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역사 - 일상/③층 - 요르단생활

요르단에서 먹던 것들

경통(경춘선통일호) 2016. 1. 27. 00:30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요르단 포스팅입니다. 해가 2016년으로 바뀌면서 제가 요르단에서 돌아온 것도 벌써 재작년일이 되었어요. 그리고 2년도 더 넘은 일이 되었네요. 오오 이렇게 시간이 빠를 수가! 하지만 어째 요르단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해만 가네요.ㅠ.ㅜ


 오늘은 요르단에서 지낼 때(2013년 9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제가 먹고 살던 음식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요르단 전통 음식을 소개해드리는 건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요르단에서 먹던 것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든 냉동식품이든 상관 없이요.ㅋㅋㅋ 하지만 그래도 일단 요르단 음식부터 소개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먼저 요르단의 전통 음식인 만사프(mansaf/منسف)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암만 도심(와사트 알 발라드)에 위치한 '예루살렘 식당'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서 만사프는 앞에 가장 크게 찍힌 붉은 음식은 아니고요, 올리브가 담긴 그릇 뒤에 흐릿하게 찍힌 음식이 만사프입니다. 만사프는 밥 위에 양고기 등을 얹어놓고 전통 요거트를 곁들여 먹는 요리인데요, 요르단 친구들 보니 밥이랑 고기 위에 아예 요거트를 부어 먹더라고요. 근데 이건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요리입니다. 다른 것보다도 일단 중동 전통 방식 요거트 특유의 그 시큼한 맛 자체에 익숙해지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더군다나 그 요거트를 밥과 고기에 곁들여(혹은 부어) 먹으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좀 적응이 안 됐는데 먹다보니 자꾸 끌리는 맛이더라고요^^ 중동 음식들이 사실 다 비슷비슷한데 만사프 같은 경우는 그래도 요르단 지역만의 전통 음식이라서 요르단 친구들이 이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더라고요. 제 랭귀지 파트너도 계속 '만사프 먹어봤냐', '요르단 왔으면 만사프는 꼭 먹어야 한다' 계속 주입을.ㅋㅋㅋ 물론 저는 도착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일찌감치 먹어보게 되었지만요.


 그 아래 붉은 음식은 뭔지 잘 생각이 안 나요. 근데 중동 음식들 중에는 하여간 이렇게 밥과 고기 한 덩어리를 같이 내는 식의 식사가 많더라고요. 제가 사진은 찍어놓은 게 없지만 제가 아주 자주 가던 요르단 대학교 북문 앞 예멘 식당에서 파는 요리들도 대부분 향신료에 볶거나 비빈 밥 위에 커다란 고기를 얹은 요리였어요. 그걸 얇고 하얀 아랍식 빵과 함께 먹었죠. 그리고 요르단에서는 저렇게 절인 올리브도 많이 먹어요. 원래 올리브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르단에서 지내면서 많이 먹었더니 지금은 어디서 올리브를 만나게 되면 없어서 못 먹는 지경이 되었답니다. 올리브 옆의 고추는 의외로 엄청 매웠어요. 요르단 사람들이 그다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고 알고 있어서 설마 매운 고추겠어? 하고 한 입 베어물었는데 너무 매운 거예요. 물론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고 우리나라의 청양고추 정도였지만 어쨌든 굉장히 매워서 혼났어요.ㅎㅎㅎ 그럼 이제 식사를 했으니 후식을 먹으러 갈까요?



 이것은 예루살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먹었던 음식이에요. 요르단 대학교 한국어과 학생이 안내해줘서 갔는데 정말 대박이었어요. 이건 쿠나페(kunafeh)라고 하는 일종의 디저트 같은 것입니다. 중동 지역에는 '할와'라고 해서 후식으로 먹는 아주아주 달디단 빵이나 과자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 입맛에는 좀 너무 달다싶을 때도 많긴 한데 아랍인들은 그 맛을 무지 즐기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저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일반적인 할와는 제 입맛에 그다지 맞지 않았는데요, 이 쿠나페만큼은 정말 예외였어요. 이 쿠나페는 요르단의 유명한 할와 체인인 '하비바(habibah/حبيبه)'에서 사먹은 것인데요, 쿠나페라는 것은 위아래는 살짝 바삭한(누룽지같은 그런 바삭함은 아닌데... 부드러우면서 바삭한?? 설명을 못하겠네요ㅠㅠ) 약간 껍데기가 있고요 그 사이에 엄청 부드러운 치즈가 들어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달콤한 꿀인지 시럽인지를 듬뿍 머금고 있고요. 근데 그 맛의 조화가 기가 막혀요. 같이 갔던 한국인 친구들도 이걸 처음 먹어보고 다들 엄청 감탄했답니다. 물론 한 입 먹을 때마다 막 살이 찌는 기분이기는 했지만 이걸 입에 넣는 순간 정말 행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걸 찾아볼 수 없어서 너무 슬퍼요.ㅠ.ㅜ 혹시 어디 파는 곳 있는지 아시는 분...? 이태원 같은 데 없으려나요? 근데 같은 쿠나페라도 이 하비바의 쿠나페는 정말 독보적이었어요. 이걸 요르단 대학교 북문 앞 할와 가게에서도 먹어봤는데 하비바의 쿠나페 같은 감동까지는 오지 않더라고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도 인스턴트 쿠나페를 사먹었었는데 그건 완전... 그냥 인스턴트...


 이번엔 요르단 대학교 학식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이건 사실 요르단대학교를 소개해 드리는 포스팅에서도 보여드렸었어요.)



 요르단 대학교 학식 역시 이렇게 밥이랑 고기가 주된 메뉴인데요, 줄을 서서 밥 종류랑 고기 종류를 고를 수 있답니다. 고기는 보통 닭고기랑 양고기 중에 고를 수 있어요. 그리고 왼쪽 위는 샐러드고요, 위쪽 가운데에 있는 소스 같은 것은 훔무스(홈모스, 홈무스 등등 다양하게 번역됨)라는 것으로 보이는대로 소스 같은 용도로 사용됩니다. 병아리콩(chick bean)을 갈아서 올리브유에 개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고소하고 아주 맛있답니다. 저것만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그 오른쪽은 아랍식 빵이고요ㅎㅎ 쭉쭉 손으로 찢어먹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아래 큰 접시에 담겨 있는 것은 중동 전통방식 요거트에 삶은 고기를 담그어 놓은 것입니다. 이런 요리도 요거트 자체의 맛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요 저는 요르단 처음 도착했을 땐 잘 못 먹었는데 약 한 달만에 바로 저 맛에 푹 빠져서 저게 나오는 날이면 무조건 가져다 먹었어요.ㅋㅋㅋ 지금도 먹고 싶네요^^ 아 음식 포스팅하다보니 군침이...ㅠ.ㅜ 더군다나 제가 지금 당장 먹을 수 없는 것들이라서 더 슬프네요....


 어쨌든 보통 학식은 위의 사진의 양 정도로 먹었는데 저 정도 주문하면 2000~3000원대밖에 안 했어요. 요르단 물가가 그다지 싼 편은 아니었는데 학식은 정말 싸더라고요. 우리나라도 대학교 학식은 꽤 싸잖아요.^^ 근데 요르단 대학교 학식을 처음 가봤던 날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래와 같이 주문을...



 딱 봐도 좀 많아 보이죠?? 물론 저는 먹성이 좋기 때문에 다 먹었지만 왼쪽의 야채랑 닭고기 볶은 건 먹다 보니 좀 질리더라고요. 안 그래도 밥에 얹은 고기도 닭고기를 갖고 왔는데...ㅋㅋㅋ 어쨌든 이 정도도 우리나라돈으로 5000원 내외밖에 안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조금 더 간편한 음식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이건 암만 근교 기독교 도시인 마다바의 그리스 정교회 성당 앞 아욜라 식당에서 먹은 팔라펠 샌드위치입니다. 팔라펠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데요, 병아리콩을 갈아서 모양을 만들어 튀긴 음식입니다. 그런데 콩만 갈아서 튀겼을뿐인데 묘하게 고기맛 비슷한 게 나요. 저는 그래서 이거 예전에 처음 먹어봤을 때는 고기인 줄 알았어요.ㅋㅋㅋ 제가 팔라펠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마 '튀김'이자 '고기 맛'이 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든 원래 팔라펠은 동글동글한 모양인데 팔라펠 샌드위치는 그 팔라펠을 으깨어 빵 속에 넣어 만듭니다. 그래서 그 팔라펠 특유의 맛이 빵 속에서 다른 야채 및 소스와 어우러지면 또 그게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사실 위의 팔라펠 샌드위치는 빵 속에 팔라펠 으깬 것만 들어있고 소스와 야채는 따로 빠져 있는데, 이것도 또 이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답니다. 순수한 빵+팔라펠의 맛만 따로 느껴볼 수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정말 좋아했던 팔라펠 샌드위치는 요르단 대학교 북문 앞 '시핀(sifin - 저는 이게 뭔지 몰랐는데 무려 seven을 아랍어로 음역한 것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요르단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처음 알았어요ㅋㅋㅋ)'에서 자주 사먹던 팔라펠 샌드위치입니다. 시핀의 팔라펠 샌드위치는 가격이 무려 0.6디나르밖에 안 했어요. 한화로는 약 800원 정도 되는 가격입니다. 근데 그 샌드위치는 가벼운 식사 정도는 될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시핀의 팔라펠 샌드위치는 아욜라 식당과는 다르게 핫도그 빵 같은 빵을 사용했어요. 그 안에 으깬 팔라펠과 여러 야채들을 한꺼번에 넣어주었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답니다. 사실 저는 그 메뉴가 있는 것 자체를 몰랐는데, 어느 날인가 한국어과 학생인 랭귀지 파트너가 한국어 전공 수업 조별 과제를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더니 저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팔라펠 샌드위치를 사주더라고요. 그때 먹고 반해서 아주 자주 사먹었었어요. 아 계속 군침이 돌아서 큰일났네요.



 이번에는 암만 도심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인 하심 식당입니다. 하심 식당은 앞에서 언급했던 예루살렘 식당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에요. 완전 시장통 같은 분위기에 자리도 좁고 막 난리도 아닌데 가격이 일단 그렇게 비싸지 않고 그냥 간단하게 중동 음식들을 슉 맛보기에 편리하고 좋답니다.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여행객들도 많이 찾아요. 그리고 이 식당이 무엇보다도 유명해진 것은 종종 요르단 국왕 압둘라2세를 비롯한 요르단 왕실 가족들이 식사를 하러 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심' 자체가 요르단 왕가이자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가문 이름이죠. 그래서 요르단의 정식 명칭도 '요르단 하심 왕국(Hashemite Kingdom of Jordan)'이고요. 재작년에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에도 요르단 촬영분에서 이 식당이 나왔었다고 합니다. 저도 몇 번 가보았는데 솔직히 좀 정신 없었어요.ㅋㅋㅋ 그래도 팔라펠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


 그럼 이제는 요르단 음식 및 중동 음식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으니, 진짜로 그냥 제가 순수하게 '먹었던 것' 이야기를 할게요. 먼저 패스트푸드입니다.



 여기는 제가 아주 즐겨찾았던 요르단 대학교 정문 앞 맥도날드입니다. 무려 24시간 영업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기도 해요. 어린이 놀이시설도 갖추고 있답니다. 그리고 여기는 제가 2013년 9월 요르단 도착 후 첫 식사를 해결했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해요. 아래 사진이 바로 그 역사적인 식사의 모습입니다.



 사실 지금 이게 무슨 버거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네이버 가계부를 찾아보았더니 'Spicy McChicken Burger'라고 나오네요^^ 스파이시 맥치킨 버거 밀입니다. 이게 요르단에서의 첫 끼였어요. 요르단에 입국하던 날 이야기를 쓴 포스팅을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요르단 도착한 첫날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거든요. 그 호텔이 바로 이 맥도날드 옆이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갑자기 한국에서 너무나도 먼 낯선 나라에 날아와서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뭐라도 먹긴 해야겠기에 바로 옆에 있던 맥도날드에서 식사를 해결했던 것이죠. 아랍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일단 모든 게 너무 낯설었고 경계심이 풀어지지 않아서(도착한지 몇 시간 안 되었을 때였거든요.) 일단은 한국에도 있어서 익숙한 맥도날드에 갔었답니다.^^ 이게 제가 요르단 도착한 2013년 9월 8일 점심식사였어요. 역사적인 첫 끼를 먹기 전에 찍는 걸 깜빡해서 먹다가 찍었는데 입으로 베어물은 햄버거 단면에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이 계실까봐 이렇게 가려놓았습니다.


 맥도날드는 아랍어로 ماكدونالدز 라고 쓰는데요, [ma:kdu:na:ldz]라고 읽어요. 그리고 같은 날 저녁에는 버거킹 와퍼밀을 먹었는데 이건 조금 있다가 얘기를 할 것이고요, 다음 날(2013.9.9) 아침에도 또 맥도날드를 갔답니다.ㅋㅋㅋ 아침 일찍 집주인이랑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사실 시차 땜에 눈이 새벽에 떠졌어요.) 짐을 다 싸가지고 체크아웃을 한 뒤 맥도날드로 향했습니다. 아침도 먹고 집주인 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할 겸 해서요.



 아침에 갔더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맥모닝 메뉴만 팔고 있더라고요.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맥모닝을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즉 요르단에서 먹은 이 맥모닝이 제 생애 최초의 맥모닝 경험(?)이었답니다.ㅋㅋㅋ 지금은 작년에 서울로 통학하면서 1교시 있는 날 밥버거가 질릴 때 맥모닝으로 자주자주 해결을 해서 많이 먹어보게 되었지만, 이때만 해도 제가 아침을 맥도날드에서 먹을 일이 사실상 없었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어느 정도 요르단에 익숙해지고 개강도 하게 된 후...



 저는 마치 요르단 맥도날드의 모든 메뉴를 정복하기라도 하려는 듯 열심히 맥도날드를 들락날락거렸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했던 메뉴는 바로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맥 아라비아'! 맥 아라비아는 아랍 지역 맥도날드에서만 파는 메뉴인데요, 구성이 약간 케밥 비슷해요. 아랍식 하얀 빵 사이에 아랍 향신료맛이 나는 고기와 야채들이 들어가 있답니다. 맥도날드적 맛과 아랍적 맛의 묘한 조화였어요. 근데 원래 평소에는 맥아라비아 치킨만을 팔았는데, 10월에서 11월 경에 시즌 한정 메뉴로 맥 아라비아 수주끄(sujuk)가 나와서 또 저를 매료시켰어요.



 수주크는 쉽게 말하면 중동식 소시지인데 향신료 맛과 짠 맛이 좀 있어요. 근데 맥 아라비아 치킨도 맛있었지만 맥 아라비아 수주끄가 진짜 제 입맛에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완전 취향저격!



 날씨가 슬슬 서늘해지기 시작했던 10월 말 어느 날 학교 끝나고 여유롭게 맥도날드 야외 자리에서 맥 아라비아 수주크로 점심을 해결하는 중... 아... 이 기분 다시 느껴보고 싶다...ㅠ.ㅜ 어쨌든 저의 취향을 저격했던 맥 아라비아 수주크는 제 바람과는 다르게 곧 사라졌답니다.ㅠ.ㅜ 애초에 기간한정 메뉴로 나온 것이었거든요. 왜 정식 메뉴가 아닌 것이지! 이렇게 맛있는데!

 요르단 대학교 정문 건너편에는 맥도날드 말고도 KFC, 버거킹, 파파이스 등 다양한 패스트푸드점들과 피자헛, 파파존스 등 피자집들도 있었어요. 이번엔 KFC입니다.



 KFC는 한국에서는 제가 정말 가장 사랑하는 패스트푸드점이에요. 오늘도 KFC의 치짜를 사와서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먹었습니다. 치짜 1월 31일까지밖에 안 판다는데 왜 없어지는 거지..ㅠ.ㅜ 이렇게 맛있는 걸... 아이고 얘기가 딴 곳으로 샜네요. 어쨌든 이러한 KFC에 대한 사랑을 요르단에도 그대로 들고 갔지만 요르단 KFC는 사실 그저 그랬어요. 하지만 먹을만 했고 닭고기를 워낙 좋아해서 여러번 갔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프라이드 치킨을 먹기 위해서는 KFC보다 근처의 파파이스에 훨씬 더 자주 갔었어요. 파파이스 치킨 세트가 맛있었거든요. 혼자 먹기에 양도 부담스럽지 않았고요^^ 




 이번엔 버거킹입니다. 버거킹은 요르단 대학교 정문 앞에 늘어선 패스트푸드점들 중에 가장 장사가 안 됐어요. 갈 때마다 항상 거의 텅텅 비어있었답니다. 맥도날드 바로 옆인데 맥도날드보다 훨씬 가격이 비싸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요르단 버거킹은 정말 가격이 비싸긴 했어요. 와퍼 밀(우리나라에서는 와퍼 세트)은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던 것 같아요. 대신 알바생들은 좀 편해보이더라고요. 맥도날드는 밀려드는 손님들로 항상 북새통이었는데 버거킹에서는 주문 받는 알바생과 잡담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으니까요. 언젠가는 알바생이 저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더니 자기 이름을 한국어로 써달라고 해서 써준 적도 있어요.ㅎㅎ 아마 한류팬인 것 같았습니다. 위의 사진은 치킨와퍼에요. 치킨 와퍼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메뉴인데, 아랍인들이 닭고기를 많이 먹는 편이라 그런지 치킨 와퍼가 따로 있더라고요. 맥도날드에도 뭔가 우리나라보다 닭고기를 이용한 메뉴가 많은 느낌이었고요.


 이외에도 북문에서 길을 따라 좀 많이 걸어가면 나오는 서브웨이도 한, 두 번 정도 갔었는데 여기는 너무 멀어서 별로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럼 이제 패스트푸드는 끝내고 이번엔 제가 집에서 먹었던 것들을... 사실 집에서 제가 진짜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었던 것들은 거의 다 한국음식 아니면 그냥 평범한 볶음밥 이런 것들이어서요, 그런 것들은 여기서는 뺐고요. 주로 요르단에서 사먹었던 냉동식품이나 인스턴트 음식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쿱바'라는 건데요, 중동 전통 음식인 것 같더라고요. 밀가루 반죽 속에 고기, 양파, 각종 향신료 등을 넣어 튀긴 음식이랍니다. 근데 이건 냉동 쿱바였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냉동만두처럼 미리 요리되어 나온 거고 한번 더 튀기기만 하면 되는 거죠. 물론 할랄 인증을 받은 음식입니다. 근데 상당히 맛이 짭짤한 편이었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중동 요리를,



 이렇게 밥반찬으로.ㅋㅋㅋㅋㅋ 밥반찬으로 아주 적절했어요. 짭쪼름한 것이 좋았답니다.



 이번엔 마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봉지라면인 'KOKA'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만드는 라면이라고 하더라고요. 맛은 한국인이 먹기에는 아주 밍밍한 맛이었어요. 하지만 먹다보니 나름 매력이 있더라고요. 역시 아랍에서 판매되는 것인만큼 할랄 인증을 받았습니다. 사진에 있는 건 쇠고기 맛인데, 쇠고기 맛 말고 여러 다양한 맛들이 있었어요.



 이것 역시 한국식으로 밥과 함께.ㅋㅋㅋ 라면을 다 먹고 밥을 말아먹었어요. 그리고 라면 위에 올려 놓은 토핑(?)은 편의점, 슈퍼, 마트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칠면조 고기 슬라이스 햄이에요. 구워먹기도 하고 라면이랑 같이 먹기도 하고 볶음밥에 잘라 넣기도 하고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먹었답니다.


 이어서 계속 냉동식품의 향연!



 제가 가장 좋아하던 냉동 소고기 케밥과 냉동 소고기 샤와르마, 냉동 어니언링입니다. 사실 지금 제가 이런 것만 보여드려서 그렇지 맨날 이렇게만 먹고 살았던 건 절대로 아니에요!!ㅋㅋㅋㅋ 이건 간혹 먹고 싶을 때만 사와서 먹었답니다.


 어쨌든 이 날 저녁에는 일단 냉동 소고기 케밥과 냉동 어니언링을 먹었어요.ㅎㅎ



 케밥이라고 하니 막 얇은 빵에 고기랑 야채랑 소스랑 돌돌 말아져 있는 걸 보통 생각하시겠지만, 아랍에서 식사로 먹는 케밥은 그런 모양이 아니고 그냥 빵 따로 고기 따로 야채 따로 소스 따로 줘요. 물론이 냉동 소고기 케밥은 케밥용 고기만이 들어 있는 것이죠. 그나저나 그릇이...ㅋㅋㅋㅋ 엄마께서 접시를 다 이런 걸 주셔서요.ㅋㅋㅋ 집에서 안 쓰던 거 주신 듯....



 윗사진에 있는 것도 냉동식품인데요, 이 음식의 이름은 쿠프타(kofta)입니다. 이건 아까 보여드렸던 쿱바랑 거의 비슷한 음식인데요, 그냥 모양 차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쿱바보다 좀 납작해서 그런지 속의 내용물이 좀 덜 들어 있고요. 그냥 그 정도 차이?? 사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쿱바랑 쿠프타를 검색해봐도 둘의 이미지들이 마구 섞여 나오더라고요. 그냥 거의 비슷한 음식인 것 같아요.


 한편,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팔라펠을 무지무지 좋아하는 저는, 어느 날 학교 근처 마즈디 몰의 까르푸 마켓에 갔다가 진열대 한쪽 구석에서 무려 팔라펠 믹스를 발견했어요! 오오 대박!! 이 믹스만 사 가면 집에서도 맛있는 팔라펠을 내가 직접 마음껏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거잖아!! 그래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얼른 집어들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상자의 설명을 열심히 읽어보며 가루를 물에 불리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프라이팬에 열심히 튀겨낸 결과!



 정체불명의 요리가...ㅠ.ㅜ 사실 모양이야 제가 커다란 기름냄비에 튀긴 게 아니니까 동그랗게 될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이.. 일단 색깔이 너무 시커멓고.... 색깔이야 그렇다 쳐도 한입 베어무는 순간 그 느끼함은 형용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완전 기름폭발! 밖에서 사먹던 그 팔라펠의 맛이 아니었어요..ㅠ.ㅜ 아 물론 묘하게 그 팔라펠의 맛이 나기는 했는데... 그 맛을 다 덮어버리는 엄청난 느끼함... 어떻게 해야 안 느끼하게 튀길 수 있는 거지??ㅠ.ㅜ 똑같은 튀김인데 왜 밖에서 사먹는 건 그렇게 담백하고 제가 튀긴 건 무슨 기름을 이렇게 흠뻑 머금고 있는지.... 어쨌든 산 게 아까워서 이 뒤로도 한 번인가 두 번 더 튀겨먹긴 했는데 정말.... 그냥 그 뒤로는 밖에서 사먹었어요.ㅎㅎㅎ



 이번엔 한국 컵라면! 물론 한국에서는 안 파는 컵라면입니다. 단지 농심이라는 한국 회사에서 만들었을뿐이에요.ㅋㅋㅋ 한국 사람 입맛엔 잘 안 맞을 것 같아요. 저도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인데 이건 좀 많이 싱겁고 밍밍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근데 한국어과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 친구 입맛에는 이 라면이 엄청나게 맵게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좀 신기했어요. 역시 이 라면도 할랄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과자입니다. 포장지에 그려진 모습이 한국의 꼬깔콘과 너무너무 비슷해서 호기심에 사보았는데 정말 꼬깔콘이랑 똑같이 생겼더라고요.



 맛도 비슷... 나중에 찾아보니 미국 과자였어요. 근데 꼬깔콘보다 훨씬 먼저 나온 과자더라고요. 그럼 꼬깔콘이 이 과자를 베낀 건가요? 우리나라에서 좀 유명한 오래된 과자들(빼빼로, 초코송이 등등)은 죄다 일본이나 미국 과자를 그대로 베낀 경우가 많더라고요 뭔가 씁쓸...



 이번엔 프링글스입니다. 사실 전 이게 무슨 맛인지 보지도 않고 사왔어요. '프링글스는 무조건 다 맛있겠지!' 하고 사와서 뚜껑을 여는순간 엄청난 문화충격이!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심하게 시큼한 냄새가 제 코를 강타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일단 하나를 꺼내어 입에 넣었는데 오 엄청 짜고 엄청 신거에요! 아니 이거 도대체 무슨 맛이야?? 하고 그제서야 통을 봤더니 소금&식초맛인 거예요. 세상에 소금&식초맛 과자라니! 저는 안 그래도 평소에 신 것을 잘 못 먹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정말 잘못 사왔다 싶었어요. 근데 제 손은 제 의지와 상관 없이 그 과자를 계속 제 입에 하나하나 집어넣고 있었고 제 입도 저를 무시하고 과자를 착착착 씹어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샌가 저도 이 맛에 빠져들고 말게 되었어요. 제가 신맛 짠맛 다 안 좋아하는데 이 소금맛과 식초맛의 오묘한 조화는 한 번 빠져드니 도저히 벗어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또 다시 소금&식초맛 과자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번엔 프링글스 말고 Lays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아 군침돌아.



 오 근데 Lays 소금&식초 맛은 프링글스 소금&식초맛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었어요. 프링글스는 그 과자 자체의 약간 두꺼운 맛(?)이 있는 반면에 Lays는 얇은 칩에서 그런 맛이 나니까 제 혀를 더욱더 강하게 만족시켜주더라고요. 아니 제가 원래 이런 자극적인 맛을 정말 싫어하는데 이건 이상하게 계속 빠져들 수 밖에 없었어요. 사실 소금&식초맛 프링글스를 처음 먹어본 날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친구들한테 무슨 이런 맛이 다 있냐고 카톡을 보냈었는데, 친구들이 다 '너도 지금은 그 반응이지만 곧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야'라는 답을 하길래 '그럴리가... 정말 끔찍한 신 냄새가 나는데!!'라고 하면서 믿지 않았지만 결국 저도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윗 사진의 Lays는 가까이서 찍어서 크게 나왔지만 거의 손바닥만한, 아주 작은 봉지에 소량만 담겨 있는 봉지거든요. 저게 한국돈으로 아마 500원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참지 못하고 매일 학교 갔다 집에 오는 길에 매일 집 근처 수퍼마켓에서 저걸 사와서 맛을 보았어요. 그렇게 매일 가느니 한꺼번에 많이 사다놓는 게 낫지않느냐는 분도 계실 수 있겠지만 한꺼번에 많이 사다놓지 못했던 이유가 두 가지 있어요.


1. 이걸 매일 한 봉지씩 먹는 습관을 끊고 싶었기 때문에

2. 한꺼번에 여러 봉지를 사면 그걸 하루에 하나씩 먹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다 먹어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에


 이 중에 1번 이유는 '아 이제 오늘만 먹고 그만 먹어야지'가 매일 반복되기만 하다가 결국은....


 한국에 온 뒤에도 이 맛을 잊지 못했는데, 한국에서는 소금&식초맛 과자를 파는 곳을 너무 찾기가 힘들더라고요.ㅠ.ㅜ 인스타그램에서 경기도에 사시는 시리아 남자분과 친구가 되어 그분께 여쭤봤더니 이태원역 근처에 파는 곳이 있다고 하셨는데 아직 가보지는 못했어요. 재작년 2학기 때는 기숙사에 있는데 이 맛이 너무 사무치게 그리워서 미국에서 직구를 해서 먹은 적도 있답니다.ㅋㅋㅋ 미국에서 과자 두 봉지 직구라니...ㅠ.ㅜ 근데 Lays는 못 찾아서 처음 보는 과자 브랜드로 주문했는데 Lays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맛이 났어요. 하지만 너무 그리워했던 맛이었기 때문에 행복하게 아껴먹었답니다. 룸메에게도 먹어보려냐고 물어보았더니 냄새를 맡은 순간 거부하더라고요.ㅋㅋ



 이건 제가 공부하러 자주 가던 인도어(indoor) 카페에서 먹은 건데요, 인도어 카페는 일단 분위기도 좋고 책상이 널찍널찍해서 공부하기 좋았던 데다가 이런 음식들이 참 맛있었어요. 물론 커피 맛도 괜찮았고요. 이 사진은 아마 기말고사 기간이었던 2014년 1월 초에 찍은 사진인 것 같아요.



 이 사진은 요르단 출국 바로 전날이었던 2014년 1월 13일에 저희과 후배랑 단국대 다니는 친구 한 명이랑 셋이 택시 타고 다른 동네 놀러가서 먹은 거예요. 바나나, 사과, 키위, 귤, 딸기, 석류, 포도 등의 과일과 초코과자들을 잘라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잔뜩 꽂은 다음에 엄청나게 달콤한 시럽들과 연유, 누텔라를 거의 한바가지씩 퍼부은 음식이랍니다. 역시 중동 사람들은 단 것을 정말 좋아해요. 좀 심각하게 단맛이 나긴 했지만 누텔라랑 연유 모두 제가 무지 좋아하는 맛들이라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출국 전 날에서야 알려줬냐며 친구들에게 제가 막 한탄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


 이상으로 제가 요르단에서 먹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



2016. 1. 27. 경춘선통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