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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역은 외롭다본역사(한국철도)/②층 - 역... 2006. 2. 18. 02:19
2월 16일 목요일... 고등학교 반배치고사를 보고 춘천역에 다녀왔습니다.
자꾸만 춘천역에 가고 싶어요... 없어질까 두렵기도 하고요.
춘천고등학교 후문으로 나가서 택시를 타고 춘천역까지 왔습니다.
춘고에서 춘천역까지는 택시비 기본요금만 나오는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춘천역사고 역 앞 풍경이고 다행히 작년 12월 때랑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 했습니다.
역사 왼편에 열린 쪽문을 통해 승강장쪽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제는 잔해들 마저 깔끔하게 거의 다 치워져 있었습니다.
개찰구쪽 출입문은 추워서 그런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근데 손님이 있어야지...
선로와 승강장이 있던 자리입니다. 그냥 공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대충 보면 어디가 선로였고 어디가 승강장이었는지 구분은 됩니다.
춘천역 승강장쪽에서 유일하게 온전히 남아있는 춘천역 역명판...
예전에는 승강장에서 열차에 타는, 또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바라보았겠죠.
하지만 지금 춘천역 역명판이 바라보는 곳은 자갈과 흙이 뒤섞인 공터 뿐입니다.
역 한 귀퉁이에는 콘크리트 침목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왜 저기 있는지는 저도 잘..;;
승강장 터에 서 보았습니다. 작년 여름 춘천역에서 기차를 마지막으로 탈 때만 해도
여기 서 있으면 양쪽에 무궁화호 열차가 서 있고, 역무원 아저씨도 서 있었는데...
지금은 자갈들 사이로 흙더미가 봉긋 솟은 모양을 보고 '아. 여기가 승강장이었구나...'
겨우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승강장과 선로터를 가로지르는 중장비 바퀴자국들.
역에서 내려서 승강장 끝으로 오면 이렇게 예쁜 춘천역사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재미있는 표정의 장승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어... 근데 장승이 이거보다 많았던 것 같은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철저하게 잘 부숴놓았습니다.
춘천역 화단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었던 파란 플라스틱 화분 하나하나마저
산산조각을 내어 내팽개쳐놓았습니다. 아직 쓸만했는데..;;
춘천역 역명판 위에 살짝 보이는 'ㅊ'...
춘천의 "춘"자의 "ㅊ"일것입니다. 벽에 "춘천"이 새로로 쓰여져 있었겠죠.
이렇게 오래된 소중한 흔적을 간직한 건물들인데... 철거한다니...
아까 장승이 좀 적어보인다 했더니...
공사장분들이 떌감으로 사용했던건지 주변에 탄 자국들...
그리고 눈을 부릅뜬채 쓰러져 있는 장승 하나... 죽은걸까요?
춘천역을 방문해 주는 손님들을 즐겁게 맞아주던 장승의 최후는...
춘천역의 시간은 아직도 2005년 9월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색바랜 포스터... 색다른 느낌이군요.
더 이상 아무 깃발도 걸려 있지 않습니다.
태극기도... KORAIL깃발도... 새마을깃발도...
역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개찰구 문은 이상하게 뒤틀려 있었습니다.
양쪽 문이 다 안열리니 춘천역은 더 이상 손님맞기는 정말 틀렸군요.
아쉬운 마음에 열린 창문으로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작년 12월에 왔을 때 보다 더욱 지저분해진 모습입니다.
9월에 정지한 줄만 알았던 춘천역의 시간도, 나름대로는 흘러갔습니다.
어떤 고마운 분이 달력을 한장 넘겨주셨군요... 2005년 10월입니다.
춘천역의 시간은 아직 2005년 10월입니다.
역무실 상태는 가관이었습니다. 차마 눈 뜨고 못 볼정도...
거기다 역 안은 지저분하고 이상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더 이상 낭만의 춘천역은 없었습니다.
역 앞 광장식당은 문을 연건지 닫은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안에서 물소리 같은게 들리는 것도 같았고요...
하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요, 손님이 있을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에어컨 실외기가 있던 작은 집도 텅 비어버렸습니다.
춘천역의 영업정지와 삼곡역의 여객취급중지를 알리던 안내판도 바닥에 나뒹굽니다.
춘천역 앞은 12월 보다 유난히 썰렁해 보였습니다.
이걸 보고 왜 그런지 알았습니다. 작년 12월에는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춘천역도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였기 때문에 일본관광객들이 비록 영업정지 중이지만
내려서 사진도 찍고 철거사실을 알고 아쉬워하며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일본관광객들도 찾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한팀이 역 앞에 잠깐 섰지만 문을 잠깐 열어보더니 다시 문을 닫고 출발했습니다.
춘천역... 근화동 190번지...
매점 셔터는 영업정지 전부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쪽문으로 들어가면
맞이방 쪽으로는 매점이 열려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쪽문으로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쪽문에는 빨간글씨로 "폐쇄"라고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쪽문 앞이 쓰레기장이라도 되는 듯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과 각종 폐기물들... 냄새도 정말 참을 수 없이 지독했습니다.
아래 사진.. 상자 속에 카드 크기의 경춘선 열차시각표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조금만 빨리 나왔다면... 아니면 다른 역으로 갔다면
이 열차시각표들은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서 도움이 되었을텐데
사람 손에 한 번 쥐어져 보지도 못한 채 이렇게 쓰레기더미 속에 박혀 있었습니다.
남춘천역-춘천역 셔틀버스는 운행 의미가 거의 없어보입니다.
손님이 탄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1,2명 정도는 태우고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심각하게 사진을 찍다가 "푸훗~!"하고 살짝 웃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 사진에서 찾아보세요... 처음엔 그냥 오타려니.. 했는데
보면 볼수록 황당하네요... 읽어봐도 특이하고요.. ㅋㅋㅋ
화장실은 작년 12월보다 더 확실히 폐쇄되어 있습니다.
그전에는 나뭇조각 몇개로 유리문을 막아놓았었는데,
이제는 아예 딱 맞는 크기의 나무판자를 구해 막아놓았군요...
춘천역은 너무 외로운 나머지 혼자서 문을 하나 하나 닫아가고 있었습니다.
역 건물을 빙 둘러싸며 바닥에 그어진 하얀 선...
굉장히 불길합니다. 철거와 관련된 표시를 한 것일까요?
춘천역... 아무리 봐도 너무 예쁜데 이걸 철거해 버린다니요...
새 역을 크게 짓는 것도 좋지만 지금 역사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
다른 곳에다 옮겨놓거나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래 사진은 하얀 선 모서리 부분.. 도대체 무슨 표시일까요?
이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도로가로 나왔습니다.
춘천역 앞을 지나가는 도로의 이름은 "근화로"입니다.
춘천의 주요도로 중 하나이지만, 미군부대 때문에 워낙 외진 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가기 꺼려하는 곳 중에 한 곳이죠... 춘천역 옆에는 사창가도 있고요.
춘천역 버스 정류장... 사람은 당연히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셔틀버스를 타는 사람도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젠 춘천역에 내려서 춘천시 새주소 안내도와 시내버스 노선도를 볼 사람도 없습니다.
춘천역에 섰던 시내버스는 62번, 63번... 다 빨강버스(순환버스)입니다.
춘천에서는 번호판 색으로 버스의 종류를 구별합니다.
근데 서울처럼 광역, 간선, 지선, 순환 이렇게 구분하는 건 아니고요,
어디 방면, 어디 방면, 시내 순환 등등 이렇게 구별합니다.
지금은 62번 버스는 지금은 춘천역으로 오지 않나 봅니다.
새로 붙인 듯 한데 63번만 표시되어 있습니다.
춘천역과 소양댐을 오가던 12-1번 좌석버스도 종점이 남춘천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춘천역은 스쳐지나가지도 않습니다.
춘천역 앞 풍경... 춘천 시내가 펼쳐져 보입니다.
하지만 시커먼 미군부대 담과 철조망들...
미군부대는 이미 철수한지 꽤 되었지만, 철거는 안돼고 있네요...
어차피 철거될 거라면,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거라면...
새 춘천역 잘 지어서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춘천역... 옆에 있어도 그리운 역입니다.
+ B O N U S 1 +
이 날 반배치고사 끝나고 고등학교 교과서 16권을
아래 사진 종이가방에 넣어서 나누어 주었는데요,
이거 들고다니면서 사진 찍느라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ㅎㅎ
얼마나 무겁던지요... 이렇게 고생하면서 사진찍었으니까요~!!
"리플좀 달아주세요.~!!!ㅋㅋ"
+ B O N U S 2 +
오늘 2월 18일은 대구지하철 참사 3주기 되는 날입니다.
아무 죄 없이 지하철 열차 안에 갇혀 고통스럽게 돌아가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200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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