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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식 미사 날 광화문 풍경 (2014.8.16)

경통(경춘선통일호) 2014. 8. 21. 02:31


Hi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요즘 날씨가 갑자기 아침저녁으로 많이 추워졌죠? 이번 여름은 날씨가 참 이상했던 것 같아요. 장마 때는 비가 제대로 안 오고 뜬금없이 확 덥다가 추워졌네요. 장마 때 안 온 비가 지금 오는지 비도 계속 내리고요... 저도 그래서 이렇게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지난주부터 감기에 걸려서 고생이랍니다.ㅠ.ㅜ 여름 감기라 그런지 약을 먹어도 잘 안 낫네요...


 제가 이렇게 감기에 걸려서 골골대는 동안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주 목요일 8월 14일부터 8월 1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천주교(로마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었습니다. 교황님의 방한 기간동안 교황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또 천주교 신자든 아니든, 교황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거의 모든 한국인들의 관심이 쏠려 있었는데요, 여러모로 병들어 있고 아파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여러가지 의미로 큰 울림을 주고 가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큰 울림을 준만큼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교황님의 방한을 매우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죠. 대표적으로 교황님은 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 유족들의 손을 잡아 주시고 이야기를 들어 주시고, 또 이제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상징하게 된 노란 리본을 방한 기간 내내 왼쪽 가슴에 달고 다니셨는데요, 처음 세월호 유족으로부터 이 리본을 받아 왼쪽 가슴에 달았을 때 얼마 안 있어서 (교황님 표현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 교황님에게 찾아와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노란 리본)을 떼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교황님은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라고 답하셨다고 합니다.


 그 '어떤 사람'의 말에 따르면 노란 리본을 다는 행위가 중립을 지키지 않는 행위라는 것인데, 어떻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일이 정치적 중립을 따지는 일이 되는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일을 단지 정치적 유불리로만 보고 접근하는 태도요. 인간으로써의 최소한의 공감능력은 가지고 있는지 의심이 됩니다. 심지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고 단식을 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세월호 유족들을 '정부를 뒤집으려는 반정부 세력'으로 낙인 찍어 유족들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잖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변했는지 소름이 끼치면서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 날 광화문 시복미사에서도 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도중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던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을 보고 차에서 내려 직접 손을 맞잡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항상 낮은 곳을 보고 낮은 자세로 약한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높은 자리에 앉아 정면만 쳐다보고 자기 눈높이보다 아래는 신경도 안 쓰는 위정자들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죠.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힘듦을 함께 느끼고 어루만져주기보다는 그런 것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챙기는 데만 눈이 먼 사람들이요.


 그럼 어쨌든 지금부터는 원래 하려던 이야기였던 광화문 시복미사 날 광화문과 종로 일대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시복식 미사 참석 신청을 안해서(ㅠ.ㅜ) 그냥 혹시나 교황님 얼굴을 뵐 수 있을까, 또 그 엄청난 인원이 모이는 미사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16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서울 종각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날 시복식은 광화문에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에 이르는 엄청난 공간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교통 통제 규모도 엄청났는데요, 지하철의 경우 1, 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 5호선 광화문역이 통제되었었습니다. 모두 광화문 광장-태평로-시청 라인에 있는 지하철역들이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종로1가에 위치한 1호선 종각역에 내려서 광화문 방면으로 열심히 걸어갔답니다.



 종로도 종각역이 위치한 종로1가에서부터 쭉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바로 앞부터는 입장권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접근이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헉! 이렇게 광화문 광장에서 떨어진 곳부터 통제를 하면 광화문 광장을 아예 들여다볼 수도 없는건가?' 싶었지만, 일단은 교보문고 옆쪽 골목으로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세종로)쪽으로 이어지는 골목길들이 건물 사이사이로 많이 있으니까요. 저 말고 미리 신청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 모두 같은 생각인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골목길로 향했습니다.




 중간중간에 기념품 판매점과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가 담긴 페트병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부스가 보이더라고요.



 조금 걸어가니 교보빌딩과 올레스퀘어 사이 광화문 광장 쪽으로 연결된 골목길이 보였지만 역시나 그곳도 아예 골목길 입구부터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골목으로 가 보았더니,



 그 다음 골목인 올레스퀘어와 주한미국대사관 사이 골목도 마찬가지 상태였습니다. 광화문 광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일단 입장권이 있어야 했고, 입장권이 있는 사람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항 검색대에서처럼 몸수색, 짐 검사를 다 하더라고요. 그러니 입장권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밖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 밖에... 그래도 직접 보이지는 않아도 그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여기 올레스퀘어와 주한미국대사관 사이 골목길에서는 전광판이 어느 정도 보였거든요. 전광판이라도 보고 싶어서 여기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습니다.ㅋㅋ




 자 드디어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미사 중 잠시 묵상 중이신 교황님...'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어떤 남자분께서 "교황은 적그리스도 악마다! 사탄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며 광화문 광장 쪽으로 내달리시더라고요. 물론 바로 경찰에 붙잡히긴 했는데 계속 한 쪽에 서서 "오직 하나님, 예수님만을 믿어야지! 교황을 숭배하고 마리아를 믿고! 교황은 사탄!" 계속 이런 소리를 지르고 계시더라고요. (천주교는 교황을 숭배하지 않고 마리아도 믿지 않아요.ㅠ.ㅜ 마리아는 공경하는 것뿐이죠. 천주교에 대해 이상한 오해가 많이 퍼져 있는 것 같아서요...)


 조금 신경은 쓰였지만 몇몇 흥분하신 할아버지들이 뭐라뭐라 하신 것 빼고는 사람들 다 그냥 크게 신경 안 쓰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뒷쪽의 종로소방서쪽에서도 비슷한 말씀이 들리더라고요. 이번엔 "저는 목사예요!"라고 말하신 여자분께서 앞에서 언급한 남자분이 했던 대사를 거의 비슷하게 읊고 계셨어요. 그 남자분은 힘을(?) 얻었는지 그 목사(?)님 쪽으로 가서 두 분이 합세해서 열심히 계속 '교황은 사탄! 천주교는 마리아를 믿는 종교! 하나님, 예수님만이 진리요 구원이요!'를 외치고 계시더라고요...



 바로 아래 동영상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일부 천주교 신자 할아버지들은 흥분하신 나머지 "네가 무슨 목사야! 다른 목사들 욕 먹이지 말고 그런 건 너네 교회에 가서 해!"라고 소리를 지르시기도 했고, 급기야 신체적 접촉까지 일어났습니다. 경찰분들이 재빨리 가셔서 일단 싸움이 붙은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은 다음, 계속 '교황은 사탄'을 외치고 계시던 분들께 공공장소이고 큰 행사 중이니 조용히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 분들은 경찰에게까지 "믿어, 안 믿어!? 안 믿으면 죄받아! 천국 가야지!"라고 하시며 경찰들과 보고 있던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그 분들이 경찰에 의해 제지되면서 상황은 슬그머니 종료가 되었지만, 뭔가 보면서 많이 불편하더라고요. 같은 신을 믿고 있고 또 굉장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기독교'라는 한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교파만 다를 뿐인데 저런 식으로까지 나올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의 친한 개신교인들을 보면 천주교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고, 이번 교황 방문을 좋게 보는 시각이 많았거든요. 혹여나 종교적으로는 조금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인간적으로는 교황님을 환영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일부 원리주의 성향을 띠는 개신교파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교파들은 평소에도 천주교에 대해 왜곡된 사실을 예배 때나 평소에 신자들에게 많이 주입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그러지 말고 친하게 지내요~!!!^0^



 근데 한참 서 있다보니 혹시 더 앞쪽으로 가보면 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봤습니다.



 하지만 역시나.ㅠ.ㅜ



 그렇게 계속 올라와서 동십자각 앞까지 왔는데요, 오! 동십자각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네요~



 아... 그냥 전광판이 아주 잘 보이는 자리였습니다.ㅋㅋㅋ



 

 오! 그런데 이상하게 광화문에서 동쪽, 그러니까 제가 서 있는 동십자각 쪽으로 저렇게 안전선 중간을 열어놓았더라고요.



 더군다나 동쪽으로 쭉 계속 차가 지나다닐 수 있을만한 길을 만들어놓았고, 사람들이 그 길 위에는 머무르지 못하도록 경찰이 계속 제지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혹시나 미사가 끝난 뒤 교황님이 이쪽으로 차를 타고 지나가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 말고도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 건지 나중에 미사가 끝날 때 쯤엔 윗 사진에 보이는 안전펜스 옆으로 사람들이 꽤 많이 서 있었습니다.



 사실 동십자각 쪽에서는 무대가 살짝 보이기는 했어요. 하지만 교황님이 보이는 위치는 아니었답니다. 윗사진 속 빨간 옷을 입은 분은 교황님이 아니에요. 각도 상 교황님이 보일 수가 없었거든요.


 어느덧 미사가 끝났습니다. 저는 혹시나 이쪽 동십자각쪽으로 오시지 않을까 했는데 갑자기 안전펜스를 다 열더라고요... 그냥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파악이 안 되게 하려던 속임수였나봐요.ㅠ.ㅜ



 그래서 사람들은 안전펜스가 열리자마자 다들 광화문 앞으로 열심히 뛰어갔습니다.



 여러 사제분들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계셨는데요, 안타깝게도 교황님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몇몇 외국인 사제분들이 올 때마다 어린 아이들이 잘 모르고 '어! 교황님이다!'하고 외쳐대는 통에 사람들이 계속 '어디! 어디!'하고 밀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무대 바로 옆 전광판에는 오늘 시복식을 통해 복자가 된 124명의 이름과 세례명, 초상화가 한 명씩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날 광화문 시복식은 교황의 방한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 천주교에는요. '복자'는 '성인'의 바로 전 단계인데요, '성인'과 거의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성인'의 경우 전 세계 천주교인들에게 공경을 받게 되지만, '복자'는 특정 지역의 천주교인들에게만 공경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124분이 '복자'가 되신 것이죠. 이 날 복자가 된 124명 중에는 12살 어린 소녀도 있던데, 그 어린 나이에 참수형을 당하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정진석 추기경의 모습도 보입니다.




 사람들은 끝까지 혹시나 하고 기다렸는데 결국 교황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사제들을 태우고 떠나가는 행렬...



 외국인 사제분들도 조금 늦게 나오셨습니다.



 미사가 끝난 뒤에야 모든 문이 개방되고 광화문 광장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었는데요, 124위의 복자들이 함께 그려져 있는 그림도 있습니다.



 이 날 제단에 설치된 성모상은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날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 광장에 이르는 거리에는 주최측 추산 100만 명, 경찰 추산 9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뉴스를 보니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도 불구하고 길거리에 쓰레기도 거의 없었고, 미사가 끝난 뒤 광화문 광장을 나갈 때도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질서를 지켜 잘 움직여 예정 시간보다도 훨씬 빨리 정리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광화문 광장에서도 이러고 계신 분들이.ㅠ.ㅜ


 사실 이날 인근 청계광장에서는 보수 개신교 단체들의 교황 반대 집회가 열렸었거든요. 그 때 참여하셨던 분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믿으면 무조건 천국에 가고 믿지 않으면 무조건 지옥에 떨어진다니... 너무 극단적이에요. 저는 하느님이 그렇게 무자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쁜짓만 하고 살아도 믿기만 하면 모두 천국에 갈 수 있는 건가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한 천주교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고요. 지나치게 종교적인 얘기를 많이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이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겠습니다. 다만, 교황님이 '신앙이 없으면 양심에 따르면 된다.'라고 하셨는데, 이는 천주교의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는 개념으로부터 나온 말이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더 궁금하신 분은 따로 찾아보세요^^




ㅋㅋㅋ 그나저나 종로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ㅎㅎㅎ 이 정도 큰 규모의 행사가 열리지 않는 이상 이런 모습은 보기 힘들겠죠?


 조금 민감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Bye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4. 8. 21. 경춘선통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