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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 본 수험생의 수능 날 이야기민자역사 - 일상/②층 - 학교 2008. 11. 14. 22:50
저는 어제 수능을 봤어요~ 그리 잘 보지는 못했구요..^^;;
수능 날 시험장의 풍경이나 수험생들의 심정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이 글을 씁니다~
아침
아침에 온 가족이 차를 타고(^^;;) 제가 시험을 볼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에 갔습니다. 학교 근처에 가니까 벌써 여러 학교 학생들이 나와서 응원을 하느라고 난리가 났더라고요. 저는 기계공고에서 응원을 하지는 않았었지만, 어쨌든 1학년 때 수능응원을 하기 위해 새벽 5시부터 기다렸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아니었지만, 전 날에 미리 와서 학교 내부구조나 수험장을 모두 확인한 뒤였기 때문에 별로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이 너무 복잡한 바람에 가족들과는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채 친구와 함께 교문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저는 솔직히 수능 날 아침에는 엄청 떨릴 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게 많이 떨리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막상 제가 시험을 볼 10시험실에 들어가니 미리 와 있었던 사람은 아무 말도 안하고 다 그냥 조용히 앉아 있더라고요. 아는 친구들끼리만 간단히 손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화장실에도 다녀왔고요, 시험에 필요한 수정테이프와 컴퓨터용 사인펜, 지우개, 샤프심, 수험표, 주민등록증을 책상 위에 꺼내놓고(수정테이프는 감독선생님께 빌릴 수 있고 컴퓨터용 사인펜도 나누어 주지만 자신의 것을 사용해도 돼요) 가만히 EBS 파이널 언어영역 수록작품 요약책자를 보고 있었습니다.(EBS 이 거짓말쟁이 아저씨 아줌마들..ㅠ.ㅜ 이 얘기는 이따가~)
입실 완료 시간인 8시 10분이 되니 1교시 감독선생님 두 분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남자 선생님 한 분, 여자 선생님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보통 제1감독은 고등학교 선생님, 제2감독은 중학교 선생님인걸로 알고 있어요. 우선 시험 볼 때 필요한 물품을 제외한 모든 물품(가방, 도시락)을 교실 앞 쪽에 모두 냈습니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휴대 금지 물품을 걷었습니다. 모두들 긴장한 상태였고요, 화장실 한 번 갔다온다고 말하는데도 모두가 조심스러웠습니다. 감독 선생님은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시려고 계속 편안한 말투로 말씀을 해주셨고요. 어쨌든 1교시 준비령이 울린 뒤 감독 선생님과 수험생이 해야할 일에 디한 안내방송이 나왔고 언어영역 답안지와 시험지를 나누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답안지에 수험번호를 쓰고, 필적확인란과 성명란을 기입했습니다. 그리고 8시 37분 쯤 음질 테스트 및 듣기 평가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교시 - 언어영역 (08:40~10:00)
듣기 평가 안내 방송이 줄줄 나오다가 40분이 되기 직전에 듣기 평가는 본령 없이 시작된다는 말이 나왔는데 순간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딱 들면서 갑자기 막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잠시 후 바로 '1번 부터 5번까지는 듣고 답하는 문제입니다~~' 그 때부터 본격적인 언어 듣기 평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간과 외국어 듣기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된다죠? 사실 예전에는 언어듣기아 그냥 점수 주려고 낸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3학년 들어와서는 국어듣기도 얼마나 헷갈리던지... 역시 수능 언어듣기도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3번 문제였던가요? 토론의 형식에 따라 올바르지 못한 발언을 하지 못한 부분을 찾는 문제는 정말 새롭고도 어려운 유형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언어듣기가 끝나고 6번부터 본격적으로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쉽게 문제가 술술술 잘 풀리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잘 풀리는 바람에 조금 여유를 부렸고 결국 끝에가서는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진짜로 그 때 거의 울뻔했어요..ㅠㅜ 얼마나 난감하던지... 이제까지 그래도 믿을만한 과목이었던 언어 때문에 수능을 망치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정말 서럽더라고요... 모의고사 볼 때 시간이 부족할 때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어요. 모의고사 볼 때는 '에이 모르겠다~' 이런 심정이었는데, 수능 때 이러니까 정말 울고 싶더라고요... 긴장하면 긴장할수록 화장실만 가고 싶어지고... 방송에서는 '1교시 종료령 10분 전입니다'라는 낭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ㅠ.ㅜ
그래도 어찌하여 (홀수형) 마지막 지문 '박씨전'까지 왔는데, 웬걸요..ㅠ.ㅜ 시간이 5분밖에 안남은 거에요... 그래서 결국은 박씨전을 포기하고 마킹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킹을 하고 나니 시간이 한 2~3분이 남아서 '오!' 하고서는 얼른 대충 찍다시피 풀고 마지막 50번 문제를 사인펜으로 쭉 긋는 순간 바로 종료령이 쳤습니다.
쉬는 시간
'으앙~ 언어 망쳤다~'라는 생각에 정말 좌절감이 몰려왔습니다. 이래서 언어를 잘 봐야지 하루가 괜찮다고 하나봐요... 어쨌든 전 날에 '언어는 무조건 잘 봤다고 생각해야 돼. 그래야지 다른 영역에 영향을 안 미치지'라는 말이 떠올라서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다음 시간 준비도 했습니다. 놀란 건 쉬는 시간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교복입고 담배피우는 다른 학교 학생들... 처음엔 재수생들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제 친구도 담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피우고 있었구요..ㅡ.ㅡ;;; 저 같이 순수한 아이들(얘가 수능 보고나서 얼굴에 철판을 깔았나..ㅡ.ㅡ)에게는 매우 신선한(?) 풍경이었어요... 곧 2교시 감독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2교시 - 수리영역 (10:30~12:10)
우왓~ 제가 제일 자신 없어 하는 수리 영역.ㅠ.ㅜ 저는 문과라서 나형을 봤는데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가장 쉬운 2점짜리 문제 중 하나인 3번 문제에서부터 막혔습니다. 좀 낑낑거리다 어이없이 쉽게 풀어버린 뒤 집중력을 좀 높여야겠다는 생각에 주머니에 있던 초콜릿을 하나 꺼내 먹었습니다... 쭉쭉 풀다가 평소에 제가 풀던대로 4점짜리는 모두 건너 뛰고 2,3점짜리를 모두 풀었습니다.
그리고 4점짜리 13문제가 남았는데,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잘 안풀리더라고요..ㅠ.ㅜ 낑낑대다 보니 시간은 초고속으로 흘러가는 중.... 결국 어떻게 풀었는지도 모르게 푼 문제는 푼대로 마킹하고 못 푼문제는 찍고 해서 수리영역을 마쳤습니다. 수리영역은 평소에도 항상 이래왔기 때문에 평소만큼만 보자고 다짐한 저에게 별로 큰 좌절감 같은 걸 갖다주지는 않았습니다..^^;;
점심 시간
오전 시험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건 저뿐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들 모두 '으앙~ 나 재수할래~ 망했어~' 이런거 비슷한 말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잘 봤다고 하는 애들은 한명도 없더라고요... 단 다른 시험실에 있던 제 친구가 수리영역을 매우 잘 봤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쨌든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먹는다고 먹었는데 나중에 보니 거의 바닥이 보이게 다 먹었더라고요. ㅋㅋㅋ (역시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잘먹는 우리의 경춘선통일호님..ㅋㅋ) 그리고는 또 화장실을 갔다오는데, 이건 뭐 완전 흡연자유구역입니다. 화장실 잠깐 갔다왔는데 입고 간 스웨터에 담배냄새가 들어와서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1시가 되기 조금 전에 3교시 감독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3교시 - 외국어영역 (13:10~14:20)
이런이런~ 외국어영역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영역이었습니다. 저는 영어를 진~짜진짜 못하거든요..ㅠ.ㅜ 방학 때 열심히 영어공부 할거에요~ (솔직히 제가 가장 잘하고 싶은 외국어는 일본어와 아랍어거든요? 일본어 같은경우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엄마한테 졸라서 학습지까지 했어요... 제2외국어영역도 일본어를 선택해구요... 아랍어는 너무 신기해서 배워보고 싶어요. 그래도 우리 사회가 영어를 원하니 뭐 어쩔 수 있나요??.ㅠ.ㅜ)
어쨌든 안 그래도 두려워하는 영역인데 이거 왠지 테이프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목소리고 벨소리고 계속 덜덜 떨립니다. 나중에는 성우분들이 막 바이브레이션을 하다 못해 할머니 할아버지 목소리로 대화를 하면서 테이프 속도도 점점 느려지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그게 너무 웃겨서 웃음이 터지기 직전이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다 심각한 표정이었고, 감독 선생님 표정도 심상치가 않아서 저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일부러 끊은건지 테이프가 망가진건지 점점 속도가 느려지던 듣기 평가 방송은 8번 문제가 나오다 말고 뚝 끊어져 버렸고 제1감독 선생님이 바로 밖으로 뛰어나가셨습니다. 저는 끊어지자마자 바로 장문독해를 풀었고요(장문독해를 먼저 풀었더니 장문독해는 다 맞았어요;;)
어쨌든 잠시 후 들어온 선생님께서는 듣기는 잠시 후 다시 들려줄거고 시험시간을 2분 연장해 준다는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바로 이 사태는 오늘 저녁 TV 뉴스에도 나왔죠. 이런 사태의 직접 경험자가 되다니 정말 운도 없어요..ㅠ.ㅜ 뭐 어쨌거나 그 이후로도 9번을 다시 들려준다는 얘기로 한참 어수선 했고 어떤 학생이 8번에서 끊겼는데요라고 말하자마자 다시 감독선생님들이 왔다갔다 하셨고요, 결국은 8번을 다시 들려주는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런데 8번을 들려주지도 않고 종료령이 치는거에요. 그래서 애들이 감독선생님께 여쭈어봤더니 선생님은 다시 뛰어나가셔서(에구... 수능감독선생님들도 정말 고생이 많으신 것 같아요....) 확인을 하고 오셨습니다. 안 들려준다네요. 그리고 나서 바로 답안지와 시험지를 걷어갔습니다.
이거 솔직히 말해서 2분 추가시간 준건 너무 짧은 거 아닌가요? 이 상황 때문에 거의 외국어영역 시간 3분의 1이상은 선생님들 왔다갔다하시고, 선생님들끼리 쪽지 왔다갔다하고 어수선했거든요(제가 시험보느라고 시간관념이 좀 흐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거보다 적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면 시간을 훨씬 더 많이 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왜 이렇게 억울해 하는지는 이따가 얘기해 드릴게요.
쉬는 시간
역시 쉬는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친구들은 모두 듣기 얘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성우들 바이브레이션이 짱이었다느니 이거 평가원이나 교육청에 올려야 되는거 아니냐느니 여러가지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학교 생각하고 30분까지로 착각하고 문제를 풀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학교는 모의고사 볼 때 외국어영역시작시간과 종료시간을 수능 때보다 10분씩 느리게 해놓았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4교시 감독 선생님들이 교실로 들어오셨습니다.
4교시 - 탐구영역 (14:50~16:56)
탐구영역은 시험 방식도 매우 복잡하고(각자 다른 과목을 1~4과목씩 선택해서 응시합니다.) 시험지도 매우 많기 때문에 감독 선생님이 3분 들어오십니다. 저는 문과라서 사회탐구영역을 봤는데 사회탐구영역은 총 11과목이고요 그 중에서 1~4과목을 응시합니다. 저는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사회.문화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사탐은 언제나 잘 나오던 과목이었기 때문에 별로 걱정을 안 했거든요...ㅠ.ㅜ
한국지리 시험지를 꺼내들고 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거 왜이렇게 쉽나요. 즐겁게 풀었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했죠. '아~ 이번 사탐 쉽구나~ㅋㅋ' 4교시 중 첫번째 종료령이 치고 2분 동안 시험지 바꾸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시험지를 바꾸고 나서 좀 기다리니 4교시 중 두번째 본령이 울립니다. 세계지리 1,2,3,4번 결코 만만하지 않았지만 무난하게 풀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2면을 보는 순간 경악했습니다. 그 이후 20번까지 중간중간 경악은 계속 됐습니다. 믿었던 세계지리가! 사탐 과목 중에 세계사와 함께 가장 난이도가 쉽기로 유명한 세계지리가! 이렇게 내 뒤통수를 치다니... 세계지리를 한국지리보다 더 어렵게 내면 어쩌라는거야! ㅠ.ㅜ EBS 선생님들도, 선배들도, 모두 세계지리는 그냥 기본 개념에서 조금 더 들어간 수준으로 밖에는 안나와요~ 그랬다고요..ㅠ.ㅜ 아... 세계지리 막히고 나니 완전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 선택과목 경제지리... 경제지리는 원래 다른 문제 쉽게 빨리 풀고 계산문제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거든요... 근데 계산문제가 4문제나 되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다른 문제 먼저 풀어야지~ 했는데, 아니 이건 또 뭐지? 다른 문제도 복잡한 표 분석 문제가 너무 많은거에요. 그래서 '이번에 경제지리 내신 분들은 정말 매너가 없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계산문제 두 문제나 찍고..ㅠ.ㅜ (사실 먼저 풀었던 계산문제가 시간 다 잡아먹었는데 그 문제는 틀렸어요..ㅠ.ㅜ 이런이런 더 억울해요..ㅠ.ㅜ), 그리고 마지막 사회.문화... 이거라도 잘 보자. 하고 펴들었는데 완전좌절..ㅡ.ㅡ 결국 그렇게 혼란의 길고 긴 126분이 흘러갔습니다.
쉬는 시간
사탐 끝난 뒤 친구들 표정을 보더니 완전 패닉상태..ㅠ.ㅜ 특히 저와 함께 세계지리를 본 친구는 제 얼굴을 보자마자 저와 동시에 '야! 세계지리 뭐아!'를 외쳤습니다. 세계사도 만만찮게 어렵게 나왔다고 하더라고요..ㅠ.ㅜ 아... 사탐... 어쨌든 그렇게 세상의 전부인것만 같았던 수능이 거의 끝나가는구나.... 물론 제2외국어영역을 안 보는 친구들은 먼저 가방을 메고 집으로 갔고요... 그 친구들이 가니까 교실에 한 3분의 1정도가 남더라고요... 제2외국어는 신청해놓고도 안보는 사람이 많아요.
5교시 - 제2외국어/한문영역 (17:25~18:05)
저는 일본어를 선택했습니다. 앞 시간 결과가 다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에서도 역시 저의 웃음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2외국어 같은 경우는 솔직히 문제가 좀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쉬운 것도 있거든요? 근데 그냥 쉬우면 모르겠는데, 그 중에 저의 웃음보를 쿡쿡 찌르는 문제가 몇 개씩 있어요... 어제 가장 웃음 찾기 힘들었던 문제는요, 바른 생활 함양을 위해 표어를 만드는데 빈칸에 들어갈 말로 알맞지 않은 말을 고르라는 문제였습니다. 물론 그 아래의 내용은 모두 일본어로 쓰여져 있었지만 저는 한국어로 쓰겠습니다. '오늘 나는'하고 빈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래 보기 중 4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열심히 듣겠습니다' 등의 맞는 말들이 쓰여져 있었는데 그 중에 낀 우리의 정답님 혼자 헛소리 하고 있습니다. 바른 생활 함양을 위한 말 '나는 공부시간에 자겠습니다'ㅋㅋㅋ 이 문제 보고 킬킬 거리는데 감독선생님도 제가 갑자기 웃으니까 재미있는 표정으로 쳐다보시더라고요^^;;
확실히 마지막 시간이라 좀 여유가 있었어요. 아, 근데 사실 별로 쉽다고 느끼지는 못했어요..ㅡ.ㅡ 어쨌거나 마킹까지 다 하고, 밖을 보니 벌써 깜깜한 저녁이더라고요. 5교시 종료령이 울리고 '5교시 종료령입니다. 수험생은 필기도구를 내려놓고 답안지를 왼쪽에 문제지를 오른쪽에 놓고 제2감독은 어쩌고 저쩌고~' 방송이 나오는 순간 '아~ 이제 진짜 수능이라는 게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의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끝나고 나서...
가방을 챙겨서 친구들과 함께 교문 앞으로 나왔는데 담임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선생님들께서 나와서 '수고 했다~ 오늘 집에가서 푹 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어떤 친구들은 방송사에서 나온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요. 교문 앞에 서 계신 아빠를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엄마는 절 보시자마자 '우리 아들 수고 했어~'하고 꼭 안아주셨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동생은 '우와! 오빠는 수능 끝나서 좋겠다! 부럽다, 부럽다!'를 연발하더라고요.^^;;(수능을 잘 봤어야지 좋든지 말든지 하죠..ㅠ.ㅜ^^;;) 어쨌든 왜 하필이면 이 날 아파트 전체가 단수되어서 치킨을 시켜 먹었습니다.
가채점
수험표 뒤의 가채점표에 적어온 정답을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 본 순서대로 맞춰보기 시작했습니다. 언어영역은 아니 이런 동그라미가 중간에 19번에서 한 번 끊긴거(으윽.. 이거 끝까지 헷갈리다 찍었는데...) 빼고는 쭉쭉 나가더니 거의 찍다시피 푼 박씨전 문제들까지 쫙 나가더라고요. 50번 동그라미까지 친 후 환호성을 질렀죠~ 우와~ 언어 대박이다 대박대박~ 이건 성적표 안 봐도 그냥 1등급이잖아~!!! 그리고는 수리영역 채점을 시작했어요. 오... 방금전의 흥분이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15번까지 다 맞는 거보고 또 흥분~ 우와~ 나 수능대박아니야? 하지만 16번 17번 부터....는 말을 안하겠습니다.ㅠ.ㅜ 아아악~ 생각하기도 싫어... 물론 다 틀린 건 아니고요... (하지만 거의 그런 수준) 그리고 슬픈 마음으로 외국어를 매겼는데, 제가 아까 말씀드리고자 했던 억울해하는 이유가 지금 나옵니다. 아니 평소에는 한 두개 틀리던(사실 이것도 못하는거지만..ㅠ.ㅜ) 듣기가 어찌나 그렇게 많이 틀리던지.... 듣기 때문에 점수가 엄청 많이 나갔어요~ 이거 뭐 어떻게 평가원이나 교육청에서 조치를 취해주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이상한 듣기 테이프 갖다 놓고..ㅠ.ㅜ 더 암울해진 기분으로 사회탐구 채점을 하는데 한국지리야 원래 쉽게 풀었으니 잘 볼거라고 예상했구요~(우와 정말 얼굴에 철판 다섯겹 깔았나보다 한 교시에 하나씩) 세계지리도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경제지리 사회.문화는 평소보다 완전 안습...;; 제2외국어영역은 그냥 재미로 본거라 별로 할말은 없구요... 6월 평가원 때랑 점수가 똑같더라고요... 사실 얼마 전에 본 서울시 교육청 10월 모의고사에서는 하나 밖에 안 틀렸던 터라 좀 기대를 했었는데..ㅠ.ㅜ 결국 가채점결과 잘 본 건 언어랑 한국지리 뿐..ㅡ.ㅡ
오늘 학교가니...
말도 안하고 엎드려 가다가 자는 친구, 우는 친구, 달래주는 친구, 대박난 친구, 재수하겠다는 친구 등 여러 종류의 친구들이 혼재하고 있는 교실의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친한친구랑 수다만 떨다가 왔습니다.
저희 학교는 그나마 남학교라서 이 정도지 여학교에 다니는 제 동생의 말에 따르면 3학년 교실마다 대성통곡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라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
수능을 보고나니 수능이 왜 잔인하다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오랫동안 낑낑대면서 준비해왔던 수능... 단 한순간의 실수로도 그냥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아주 약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허무할 수가 있는지... 솔직히 말하면 수능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물론 재수하고 싶단 얘기는 아니고요. 지금 당장 한 번 더 볼수 있다면요 타임머신이 있다면요... 어떻게 1년에 겨우 한 번 그것도 하루 있는 시험으로 12년을 평가하다니... 다른 나라처럼 좀 여러번 봐서 마음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초점은 수험생들에게만 맞추어져 있는 것 같은데, 수능을 치르면서 보니 감독선생님들도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더라고요... 특히 하루종일 제1감독 선생님은 앞에 제2감독선생님은 뒤에 그렇게 꼿꼿이 서 있는것도 정말 힘든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문제 내신 분들은 너무 원망스러워서 아무 말씀도 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감금생활 하시느라고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이런 분들도 이젠 편하게 쉬실 수 있겠죠? 12월 10일 수능 성적이 나오면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선 지금은 그냥 이제 불안 속의 편안을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아, 하지만 월요일부터 기말고사라 지금은 기말고사 준비를 하러 가야겠네요^^
아 참~ 그리고 EBS 왜 그렇게 거짓말을 하나요? 수능 연계율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높다는 건지 말 좀 해주세요... 뭐 인터넷 수능 이런거까지 다 뒤져본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EBS에서 분명히 그러지 않았나요?? 'EBS 수능 언어 연계율 86.4% 이제 EBS 파이널 언어영역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파이널 그 전날에도 얼마나 열심히 작품들을 살펴봤는데, 고작 박씨전 하나 그것도 다른 버전, 다른 부분..ㅡ.ㅡ 근데 뭐가 90%라는 거죠 이번 것이?? 정말..ㅡ.ㅡ 그리고 수능열기-특강-10주완성-파이널까지 계속 해주셨던 한 외국어영역 선생님께서 '이런 장문 독해 유형은 좀 올드한 유형이에요. 옛날에 많이 나왔던 요즘 대세는 Person A, B 나오는 거에요' 라고 하셨던 그 올드한 유형이 올해 수능 49~50번 지문으로 나왔어요... 다 맞긴 했지만 전혀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좀 당황했었어요... EBS 연계율 내는 기준이 좀 궁금하네요... 전 그래도 고등학교 3년 생활 내내 EBS를 믿고 EBS 책을 사서 풀고(다 사지는 못했지만,) EBS 강의도 필요한 건 꽤 열심히 들었단 말이에요. M사나 E사 같은 곳으로 외도도 안하고요..ㅠ.ㅜ 제가 너무 순진하게 살았나요? 뭐 어쨌든 가채점 결과 평소만큼만 하자! 그랬는데 언어 빼고는 평소보다 쫌 안나왔네요... 특히 외국어, 사회탐구..ㅡ.ㅡ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현 고2분들은 꼭 열심히 하셔서 내년에 수능대박나시고요~~^0^
+ B O N U S +
오늘 수험표 들고 가족끼리 아웃백에 갔는데요,
수험표 제시하니 메뉴 하나 공짜로 주시더라고요~ 물론 거기서 정한 특정한 메뉴 한 가지만이에요.
수험표 가지고 계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11월 30일까지래요. 물론 올해 수험표만요~
2008.11.14.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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