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역사(한국여행)/16년 3월 내일로

[2016년 3월 내일로] (11편) 남평역에서 (2016.3.2.)

경통(경춘선통일호) 2016. 7. 24. 14:43


(헐!!!! 11편인데 12편이라고 숫자를 잘못 썼네요!!!!!! ㅠ.ㅜㅠ.ㅜ 이거 다시 고치기도 힘든데...ㅠ.ㅜ)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ㅠㅠ 2016년 3월 내일로 여행기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보성역에서 기차를 타고 광주 효천역까지 가는 길에 아침에 들렀던 명봉역을 다시 지나치게 되었는데요,



 마침 마주오는 열차와의 교행을 위해 명봉역에 잠시 정차하게 되었습니다. 명봉역에는 또 여행 중에 잠시 역을 들르신 듯한 분들이 계셨는데요, 양쪽에서 열차가 들어오는 바람에 플랫폼에 갇힌 상태가 되셨네요.ㅋㅋ 이 분들은 명봉역을 아무도 없는 작은 간이역으로만 기억하시게 되겠죠?? 뭔가 이른 아침에 명봉역에 들러서 명예역장님을 만났던 일이 약간 꿈같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으니 어느새 제가 내릴 효천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마침 맨 뒷칸이라 오랜만에 기차 맨 뒷부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봤어요^^



 효천역에 도착하는 중! 저 완전 어릴 때(유치원 다닐 때) 기차를 타고 외할머니댁에 갈 때면 항상 이렇게 기차 맨 뒤에서 하염없이 제 발밑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선로들을 지켜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있는데 다 커서 봐도 재미있네요^^ 사실 대학교 1, 2학년 때까지도 주말에 집에 왔다갔다 할 때 좌석표를 못 구하면 열차 뒤에서 이렇게 구경하곤 했었어요. 특히 예전 경춘선은 꼬불꼬불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 경춘선은 앞 뒤에 다 운전실이 달린 열차만 다녀서 이렇게 뒷풍경을 볼 수는 없게 되었네요.



 효천역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역이기는 하지만 워낙 외곽에 있고 열차 운행 편수도 별로 많지 않아서 내리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나저나 위의 사진 속 저 커플분들은 계속 역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으시던데... 삼각대까지 챙겨오신 걸 보니 그냥 저처럼 아무렇게나 찍고 다니시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제 다음 목적지는 바로 여기 역명판에도 적혀있는, 그리고 아까 기차를 타고 지나쳐왔던 나주의 남평역! 이렇게 역명판에 표기는 되어 있지만, 남평역에는 지금 정차하는 열차가 없어요. 그래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서 가야한답니다.



 으잉 뭔가 으스스한 지하통로... 그래도 그 커플 분들과 함께라 무섭지 않았어요ㅋㅋ



 효천역 바로 근처에는 송원대학교라는 학교도 있더라고요. 근데 아무래도 저 학교 분들도 이 역은 잘 안 이용하실 듯...



 뭔가 역 건물은 큰데 그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썰렁하더라고요... 역 안도 텅 비어보이고, 역 밖도 텅 비어 보이고...




 효천역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은 '인성고' 버스 정류장이었습니다. 길 건너편에 인성고등학교라는 고등학교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류장 이름이 효천역이 아니라 길 건너에 있는 인성고인 걸 보면 확실히 효천역이 이 근처에서 그리 비중 있는 역은 아닌가봐요.


 남평역으로 바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몇 번 다니지도 않고 시간도 맞지 않아서 남평역까지는 어차피 택시를 타야 했지만, 조금이라도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일단 최대한 가까이 갈 수 있는 곳까지는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인성고 버스정류장에서 남평읍내까지 버스를 탔죠.


 남평읍내에서 남평역까지는 택시를 타야 했는데, 길거리에 택시가 잘 안 다니기도 하고, 또 남평역이 워낙 애매한 거리라 기사분들이 가기 싫어하실까봐 카카오택시로 처음부터 목적지를 지정해 검색을 해봤습니다. 다행히 여기는 용궁역과는 달리 주변에 택시가 많은지 계속 요청중이라고 뜨기는 하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역시 거리가 애매했던 건지 아무도 요청에 응답을...ㅠ.ㅜ 그래서 난감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택시들이 버스터미널 같은 곳에 줄을 서 있는 게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거기 멈춰 있는 택시에 다가갔더니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택시 안에서 곤히 주무시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택시 주변을 마구 맴돌고 있었더니 갑자기 그 기사분이 눈을 번쩍 뜨셨고, 그래서 저는 혹시 운행하시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남평역에 가주실 수 있냐고 여쭤봤고, 된다고 하셔서 남평역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택시비는 한 5,000원 정도가 나왔던 것 같아요. 어쨌든 드디어 남평역 도착!




 남평역은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전라남도 나주시 남평읍에 있는 작은 간이역인데요, 2011년 여객취급을 중지했다가 2013년 9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잠시 남도해양열차가 정차하다가 다시 여객취급이 중지되어 현재는 단 한 편의 여객열차도 정차하지 않는 역이 되었답니다. 사실 '남평역'이라는 역명이 지어진 배경인 '남평읍'의 규모는 열차가 한 번도 정차하지 않을 정도로 작지는 않은데요, 문제는 남평역이 남평읍내와는 좀 애매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아주 먼 거리는 아니지만 읍에서 역까지 마땅한 대중교통도 없고요. 만약 남평읍이 중소도시 정도 규모였다면 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정상적으로 여객을 취급하기에는 읍과 역의 거리가 너무 멀었던 것 같아요. 더군다나 도로교통이 발달하면서 나주, 광주 등 전라남도 지역 각지로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버스들이 많이 다니게 되었고요. 그러한 상황에서 굳이 애매한 거리에 있고 열차도 하루에 몇 편 안 서면서 오래 걸리기까지 하는 철도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겠죠.


 그럼에도 남평역은 잘 보존되어 있고, 또 사람들이 많이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찾는 역이랍니다. 남평역이 영업을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이지만 그 후 한 번 화재로 소실이 되었고 1950년대에 새로 건축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역사가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는 것인데요, 그래서 남평역은 1950년대에 건축된 이후로 역사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등 철도 문화재로의 가치가 커서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역 앞 뒤를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경전선 철도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남평역 앞에는 이렇게 곽재구 시인의 유명한 시이면서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나 수능 문제집에도 자주 등장하는 시인 '사평역에서'의 배경역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데요, 사실 곽재구 시인은 본인 스스로 본인이 '사평역에서'를 쓸 때 염두에 둔 역은 남평역이 아닌 옛 남광주역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므로 위의 안내판은 사실 틀린 내용인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광주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금에 와서는 남평역이 그 자리를 대신해도 될 것 같아요. 아련하고 쓸쓸한 시골 간이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서울지하철 9호선에 사평역이 있는데...ㅋㅋㅋ)



 그나저나 여객취급도 안 하고 역무원도 모두 철수했지만 남평역에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제가 갔을 때는 문도 굳게 잠겨 있었고 인기척도 없더라고요...




 정말 작고 소박하게 생긴 역이죠? 남평역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욱 자세히 별도의 역 포스팅을 통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장독대도 있고, 여기저기 사람의 손길이 느껴졌는데, 제가 갔을 때만 그런 것이었는지 아무도 안 계시더라고요.



 남평역 바로 옆에는 소규모의 레일바이크를 포함한 철도 공원 같은 것이 조성되어 있었는데요,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인지 열심히 꾸민 것 같아 보였지만 사실상 방치되어 망가져가고 있었습니다.



 철로와 레일바이크 바퀴 모두 녹이 슬어 있었고요.



 옆에 나뒹구는 아이들도...



 플랫폼 안쪽으로는 들어가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공원 옆 담장으로 역 내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지금은 아무 열차도 정차하지 않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열차가 정차했던 역답게 나름 타는 곳이깔끔하게 잘 정비되어있더라고요. 언젠가 다시 열차가 정차할 일이 있을지... 그나저나 곡선이 정말 심하죠? 역 밖으로 돌아나가는 철길이 거의 90도로 꺾이는 것 같아요.




 반대편도 이렇게 곡선입니다. 제가 조금 더 어릴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이런 곡선 철도가 참 많았는데, 이제는 땅에 붙어가지도 않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쭉쭉 뻗은 직선 선로들이 대세(?)가 되면서 이런 풍경을 보기가 참 힘들어진 것 같아요. 물론 느리고 불편했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는데 말이에요. '느림의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꼬불꼬불하고 느린 철도의 대명사였던 경전선도 동쪽부터 차근차근 계속 직선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모습들이 없어지기 전에 많이 담아놓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남평역은 2009년에 Mnet의 슈퍼스타K1 우승자인 서인국의 데뷔국 '부른다' 뮤직비디오의 배경이기도 해요.^^ (2009년이면 제가 대학교 새내기였을때네요... 아련...)




 그나저나 공원은 확실히 방치된 느낌...



 뭔가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사람들을 많이 끌지 못한 것 같아요. 열차도 없고, 시내버스는 하루에 달랑 3번 밖에 안 다니고... 뭔가 특별히 사람들을 끌어당길만한 요소도 없는 게 사실인 것 같고요.(역 자체의 역사적 가치와는 별도로요.)






 정말 옛날식 역명판이네요.^^ 남푱 스테이션.






 이렇게 남평역을 둘러보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남평읍으로 가야 했는데요, 여기서도 또 택시를 어떻게 잡나 완전 앞이 깜깜...ㅠ.ㅜ 또 제발 제발 하면서 카카오택시 앱을 켜서 요청을 보냈는데 오! 바로 요청을 받아주시더라고요. 하지만 곧 전화를 하신 택시기사분 '미안해요! 생각보다 너무 멀어서 못 가겠어요.' ㅠ.ㅜ 그래서 다시 한 번 요청을 보내봤는데 드디어 한 분이 멀리 남평역까지 와주셨습니다. 콜비도 따로 안 받는 카카오택시인데 제가 괜히 민폐를 끼친 건 아닌지 걱정이...ㅠ.ㅜ 어쨌든 택시를 타고 남평읍내로 출발!


To Be Continued...




2016. 7. 24. 경춘선통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