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내일로] (13편-마지막편) 너무 짧은 여행 (2016.3.2.)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오늘은 드디어 2016년 3월 내일로 여행기 마지막회네요.^^ 그럼 지금부터 마지막편을 시작하겠습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직원분께서 불러주신 택시를 타고 나주역 도착! 나주역으로 가는 길에 택시기사분께서 큰 길로 안 가시고 계속 호남선 철길을 따라 요리조리 좁은 골목길로 달리시더라고요. 지도로 보니 지름길인 것 같았어요.^^
오! 나주역은 색깔이 참 특이하네요.^^ 어떤 분은 나주가 배가 유명해서 약간 누리끼리한 색으로 한 게 아니냐는 분도 계시더라고요.ㅋㅋㅋ 이곳의 나주역은 2001년에 신설된 역입니다. 원래 나주시에서 가장 큰 역은 영산포역이었고, 그 외에 아까(전편에서) 둘러본 구 나주역도 있었는데요, 2001년에 두 역을 통합해 나주시청 인근에 지금의 나주역을 만든 것입니다.
나주역 인근은 아무래도 새로이 택지가 개발되는 중인 것 같았어요. 여기저기 공터도 많고, 공사 중인 곳도 많았거든요. 또 건물들도 다 그리 오래되어보이지 않았고요.
확실히 새로 개발 중인 느낌이죠? 제가 근데 역에서 여기까지 온 이유는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나주역 안에는 식당 같은 것은 없었고 던킨도너츠 매장이 있었는데, 왠지 밥이 먹고 싶더라고요...ㅠ.ㅜ 주변에 마땅히 식당도 없고, 또 시간도 없고 그래서 전날 영주역 앞에서처럼 간단하게 편의점 도시락으로 떼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좀 떨어져 있어서 여기까지 걸어온 거예요. (그래봤자 역에서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
도시락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확실히 무척 맛있는 도시락이었어요.ㅋㅋ 제가 주로 편의점 도시락은 GS25와 CU 것을 먹어서 세븐일레븐 도시락은 거의 먹어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세븐일레븐 도시락도 나름 구성이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편의점 안에 먹을 곳이(서서 먹을 곳마저도) 없었다는 것...ㅠ.ㅜ 그래서 어쩌지 하다가 결국 데워서 역까지 고이 모셔들고 와 역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무릎 위에 올려놓고 먹었습니다. 상당히 불편하더라고요... 그래도 엄청 맛있었어요. 배도 좀 고팠고요. 생각해보니 보성에서 11시 전에 치즈돈까스를 먹은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돌아다녔더라고요. 이때 마침 벌써 5시도 넘고 그래서 저녁 겸 먹었습니다.
도시락을 다 먹고도 시간이 좀 남아서 역 앞도 다시 보고... 왔다갔다하다보니 기차를 타러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탈 열차는 5시 25분에 나주역에 멈췄다 가는 목포발 용산행 ITX-새마을 열차! 오오!! 지난 2014년 8월 내일로 여행 때 동대구까지 타고 갔던 것에 이어 두번째로 ITX-새마을을 타보게 되었네요.
저 멀리 ITX-새마을이 들어옵니다.
ITX-새마을의 자유석은 6호차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일로 티켓으로 여행 중이었던 저는 냉큼 6호차에 올라타 행복하게 '아~ 이제 용산까지 쭉 편하게 자면 되겠구나!!' 하고 있는데, 6호차에 타는 승객들이 이상하게 두리번 거리며 표랑 좌석번호를 확인하더라고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저는 얼른 폰을 꺼내 네이버에 'ITX-새마을 자유석'이라고 검색해 봤는데요, 이런...ㅠ.ㅜ 제가 사는 춘천에 다니는 ITX-청춘은 자유석 칸 수가 시간대별로 차이는 있어도 자유석이 없는 시간대는 없거든요. 그런데 ITX-새마을은 시발역 출발시간 기준 오전 8시~오후 5시 사이의 열차는 자유석이 없다는 거예요...ㅠ.ㅜ 그래서 확인해 보니 제가 탄 열차는 시발역인 목포역에서 오후 4시 50분에 출발했더라고요. 꺄아아악 그러니까 5시보다 10분 전에 출발했으니 이 열차는 자유석이 없는 열차였던 거죠. 그래서 마음 편하게 쉬면서 가려던 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물론 다행히 용산역에 도착할 때까지 제 자리는 빈 자리로 남아서 쭉 앉아갈 수는 있었지만, 자유석이 아닌 이상 계속 불안해 하며 끝없이 스마트폰으로 제 자리가 예약되었는지 확인해보고 역에 정차할 때마다 비킬 준비 하고... 그러느라고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사실 꽤 오래 자긴 했음... 불안한 와중에도 피곤한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ㅋㅋ)
어쨌든 불안한 마음으로 나주역 출발! 아... 이틀의 여행은 너무 짧았어요. 5일짜리 내일로 티켓을 끊어서 겨우 이틀이라니... 그리고 앞으로 또 언제 여행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사는 요즘은 정말 슬퍼요...
아까 들렀던 구 나주역 바로 뒤로 호남선 철도가 지나가던 게 생각나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열차가 구 나주역 뒤를 빠르게 지나갈 때 얼른 찍었답니다. 열차 속도가 빨라서 사진이 우그러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잡았죠?ㅎㅎㅎ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불안한 와중에도 정신없이 자다깨다 하다보니 어느덧 한밤중이 되어 열차는 한강철교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잘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여의도에요.^^
어쨌든 한강철교를 건너자마자 종착역인 용산역 도착!
나주역에서 기차를 탄지 딱 4시간만에 용산역에 도착했네요.
이번 마지막 내일로 여행 마지막 열차는 바로 용산역에서 춘천역으로 가는 ITX-청춘 마지막 열차! 오 완전 마지막이에요 다.ㅠ.ㅜ 저의 만 25세 이전 여행도 마지막... 약 4달 전에 만 26세가 된 저는 요즘 만 2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청춘만을 대상으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여러가지 이벤트들을 볼 때마다 뭔가 박탈감 같은 게 느껴져요... 뭐야! 그럼 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저랑 동갑인 친구들 중 생일이 안 지난 친구들은 청춘이고!ㅋㅋㅋㅋㅋ
어쨌든 아직 열차 타기 전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용산역 안을 둘러보는데, 오오! 아까 낮에 갔던 보성군의 녹차 관련 제품들을 파는 매장이 용산역 안에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얼른 그곳으로 갔어요. 사실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는데 아무런 기념품도 사지 못해서 좀 슬퍼하고 있던 차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 날 다녀온 보성의 기념품을 서울 한복판 용산역에서 살 수 있다니ㅋㅋㅋ 그래서 원래 가장 사고 싶었고 간편한 기념품인 보성녹차초콜릿을 샀습니다. 한 박스에 5,000원이에요. 하지만 박스 겉면에 있는 초콜릿 그림을 보니 사실 별로 기대는 안 되더라고요...ㅠ.ㅜ 딱 보니까 제주도나 남대문 시장에서 파는 중간에 여러 재료들의 맛이 나는 뭔가를 끼워넣은 싸구려 초콜릿 비슷한 느낌... 예를 들면 제주도의 한라봉 초콜릿, 백년초 초콜릿 막 이런 거 있잖아요. 남대문 시장의 김치 초콜릿(ㅋㅋㅋ)도 있고요. 그냥 그런 종류의 초콜릿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아래 사진은 나중에 집에 와서 뜯어본 건데,
역시... 딱 그 느낌이더라고요. 포장도 사실 그리 예쁘지는 않은 편이었는데, 맛이 일단은 딱 그런 종류의 전형적인 한국의 기념품점들에서 구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초콜릿'의 이름을 가진 '준초콜릿'들... 이 보성 녹차 초콜릿 역시 법적으로 딱 '초콜릿'은 아니더라고요. 초콜릿의 형태와 맛을 흉내낸 식품에 가깝죠. 사실 그래도 맛이 있으면 괜찮은데, 맛도 아주 애매해요. 녹차맛이 날듯말듯한 애매한 맛... 차라리 녹차로 초콜릿 비슷한 뭔가를 만들려면 좀 일본에서 사람들이 흔히 사오는 맛차(말차)초콜릿 같은 식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아래 사진은 이모부께서 일본 출장 다녀오시면서 사다주신 일본의 유명한 초콜릿, 디저트 회사 Royce의 맛차초콜릿인데요,
진짜 입에 넣는 순간 막 입속이 녹차향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은 환상적인 기분을 느낄 수가 있어요. 이 초콜릿 브랜드 진짜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유명하고 우리나라에도 매장이 들어와 무척 고가에 판매되고 있잖아요. 물론 보성 녹차는 여러종류의 녹차 제품을 다루는 곳이고, Royce는 초콜릿을 전문으로 하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어요. 평소에는 잘 못 느끼는데 이런걸 보면 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기념으로 사갈만한 것들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지 알 것 같아요. 특히 남대문 시장에서 파는 포장도 괴상한 이상한 초콜릿들...ㅋㅋㅋ
어쨌든 녹차 초콜릿 한 박스를 사들고 기차를 타러 갑니다.
용산-춘천을 오가는 ITX-청춘은 일반 기차와는 다르게 전철 타는 곳에서 타야 해요.
그래서 이렇게 전철과는 별도의 열차임을 여기저기에 열심히 안내하고 있답니다. 사람들이 헷갈려서 잘못 타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번 ITX-청춘에서는 여유롭게 자유석에 앉았어요.^^ ITX-청춘의 자유석은 시간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보통 4, 5호차 1층 좌석입니다. ITX-청춘의 4호차와 5호차는 2층 객차이거든요.^^ 위의사진에 있는 계단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2층,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1층입니다.
뭔가 계속 피곤해서 기차 타면 바로 잘 줄 알았는데, 아까 나주에서 용산 오는 동안 그래도 꽤 많이 잤는지 잠이 안와서 그냥 앉아서 멀뚱멀뚱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1시간 15분 정도 뒤에 드디어 남춘천역 도착!
제가 타고 온 2층 객차도 한 번 더 찍어보고... 사실 1층은 거의 반지하 수준이에요.ㅋㅋㅋ 역에 도착할 때마다 승강장 바닥이 눈앞에 있거든요.
으흐흑...ㅠ.ㅜ 내 마지막 내일로 여행이 이렇게 이틀만에 끝나버리다니... 내일부터 다시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다니...
이렇게 저의 마지막 내일로 여행기는 끝났습니다! 그래도 비록 이틀이었지만 정말 알차게 가고 싶은 곳 가보고 잘 돌아다닌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했고요! 특히 이번에는 한적한 간이역들을 여러군데 가볼 수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럼 이상으로 2016년 3월 내일로 여행기를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7월 마지막날이네요. 요즘 날씨가 많이 더운데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중간에도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고 긴급알림이 오네요.)
The End
2016. 7. 31. 경춘선통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