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이겼다 - 경북선 예천역 (2016.3.1.)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역(驛) 포스팅을 하네요.ㅋㅋ 2016년 5월 1일에 영주역 포스팅 이후로는 처음이니 무려 1년 반도 넘게 역 포스팅을 안 했었던 거예요!
오늘 소개해 드릴 역은 경상북도 예천군에 위치한 예천역입니다. 여기에 다녀온 것은 작년 3월 1일이었는데요,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던 2016년 3월 내일로 여행 중간에 들렀답니다. 여기는 사실 이동경로 상 내릴 필요는 없었지만, 저는 안 가본 역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일부러 이 역에 내려 역을 구경하고 원래 가려던 목적지까지는 여기서부터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예천역은 경북선 상에 위치한 역인데요, 예천군청 소재지인 예천읍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승객은 매우 적은 편입니다. 제가 예천역에 내릴 때도 보니 군청소재지에 있는 역인데도 불구하고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나저나 경북선에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으로 바로 가는 열차는 없는데 위의 사진 속 안내판에는 서울역과 청량리역도 안내가 되어 있네요. 환승 승객들을 위한 배려일까요?)
나름 예천군에서는 가장 큰 역이고 중심지에 있는 역임에도 불구하고 승객이 왜 이렇게 적은 것일까요? 사실 이것은 예천역만의 문제는 아니고요, 지난번 영주역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경북선 전체의 문제입니다. 경북선 자체가 가뜩이나 인구가 희박한 (그리고 꾸준히 감소하는) 지역들을 많이 통과하는데다가 이 지역에 도로 교통이 많이 발달하면서 역까지 가야 하고 시간도 맞춰서 타야 하는 철도 교통을 이용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었거든요. (애초에 경북선 개통 때 있었던 26개 역 중 반도 넘는 14개 역이 아예 폐역되고 지금 남은 역은 겨우 12개 역이니까요. 당장 예천-영주 사이만 보더라도 이 구간 개통 당시 예천-영주 사이에는 7개의 역이 있었는데, 지금은 단 한 역(어등역)만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등역은 2007년에 여객 취급이 중지되어 단 한 편의 여객 열차도 정차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열차 운영 비용, 선로보수 비용 등을 또 생각해 보면 적자가 너무 심각한 수준이고, 그래서다니는 열차 편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차가 하루에 몇 편 안 다니니 사람들은 시간 맞추기도 힘든 기차보다는 자주 편하게 탈 수 있는 버스로 점점 몰리고 승객이 줄어드니까 열차 편수는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앞으로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지방, 특히 군 지역의 인구 감소는 점점 심각해질텐데 나중에 이러다가 전국의 주요 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철도역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슬픈 생각도 들어요.
어쨌든 경북선은 우리나라의 지방 철도 노선 중에서도 사정이 가장 심각한 노선이라 하루에 운행하는 정기 열차 편수가 겨우 왕복 3번입니다. 주말에는 왕복 1번이 추가되고요. 예전에는 금요일을 제외한 다른 날에는 관광열차이지만 거의 정기열차나 다름없이 운행되던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도 다녀서 그나마 왕복 1편이 더 다녔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가장 많은 날이 겨우 왕복 5번이었는데요, 2016년 9월에 결국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가 폐지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열차 편수는 더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예천읍 주민들은 분명 하루에 몇 편 있지도 않은 열차 시간에 맞추어 버스보다 빠르지도 않은 열차를 굳이 이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예천역이 아무리 예천군의 중심역이라 해도 승객이 많기가 힘든 상황인 것이죠.
역 안도 출발하는 열차가 없는 시간이라 그런지 완전 텅텅 빈 상태였습니다. 물론 애초에 타고 내리는 사람 자체도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요.
텔레비전도 꺼져 있는 텅텅 빈 맞이방.
예천군은 한때 인구가 16만 명을 넘은 적도 있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나름 번화한 곳이었는데요, 그 이후 인구가 꾸준히 감소해 지금은 4만 7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예천군과 안동시 경계에 경상북도청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도청도 옮겨 왔고, 새로 아파트 단지도 많이 들어오는 등 신시가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예천읍과는 차로 15~20분 정도 거리인 것 같고요. 그래서 아마 예천군 인구가 조금이라도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경북선 무궁화호는 경북선만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경부선 김천-부산 구간도 운행을 합니다. 즉 부산-영주로 운행을 하는 것이죠. 경북선 구간만으로는 수요가 너무 적어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승객이 많은 경부선 부산-김천 구간의 승객들로 경북선 구간의 적자를 메우는 식으로 운행을 하는 것입니다. 경북선 열차를 아예 운행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주말에는 정동진발 부산행 열차와 부산행 정동진행 열차가 운행하는데요, 부산발 정동진행 열차가 예천역에 정차하는 시간은 위의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오전 2시 24분, 즉 새벽 2시 24분입니다. 아니 시간대가 왜 이런 건지...ㅋㅋㅋㅋㅋ 정동진에 해돋이 보러 갈 때 타기에는 좋을 것 같네요. (원래는 강릉-부산, 부산-강릉인데 현재 강릉역이 영동선 강릉시내 구간 지하화 사업으로 임시 폐역된 상태라 모든 강릉행 열차가 정동진역까지만 운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역은 이미 다 지어진 상태라고 하고 이번 중순에 경강선 KTX가 개통되면 강릉역도 다시 영업을 시작할테니 그때는 강릉행으로 바뀌겠죠?
위의 시간표는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가 다니던 시절(2016.3.)이라 시간표에 나와 있는데, 이 열차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2016년 9월에 폐지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다니지 않습니다.
한편 경북선은 원래 일제강점기에는 지금과는 달리 영주가 아닌 안동으로 이어지는 노선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일제는 군수물자 부족을 이유로 안동-점촌 구간의 선로를 뜯어가 버렸고 이 구간은 폐션으로 남게 됩니다. 그렇게 한참을 김천-점촌 구간만 남아 있던 경북선은 1966년 한 해 동안 점촌-예천, 예천-영주가 차례차례 개통되면서 다시 전구간이 복원되었습니다. 다만 예천-안동 구간은 예천-영주로 변경이 되어 개통되었고요. 그 경북선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어등역 근처 선로가 2016년에 약간 이설되기는 했지만요.
예천역 앞 풍경입니다. 예천역은 예천읍에서는 약간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역 앞이 많이 번화한 편은 아닙니다. 번화가는 여기서 조금 더 동쪽으로 가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예천역 바로 길 건너에는 예천시외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예천읍 주민들은 예천의 다른 지역이나 시외 다른 지역으로 갈 때 보통 시외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유교의 영향이 강한 경상북도 지역답게 도로 이름도 '충효로'네요. 영주에는 '선비로'도 있던데... 그나저나 그때문인지 경상북도는 우리나라에서 남아선호가 가장 심한 지역이랍니다. 특히 예천은 경상북도 내에서도 남녀출생성비가 가장 불균형한 지역 중 하나라고 합니다. 여아가 100명 태어날 때 남아가 120~130명 태어난다고 하네요. 정상상태에서 출생성비는 105 정도가 적당하고 우리나라 전체로는 평균적으로 110 정도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경상북도 지역은 120~130 정도인 지자체도 많더라고요. 심한 경우 150을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좀 오래되기는 했는데 2001년에는 경북 군위군의 출생성비가 무려 166.6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해요. 여아가 100명 태어날 때 남아는 무려 166명이 넘게 태어났다는 것이죠.)
확실히 텅 빈 기차역과는 다르게 시외버스터미널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버스도 쉴새없이 들락날락 하며 사람들을 내려주고 태우고 떠나고요. 철도 마니아로서는 뭔가 안타까운 풍경이었어요.ㅠ.ㅜ 하지만 철도 회사들도 무작정 적자를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주민들도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그럼 이상으로 예천역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예천역 관할 +
- 한국철도공사 경북본부 점촌관리역
+ 예천역 주소 +
- 경상북도 예천군 예천읍 역전길 4
+ 예천역 연혁 +
1928.11.01. 개업
1944.10.01. 점촌역~안동역 구간 폐선에 따라 폐역
1966.01.27. 점촌역~영주역 구간 개통에 따라 재개업
2009.10.31. 화물 취급 중지
+ 예천역과 같은 노선의 근처 역 +
- 경북선 : 김천 방면 ←---[용궁]---[개포]---[[예천]]---[어등]---[영주](종점)
*경북선 용궁역, 개포역, 영주역은 경북선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 가실 수 있으며, 어등역은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아 철도를 이용해 가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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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3. 경춘선통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