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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절"에 가다민자역사 - 일상/①층 - 사는이야기 2006. 12. 28. 02:25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이상하게도 무려 "절"에 갔다왔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절에 가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사실, 절에 갔다기 보다는 그냥 팔공산 관봉을 등산하러 간 거였어요.
물론 엄마는 예전부터 갓바위가 꼭 보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즐겁게 보낼 생각을 했던, 더군다나 등산을 싫어하는 저로써는
영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가족들끼리 저~먼 대구까지 가는데 혼자 집에 있기는 그래서..
흠... 처음부터 사람을 좀 힘들게 하는 등산로...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고 평평하게 닦아 놓는 바람에 사람은 더 힘듭니다.
안 힘들 것 같지만, 이런 길이 은근히 더 힘들더라고요.
곧 관암사라는 절에 도착했습니다.
차를 타고 오다가 본 "동화사"라는 절의 입구에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쓰여져 있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관암사에서는 크리스마스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하지만 등산객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 중 크리스마스에 관한 얘기도 꽤 많았기 때문에
산 속의 절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암사를 지나자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올라가는데 1시간 정도가 올라간다고 했지만,
제가 등산을 잘 못하는 편이라, 중간에 조금가다 쉬고, 조금가다 쉬고...
결국 1시간 반이나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저 때문에 가족들도 덩달아 많이 쉬었죠...;;
오~ 머리에 평평한 돌을 얹고 있는 부처님... 국사책에서 본 것 같아요..ㅎㅎ
해마다 수능 전에 전국의 수많은 고3 엄마들이 몰려가는 곳이기도 하죠.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더군다나 크리스마스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보면...
정말 유명한 장소 인 것 같았습니다.
높은 곳이라 그런지 경치도 좋았습니다. 저 멀리 내려다 보이는 산들...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친구들, 학교 선생님들께
"저, 크리스마스에 절에 왔어요~~!!"라는 황당문자를...ㅡ.ㅡ;
사실, 조금 무서웠습니다. 위 아래 사진을 찍은 곳이 거의 절벽 수준의 모습을 한 곳이었는데,
추락을 방지해주는 울타리라고는 겨우 허리를 조금 넘는 높이... 으으으...
보면 볼수록 신기합니다. 왜 머리 위에 저런 돌이...
크리스마스에 보니 더 신기하네요.
요즘에는 불상이 자꾸 기울어져서 문제가 된다는 얘기도 들리더라고요.
구름이 마주보입니다.
열심히 절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
근데 좀 피곤해 보이시네요.
내려오는 길... 이번엔 다른 길로 내려옵니다.
내려오다가 만난 절은 "약사암"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등산로 가운데 있어서, 등산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역시 이 곳도 크리스마스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산사는 바깥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것 처럼도 보입니다.
30만원을 시주하면 개인별로 불상을 하나씩 모실 수 있다고 써붙여놨더군요...
사실 이 날 절에서 이것저것 보면서 크게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너무 상업적인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완전 절이 장사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뭐하시려면 돈, 돈 내면 뭐 해드립니다.ㅡ.ㅡ;; 돈,돈,돈 얘기가 많더라고요.
심지어 할부가 가능하다는 현수막도 떡 하니 붙여놓고...ㅡ.ㅡ;;
종교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별로 좋은 것 같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뭐 어쨌든... 절밥은 맛있습니다.(^^;;)
근데 절밥도 2000원을 시주하시면 준다고... 하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무조건 공짜로만 먹으려고 하는 것도 좀 그렇죠..^^;;
(김밥은 엄마가 싸 가신 것임)
더 내려왔더니 이번엔 웬 사천왕상이...
어릴 때 부터 생각해왔던 거지만... 이 사람(?)들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밟히고 있는지...
큰 죄라고 해도...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얼마나 힘들면 눈물까지 흘리는지...
별 생각을 다하네...ㅎㅎ^^;;
새로 만든 듯 아주 깨끗한 탑...
저~기 산꼭대기에 있는 건물이 제가 아까 서 있던 곳입니다.
돌로 만든 스님들(?)... 참 재미있는 것은 하나도 같은 표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내려올 때는 시간이 훨씬 적게 들었습니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왔네요.
이렇게 넓은 경사로는 올라갈 때도 힘들지만 내려갈 때는 더 힘듭니다.
발이 앞으로 확확 쏠려서 나중에는 발가락 끝이 아프더라고요...
가파르기는 또 얼마나 가파른지요...
주차장에 도착...
(크리스마스 파티는 전날에 미리 해 놓고 갔죠...ㅋㅋ)
요즘에 뉴스를 보니 절에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예쁘게 꾸며 놓는 등,
종교 간의 화합이 잘 이루어지고 있던데,
제가 이 날 간 절들은 전혀 그런 것을 볼 수 없어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습니다.
불교에서도 종파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가봐요...
크리스마스에 절에 갔다와서 좀 이상하기도 했지만,
정말 이제까지 집에서 그냥 TV보고, 가족들끼리 근처에 잠깐 놀러가고, 맛있는 것 먹고,
그랬던 것 과는 많이 달라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입니다.
2006.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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