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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닷가 간이역이 KTX 정차역이 된 이야기 - 영동선 정동진역 (2020. 6. 13.)본역사(한국철도)/①층 - 역(驛) 2021. 8. 1. 13:46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작년에 제가 한 달에 한, 두 번은 블로그에 글을 쓰겠다고 말씀을 드렸으나... 직장 생활을 해보니까 퇴근하고 와서 뭔가 한다는 게 되게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네요... 자취를 하고 있다보니 집안일도 많고... 하지만... 다 핑계..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렇게 마음 먹고 글을 올려봅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 생활 와중에도 하루에도 몇 개씩 글을 올리곤 했는데, 왜 블로그에 글쓰기가 마음 먹고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오랜만에 소개해 드릴 역은 지난번 포스트에서 소개해 드렸던 '강릉역'에 이어 또다시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정동진역'입니다.
정동진역은 워낙 유명한 역이라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이름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역이면서, 매일 수많은 여행객이 찾는 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래 정동진역은 탄광촌의 작은 간이역으로 시작했답니다.
지금은 정동진 지역이 탄광과는 관련이 없게 느껴지지만, 원래 정동진역이 있는 강릉시 강동면(구 명주군 강동면)은 탄광이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근처의 안인리에는 영동화력발전소가 들어서기도 했고요. (영동화력발전소는 현재는 석탄이 아닌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로 전환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석탄 수요가 급격하게 줄면서 석탄산업합리화정책에 따라 1989년에 강동면의 모든 탄광이 폐광되었고, 탄광촌으로 유지되고 있던 정동진 인근은 급격히 쇠퇴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어나를 석탄도, 열차를 이용한 탄광촌 주민들도 사라져버린 정동진역은 이용객이나 그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들어서 결국 폐역 직전까지 가기도 했었습니다.
그랬던 정동진역은 1995년에 방영되었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하면서 크게 유명해졌는데요, 이덕분에 정동진역은 폐역 위기에 놓였던 역에서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바다와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역'이라는 타이틀로도 많이 알려졌고요.(사실 기네스북에 그렇게 오르기는 했지만, 바다와 더 가까운 역들이 당장 다른 나라에도 몇 군데가 있다고 해요... 백사장 없이 바닷물과 바로 붙어 있는 역들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해변(해수욕장)'과 가장 가까운 역'이라고도 하던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네요. 어찌 되었든 바닷가 백사장에 바로 붙어 있는 건 사실이니까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정동진역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되었고요, 한때 완행열차마저 통과하던 바닷가 작은 간이역은, 무궁화호 필수 정차역, 새마을호 필수 정차역까지 발전하더니, 2020년 3월 2일 동해행 KTX가 개통되면서 결국은 KTX까지 필수 정차하는 역이 되었답니다. 현재는 동해-강릉 간 누리로 열차와 서울-동해 간 KTX가 정차하는 역이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동진역은 원래 해돋이 명소로 유명해서 이전에는 서울 청량리나 부산 부전역에서 밤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해뜨는 시간을 얼마 앞두고 새벽 시간에 정동진역에 도착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열차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가 강릉역까지 올라오지 않고 동해역에서 끊기게 되었고, 대신 동해-강릉 구간은 이 구간만 오가는 셔틀 열차가 다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바람에 해돋이를 보러 밤새도록 기차를 타고 도착하면 짠! 하고 뜨는 해를 보는 그런 일은 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ㅠ.ㅜ 열차 시간대도 다 애매해서 동해역에서 갈아탄다고 해도 해돋이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기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굳이 해돋이를 생각하지 않아도 일단 정동진에서 태백, 정선, 영월, 제천 방면으로는 기차를 타고 한 번에 갈 수 없게 되어서 열차 이용이 불편해진 면도 있고요. 왜 굳이 이렇게 끊어 놨는지 잘 이해가 안 돼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 맞든 아니든 사실 바다가 코앞이라 어느 역이 더 가까운가를 따지는 의미가 없긴 한 것 같아요. 정동진역에 내리면 이렇게 바로 앞에 백사장이 펼쳐져 있으니까요! 바닷바람이 좀 세긴 했지만 정말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춘천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가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기차도 정말 오랜만에 탔었구요. 그리고 이때(2020년 6월)만 해도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20년 2월 말 신천지 집단감염 900명을 넘겨 정점을 찍은 이후로 쭉 감소해 하루 30~40명 대로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이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어요.
정동진역의 '정동진'은 서울 광화문으로부터 정동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건 조선시대 측량 기술의 한계로 인한 오류로 잘못 측정된 것이고, 실제 광화문에서의 정동쪽 지점은 이보다 더 남쪽의 강원도 동해시에 있다고 합니다. 비록 오류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정동진'은 그 이름 때문에도 해돋이 명소로 조금 더 유명해진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ㅎㅎㅎ
정동진역 구 역사입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정동진역사로 사용되었는데요,
2014년에 강릉시내 철도 지하화 및 강릉역 신설 공사로 정동진역이 강릉역 대신 영동선 열차의 종착역 역할을 하게 되었을 때, 옆에 건물을 새로 지어서 정동진역사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구 역사도 물론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고요.
해뜨는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열차가 없어진 지금에 와서는 큰 의미가 없어진 안내판...
예전에는 정동진역 타는 곳에서 바로 옆 해변 백사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요, 지금 현재는 부정승차 방지, 레일바이크 신설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역 건물을 통해 빠져 나와 도로를 따라 해변으로 돌아가야 한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동진역 맞이방 입구에는 해변 가는 길이 따로 안내가 되어 있어요. 위 사진의 맞이방 건물이 바로 위에서 말씀드린, 지난 2014년 강릉역 신축 및 강릉 시내 구간 철도 지하화 공사로 인해 정동진-강릉 간 열차 운행이 중지되어 정동진역이 종착역이 되었을 때 새로 지은 역사랍니다.
그래서 이렇게 구 역사는 일반인들은 출입을 못하게 막힌 상태로 옆에 남아 있어요.
그나저나 저는 구 정동진역사와 정동진역 광장만 보면 20대 초반 여기 혼자 해돋이를 보러 새벽에 도착해서 경험한 무서운 일이 생각나네요... 사실 막 엄청 무서운 일이라기보다는...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는데 역 밖으로 나오니 웬 할머니들이 몰려와서 "총각 아직 해뜨려면 시간 남았어 자고 가! 아침까지 자고 가! 아가씨 있어!" 막 이러시는 거예요!!! 처음엔 잠이 덜 깨서 뭔소린가 했는데 성매매를 하라고 유인하시는 거더라고요. 진짜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겁에 질려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안 자도 돼요 안 졸려요!!!" 이러면서 할머니들을 뿌리치고 얼른 바닷가로 도망갔었고요. 지금도 그런 분들이 계시는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잠시 정동진 해변에 다녀오겠습니다.
저 멀리 정동진의 명물이자 흉물이라고 불리는 선크루즈 호텔이 있네요. 명물이든 흉물이든 재미있는 발상이기는 한 것 같아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손님이 많아도 배가 산으로 가는군요. 코로나 때문에 다들 몹시 신경이 곤두 서 있는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당시만 해도 하루 확진자 수가 상당히 줄어든 상태였고, 날씨도 꽤 더워서 바닷바람을 쐬러 나들이 오신 분들이 꽤 계셨어요. 저도 이때만 해도 수험생활 중이었던데다가 코로나 땜에 도서관도 문을 닫아서 거의 매일 제 방에 박혀서 공부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랜만의 여행에 매우 들떠 있었답니다. 물론 마스크 땜에 좀 덥기는 했지만요.
어쨌든 다시 기차를 타러 정동진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이 있는 춘천에 가야 했는데요, 정동진에서 춘천 방향으로 바로 뻗은 기찻길은 없기 때문에 빨리 가려면 강릉에 가서 버스를 타거나 하는 게 나았지만, 저는 오랜만에 기차를 실컷 타고 싶었기 때문에 정동진에서 청량리까지 KTX를 타고, 청량리에서 남춘천까지 ITX-청춘을 타는 경로를 선택했습니다. 강원도에서 강원도 기차 타고 가는데 서울을 거쳐야 하다니... 하지만 오롯이 기차만 타고 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요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정동진역 자체도 유명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열차가 지나다니는 철도역이기 때문에 함부로 타는 곳에 들어가면 안돼요!! 대신 타는 곳까지 들어가보고 싶은 관광객들을 위해 1인당 천 원 하는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사람들이 아무리 안내를 해도 말을 정말 안 듣는다는 거였어요. 몰래 막무가내로 들어가려다가 혹은 안내문을 아예 신경을 안 쓰고 막 들어가려다가 역무원분들의 제지를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냥 들어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정동진역 역무원분들은 그런 분들 제지시키시느라고 목이 쉴 지경이신 것 같더라고요...ㅠ.ㅜ
정동진역 타는 곳에는 요즘 많은 역들에 설치되어 있는 승강장 내 대기실이 역시 마련되어 있는데요 특이하게 바닷가쪽인 3, 4번 타는 곳의 대기실은 바닷가를 향해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대기실 안에 앉아 동해바다를 구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어요.
저도 잠시 대기실 안에 앉아 바다를 구경하며 열차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서울역으로 가는 KTX-산천 열차가 들어옵니다. 완행열차도 통과하던 역에 KTX라니...
정동진역을 출발하면서 차창 밖으로 바라본 바다 풍경입니다. KTX 열차 안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또다시 오랜만에 쓴 글이라 글이 약간 중구난방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금방 다시 또 뵈어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그럼 마지막으로 정동진역과 근처에서 찍은 영상들을 보여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정동진역 관할 +
- 한국철도공사 강원본부 강릉관리역
+ 정동진역 주소 +
- 강원도 강릉시 정동면 정동역길 17
+ 정동진역 연혁 +
- 1962.11.06.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1962. 11.11. 역사 준공
- 1988.01.01. 소화물차 취급 중지
- 1996.01.01. 여객 취급 중단
- 1997.03.15. 승강장 구조 변경 및 여객 취급 재개
- 2002.07.16. 새마을호 열차 정차
- 2005.09.01. 전철화 개통
- 2005.09.30. 화물 취급 중단
- 2014.09.15. 경강선 공사로 인한 강릉역의 영업 중지로 임시 시・종착역이 됨
- 2018.07.18. 안인~강릉 간 영동선 선로연결 공사 완료로 중간역으로 전환
- 2020.03.02. 강릉삼각선 개통과 함께 강릉선 KTX 운행 개시. 동시에 청량리/동대구/부전/부산 방면 무궁화호는 동해역까지 단축되어 운행이 중지되고, 동해~강릉 간 셔틀 무궁화호/누리로 운행 개시
- 2020.08.19. 동해산타열차 운행 개시
+ 정동진역과 같은 노선들의 근처 역 +
- 영동선 : 영주 방면 ←---[망상해수욕장]---[옥계]---[[정동진]]---[안인]---[청량](종점)
* 영동선 망상해수욕장역은 매년 7~8월경 여름휴가철에만 열차를 이용하여 가실 수 있었으나, 2020년 이후 열차 운행 체계 변동 및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여름휴가철에도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있습니다.
* 영동선 옥계역, 안인역, 청량역은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으므로 철도를 이용하여 가실 수 없습니다.
* 영동선 영주역은 정동진역에서 바로 가는 열차는 없고, 동해역까지 강릉-동해 누리로 셔틀열차를 이용한 뒤 동해역에서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로 갈아타셔서 가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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