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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나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어...민자역사 - 일상/①층 - 사는이야기 2005. 4. 16. 12:53
오늘은 토요일!
학교가 일찍끝나서 기분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오늘 학교에서는 1,2교시 때 적성검사를 하고 3교시에는 과학보충수업을 했죠..
그렇게 3시간이 끝나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제 친구 중에 굉장히 어른스러우면서도 성격이 밝고 활달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를 생각해 이름은 밝힐 수 없습니다.
아무튼 오늘도 학교가 끝나고 저와 그 친구는 같이 학교를 나왔습니다.
저와 그 친구는 공통관심사인 철도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러다가 저는 한문교과서에 저희 엄마 성함과 한자까지 똑같은 단어(정숙;貞淑)가 나와서
신기했따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정수기 얘기를 하거나, 도서관에 붙어 있는 "정숙"안내판을 볼 때 마다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도 경복이(아마 "경보기"일듯..)도 있다면서 같이 얘기를 했고 우리 둘은 그렇게 즐겁게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계속 엄마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을 여러군데 말하며 재미있어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친구가 말했습니다.
"넌 엄마 계셔서 좋겠다."
??? 갑자기 저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서 "응?"하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아니다...얘기 계속해."라고 했습니다.
저는 좀 머뭇거리다가 어제와 그저께 1호선에 불이 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아니, 해주다가 말았습니다.
그 친구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다시
"넌 엄마 계셔서 좋겠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응?"
이라고 되물었더니
그 친구가 말하길
"나.. 사실... 엄마 안계셔...,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어.....
내가 겉으로 보기엔 이래도 속으로는............."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한번도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동안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파악한 그 친구는 얼른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지만,
저는 그 친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계속 내가 이 친구에게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까..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가 탈 시내버스가 도착해서 친구는 저에게
"안녕~! 잘가~"라는 인사말을 던지고 버스에 탔습니다..
저도 "안녕~"이라고는 해주었습니다만,
계속 친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안계시다니
처음 안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르는 것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 친구에게 나중에라도 이 얘기를 다시 꺼내면 친구 기분이 이상해지겠죠??
앞으로 그 친구 만나면 다시 평소처럼 신칸센 얘기나 해야겠습니다.
(저한테 가르쳐 주세요..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 잘 모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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