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의 대명사 - 경춘선 대성리역 (2015.1.17)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뵈죠!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벌써 설날 저녁이네요! 오랜만에 역(驛) 카테고리에 글을 쓰겠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역은 제가 가장 자주 타는 노선인 경춘선 한가운데에 위치한 대성리역입니다.
사실 대성리역에 따로 볼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분당 서현역에 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중간에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내렸답니다.ㅋㅋㅋ 경춘선은 배차간격이 거의 30분에 한대 꼴이라서 한 번 내리면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엄청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도저히 참고 갈 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내린 김에 그래서 대성리역을 한 번 쭉 둘러 보았습니다.
제가 대성리역을 이 전에 마지막으로 와 봤던 것은 거의 정확히 6년 전, 수능은 끝났고 아직 고등학교 졸업은 하지 않았던, 제 고등학교 시절 마지막 겨울방학이었던 2009년 1월 19일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대성리역이었습니다.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경춘선이 수도권 전철 노선으로 바뀌어 개통된 것이 2010년 12월 21일이었으니까요, 그때는 정말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경기도 어느 시골 간이역의 모습이었어요. 바로 아래 사진 속 모습처럼요.
위 사진의 옛 대성리역사는 일제강점기였던 1939년 경춘선 개통 당시의 역사가 거의 그대로 보존된 모습이었는데요, 지금은 이 역사(驛舍)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새로운 역사가 들어서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요~
일단 흰색(혹은 회색)+푸른색 유리를 사용하는 요즘 새로 짓는 코레일 운영 역사의 기본적 틀은 받아들이면서도 나름 특이한 포물선형의 역사가 새로 지어졌답니다. 이 역사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역사적 건축물로 남겠지만, 그래도 왜 70년이 넘은 오래되고 정겨운 역사를 굳이 부수어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대성리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선로를 개량하는 등의 사업을 통해 오래된 역사들이 많이 소리소문없이 참 많이도 사라졌죠... 그나마 2000년대 후반부터는 정부에서 조선 말기, 대한제국 시절,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적, 등록문화재 등으로 지정을 해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아직 이런 것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함백선 함백역의 경우도 철도시설공단에서 무작정 철거했다가, 그 간이역에 많은 추억을 가진 주민들이 결국 모금까지해서 역사를 똑같은 모양으로 복원해 놓는 해프닝까지 있었잖아요. 경춘선에서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다행히 철거를 면한 서울시내의 거의 마지막 간이역이었던 화랑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역사가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과 함께 철거되었답니다. 정말 정겹고 예뻤던 옛 춘천역을 비롯해서요... 지금 경춘선의 모든 역은 하얀색+푸른 통유리로 다 똑같은 컨셉이에요. 경춘선뿐만 아니라 전국의 새로 지어지는 모든 역사가 다 똑같더라고요. 물론 회사에서 지정한 디자인이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옛것을 없애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그렇게 2010년 말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과 함께 경춘선에는 수도권전철이 운행되기 시작했고요, 2012년 2월부터는 ITX-청춘이라는 이름의 도시간 급행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했는데요, 대성리역의 경우 과거 무궁화호가 다니던 시절에는 필수정차역 중 한 곳이었던 것과는 달리 복선전철 개통이 되면서 그 위상이 많이 낮아진 것 같아요. ITX-청춘은 출퇴근 시간에는 30분에 한 대 정도, 평시에는 1시간에 한 대 정도 쉴새없이 왔다갔다 하는데 단 한 편성도 대성리역에는 정차를 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그렇게 2010년 이후 많은 변화를 겪은 대성리역이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바로 수많은 수도권 대학생들이 MT를 오는 곳이라는 거죠. 다만, 과거에는 먹을 것과 술을 가득 가지고 기차를 타고 의자를 돌려 삼삼오오 게임을 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하면서 대성리로 향했다면, 요즘은 갖고 타는 짐은 똑같아도 전철에 각자 손잡이를 잡든가 앉든가 하고 흩어져 온다는 거죠. 하지만 무궁화호 열차보다 전철이 훨씬 싸기 때문에(심지어 대중교통 환승할인도 되잖아요.ㅎㅎㅎ) 대학생들의 금전적 부담은 정말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사람들이 경춘선 하면 MT, 낭만, 여행 이런 걸 많이 떠올리는데, 춘천에 살면서 경춘선을 자주 이용하는 저는 그런 사람들이 사실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아요... 어릴 때부터 대학교 2학년 때까지도 무궁화호, 통일호 기차를 타고 청량리-춘천을 왔다갔다 했는데, 특히 대학교 1, 2학년 때 금요일 저녁에 집에 갈 때면 서울시내 모든 학교 사람들이 다 그 기차에 모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는 일주일을 낑낑대며 보내고 집에 가며 좀 쉬려고 하는데, 기차 안에는 벌써 술게임을 하고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며 시끄럽게 구는 사람들로 가득했거든요. 그나마 대성리에서 많이 내리면 춘천까지 쭉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 가평이나 강촌까지 쭉 가는 사람들도 지금보다는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강촌까지 가는 사람들이 많은 날이면 강촌에서 두 정거장만 가면 저희집이 있는 남춘천역이기 때문에 잠도 못자고 몸을 비비 꼬면서 왔던 기억이 있어요.ㅎㅎㅎ 지금도 금요일이나 주말에 엠티를 갔다오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랍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차처럼 삼삼오오 모여 앉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그런지 요즘 경춘선 전철 타고 MT가는 대학생들은 그냥 다 등하교 시간 전철 모습처럼 의자에 앉아서 다들 자거나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더라고요.
근데 대학생들은 이렇게 나름 괜찮아 졌는데... 경춘선 주변으로 북한강 자전거길이 생기면서 주말 오후 서울로 향하는 전철에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쫙 달라붙는 옷을 입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자전거를 무더기로 가지고 타시는데, 사실 경춘선은 자전거 휴대가 가능한 노선이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할 말은 없어도 솔직히 너무 정신이 없어요. 정신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일단 땀냄새가 장난이 아니에요. (이건 등산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 근데 땀냄새만으로 끝나면 또 모르겠는데 꼭 그런 분들은 전철 바닥에 주저 앉아서 왁자지껄 비속어가 마구 섞인 엄청 시끄러운 대화를 하면서 꼭 오징어 등 냄새 나는 안주와 캔맥주를 드세요.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노래부르고 이리저리 으하하!!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맥주를 바닥에 쏟아 난장판을 만드는 분들도 봤고요... 어떻게 상식적으로 전철 안에서 술판을 벌일 생각을 하시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경춘선에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질서지킴이라는 분들이 따로 다니시는데, 그분들은 대부분 할아버지이셔서 혈기왕성한(?) 중년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상대하시기에는 아무래도 좀 벅차하시는 게 눈에 보여요... 제발 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네요...ㅠ.ㅜ 저도 춘천에서 서울에 전철을 타고 갈 때 중간에 어느 역에 섰는데 창밖에 형형색색의 사이클복(?)을 입으신 아줌마 아저씨들 무리가 보이면 짜증이 나서 얼른 다른 칸으로 대피한답니다... 저번에 최악이었을 때는 마지막 칸에 자전거가 거의 40대 정도 한꺼번에 들어왔을 때였어요.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답니다.
어쨌든 대성리역 주변 역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북한강 자전거길이 지나기 때문에 대성리역 앞에는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겨울에는 운영을 안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 날도 몇 팀이 MT를 와서 대성리역에서 픽업하러 오실 펜션 주인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재미있게 잘 놀다 가셨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역사 한켠에는 수유방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수유방 같은 것들이 공공시설에 잘 되어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위의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대성리역은 북한강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승강장에서 바라본 풍경이 꽤나 멋지답니다.^^
그 풍경을 보러 올라왔는데, ITX-청춘 한 대가 춘천 방면으로 빠르게 통과하더라고요. ITX-청춘은 준고속열차라서 시속 180km가 최고시속인데요, 특히 대성리-청평 인근은 가장 속도를 빠르게 내는 구간 중 한 곳이랍니다. ITX-청춘은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2층 객실이 도입된 열차이기도 하죠. 사진에서도 보실 수 있지만 중간의 4, 5호차가 2층 객실이 있는 칸이랍니다.^^
이제 옆을 보시면 이렇게 승강장에서 바로 옆 북한강이 이렇게 내려다 보이죠!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되지만 정말 상쾌했답니다.(사실 너무 춥기는 했어요.)
대성리역의 '대성리'는 한자로 '大成里'입니다. '큰 대', '이룰 성', '마을 리' 자를 써서 '크게 이루는 마을' 정도로 해석이 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사실 원래는 이 뜻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대성리 근처가 북한강이 거의 일자로 쭉 흐르면서 그 양쪽으로 높은 산들이 쭉 이어서 있는 모습인데, 이 모습에서 서울성곽이나 남한산성 같은 '성(城)'을 떠올려서 '큰 성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大城里'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었죠. 근데 그 이후에 대성리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는 점점 잊혀졌고, 와전(?)되어 지금의 한자 표기가 된 것이죠. 그런데 와전(?)됐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뜻도 매우 좋은 것 같아요. 크게 이룬다! 마침 오늘이 음력으로 새해 첫 날인 설날인데, 올 한 해 모두 원하는 바를 크게 이루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너무 억지인가요?ㅋㅋ)
드디어 제가 타고 올 상봉행 전철이 들어옵니다.
그럼 엄청 추웠던 2015년 1월에 다녀온 대성리역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날은 거의 끝나가지만 이번에는 연휴 뒤로 바로 토, 일요일이 이어지네요! 남은 연휴도 즐겁게 보내시고 행복한 청양(靑羊)의 해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대성리역 관할 +
- 한국철도공사 수도권동부본부 가평관리역
+ 대성리역 주소 +
-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경춘로 88
+ 대성리역 연혁 +
- 1939.07.25.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2004.07.01. 화물 취급 중지
- 2010.09.01. 현 역사 준공
- 2010.12.21. 수도권 전철 경춘선 개통과 함께 전철역이 됨
+ 대성리역과 같은 노선들의 근처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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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춘선 천마산역, 마석역, 청평역, 상천역은 수도권전철 경춘선 전동열차를 이용하여 가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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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9. 경춘선통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