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요르단의 크리스마스 (2013년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모두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무엇을 하며 보내시나요?
해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다들 종교에 상관없이 연말연시 분위기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느낌을 즐기는 분위기이죠? 서울 광장 등 많은 도시들의 도심 지역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요 장소에는 어김없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고, 또 상점가, 대학교 등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전구 등 다양한 장식들을 해서 연말 분위기를 더 살려주죠. 카페나 길거리의 상점들도 크리스마스 관련 노래나 캐럴을 많이 틀고요. 물론 최근 몇 년 간은 길거리에서 캐럴을 많이 들어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사회, 경제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뉴스에서는 분석을 하더라고요...
그럼 다른 나라들에서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만큼 크리스마스를 즐길까요? 물론 크리스마스는 전세계적으로 종교와 상관 없이 크리스마스는 연말 분위기와 겹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날이 되었지만, 나라마다, 또 문화권마다 그 분위기는 많이 다른 편이랍니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 국가, 그리고 그리스도교가 국교인 국가들은 크리스마스를 명절이나 다름없이 매우 중요하게 지낸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타종교에 매우 배타적이라고 보통은 알려져 있는 이슬람 국가들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어떤 느낌일까요? 제가 크리스마스 기간에 모든 이슬람 국가를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애초에 이슬람 이외의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기대도 안 하고 있고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의 국가들도 외국인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마트에서 팔기는 하지만 사실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근처 걸프 아랍 국가들은 다 비슷하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혹시 아니라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이라서요.
그럼 이슬람교 최고의 선지자인 무함마드의 후손이 다스리는(? - 사실 입헌군주제) 이슬람 국가인 요르단의 크리스마스는 어떨까요? 요르단은 이슬람교 내에서는 매우 종교적으로 권위 있는 왕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상당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일단 사진을 함께 보시며 계속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래 요르단 사진들은 제가 2013년 9월~2014년 1월 요르단에 머무르고 있을 때 찍었어요)
먼저 크리스마스가 가장 먼저 찾아오는 스타벅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0월 말~11월 초만 되어도 벌써 스타벅스 매장 인테리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확 바뀌고 컵도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가 나오고 캐럴이 흘러나오잖아요? 요르단은 이렇게 빠르지는 않았던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역시나 요르단에서 크리스마스를 가장 빨리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스타벅스야 전세계 매장이 다 크리스마스 시즌 되면 이렇게 바꾸는 거니까요...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블렌드' 등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요르단은 '홀리데이'라는 말을 대신 쓰더라고요. 근데 요르단만 그런 것 같진 않은데... 우리나라가 특별히 '크리스마스'라는 직접적 표현에 거부감이 없어서 그런 건지...?
이 아래부터는 요르단의 대형 쇼핑몰인 갤러리아 몰의 크리스마스 풍경인데요, 쇼핑몰 이곳저곳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졌고, 무슬림들도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하며 크리스마스 장식물들 앞에서 즐겁게 기념사진을 찍더라고요.
크리스마스를 종교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연말에 예쁜 장식들과 즐길 수 있는 날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_^
저런 대형 쇼핑몰뿐만 아니라 학교 앞 작은 개인 카페에도 이렇게 크리스마스 트리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 놓았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카페 주인이 분명히 무슬림이었는데도 불구하고요. 이곳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는 산타 모자를 들고 다니며 파는 소년도 볼 수 있었고요, 전체적으로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정도이긴 했답니다.
그럼 걸프 아랍 국가들과는 다르게 요르단은 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데 특별한 거부감이 없는 것일까요? 물론 이슬람에서 종교적으로는 무슬림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르단은 애초에 성경의 무대 중 한 곳으로서, 지금도 여전히 전체 인구의 10% 정도는 기독교인이고요, 특히 도시 지역은 수많은 교회들, 성당들, 기독교인들을 마주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이 서로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죠. 특히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qur'a:n)에서는 유대교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같은 성서를 공유하는 '성서의 백성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니 요르단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상대 종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요르단에서는 왕가가 무함마드의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에 왕실 가족 전체와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고요, 또한 기독교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슬람 국가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또 이 기간을 전후해 이슬람과 기독교의 종교지도자들이 종교적 화합을 위한 만남을 갖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매우 유명한 사진 중 하나가 바로 이 사진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아니고요, The Jordan Times의 사진인데요, 암만 시내 압달리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지도자가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이 트리는 암만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트리이기도 하답니다. 왕실이 참여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도 바로 이 트리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요르단뿐만 아니라, 주변의 성서에 나오는 지역들(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에서도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사이는 전혀 나쁘지 않아요. 종교적으로 교리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이 지역은 분쟁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지만 그 분쟁들은 사실 모두 정치적, 역사적 분쟁인 경우가 많아요. 물론 그 정치적, 역사적 분쟁의 당사자가 유대교vs.이슬람+기독교(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수니파vs.시아파(레바논 내부 분쟁) 등 종교적 세력으로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된 것은 종교적 이유라기보다는 정치적, 역사적 이유가 크다는 것이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경우 특히나 그래요. 원래 시온주의가 태동해 전세계에서 유입된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 건국을 준비하기 이전까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하나의 지역공동체를 이루어 나름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국이 아랍인들과 유대인들에게 이중계약을 하면서 결국은 일이 이렇게나 커져버린 것이고요. 결국 근본적으로 종교적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그게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종교적 대립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고요. 요르단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적, 역사적 문제가 특별히 없다면 이렇게 평화롭게 잘 공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뭔가 말이 길어졌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종교 분쟁처럼 보이는 중동 분쟁들은 결국 사실상 종교 분쟁이 아니고, 따라서 중동에 분쟁이 많다고 특정 종교를 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이 쓴 '문명의 충돌'에서 그가 중동 분쟁의 원인으로 '이슬람교 자체의 폭력성' 등을 든 것은 정말 서구 중심적이면서도 역사적 배경을 무시한 의견이라고 생각하고요.
결론 : 요르단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얘기가 어쩌다가 이렇게 복잡하게 뻗어나갔는지 모르겠네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너무 열올린 건 아닌지..ㅠ.ㅜ
어쨌든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요! 이웃들을 한번 더 돌아보고 도와줄 수 있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erry Christmas~!
2015. 12. 24. 경춘선통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