요...
이번에는 역과 마주보고 있는 동네...
가수원역 승강장은 상행, 하행 양쪽 다 있었는데요, 아마 여객취급 중지 직전까지는 한쪽 플랫폼만 사용했겠죠?
그나저나 역사에서 상행선쪽 플랫폼까지는 건널목이 있는데, 거기서 하행선쪽 플랫폼은 건널목이 없네요...
이건 여객 취급 중지하고 나서 없앤 걸까요?
위 사진에서 하앟고 반짝반짝 은색으로 빛나는 철도가 지나가는 곳이 현재 열차가 통과하는 호남선 본선입니다.
이 날 날씨가 좀 흐리기는 했찌만, 분명히 봄이었고 날씨도 나름 따뜻한 편이었는데,
저는 가수원역에 있는 동안, 그리고 지금 가수원역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도 왠지 모를 쌀쌀함을 느껴요.
역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눈 앞에 보이는 풍경들이 뭔가 쓸쓸하게 느껴졌는데, 그 쓸쓸함이 쌀쌀함으로 바뀐 것일지도 몰라요.
회색과 갈색의 선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넓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가수원역에 있는 동안 꼭 겨울 풍경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파릇파릇하고 알록달록한 봄의 느낌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한 때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닿았을 이 넓은 공간이 이렇게 버려져 있는 모습을 보니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느껴졌어요.
가수원역을 무심하게 통과하는 목포행 KTX-산천 열차...
맞은편 상행선으로도 컨테이너 화물 열차가 통과하고 있네요.
열차가 그렇게 무심히 스쳐지나가고 역은 다시 적막감에 휩싸였습니다.
만약 대전광역시가 계획하고 있는 충청권 광역철도 계획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가수원역은 어떻게 될까요?
이미 승강장도 다 부쉈고, 화물 취급, 여객 취급이 모두 중단된 상태인데다가 신호장의 역할도 아니고 아무런 역할이 없으니,
결국 이렇게 애매한 상태로 남아 있다가 몇 년 뒤에 공식적으로 폐역이 될 것 같네요.
꼭 충청권 광역철도 계획이 실현됐으면 좋겠네요. 지역 교통 편의 면에서도 그렇고요, 아깝게 사라져가는 중간중간 간이역들을 잘 활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뭔가 쓸쓸해서 쌀쌀했던 2013년 5월의 "역(驛)", 호남선 가수원역 포스트를 마치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가수원역 관할 +
- 한국철도공사(KORAIL) 대전충남본부 서대전관리역
+ 가수원역 주소 +
- 대전광역시 서구 벌곡로 1324 (가수원동 547-1)
+ 가수원역 연혁 +
- 1912.02.20 : 배치간이역으로 영업개시
- 1937.02.16 : 보통역으로 승격
- 1969.07.17 : 호남정유(현 GS칼텍스) 전용선 부설
- 1976.09.20 : 역사 신축
- 1977.03.08 : 호남선 복선공사 준공에 따라 역사 이전
- 1983.02.01 : 여객 취급 중지
- 2000.04.17 : 여객 취급 재개
- 2010.12.30 : 화물 취급 중지
- 2011.08.01 : 여객 취급 중지와 동시에 무배치간이역으로 격하
+ 가수원역과 같은 노선의 근처 역 +
- 호남선 : (기점)[대전조차장]---[서대전]---[[가수원]]---[흑석리]---[계룡]---→ 목포 방면
* 호남선 대전조차장역, 서대전역, 흑석리역, 계룡역은 가수원역에서 철도를 이용해 가실 수 없습니다.
으악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제가 2년 전 '훈련소+(말할수없는비밀)'을 끝내고 자대에 들어갔던 날이네요.ㅋㅋㅋ
2013. 5. 11. 경춘선통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