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국가 요르단 수도 암만에 올 겨울 첫눈이 오던 날 (2013.12.12)민자역사 - 일상/③층 - 요르단생활 2013. 12. 12. 22:17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저는 여전히 요르단 암만에서 잘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이제 한 달 정도만 더 있으면 요르단을 떠나게 되네요.ㅠ.ㅜ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서 아쉽긴 하지만, 남은 한 달도 알차게 잘 보내다 가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출국 전 1월 초에 기말고사가 남아 있는 관계로... 여유롭게 정리하긴 힘들겠네요.ㅎㅎㅎ)
오늘 2013년 12월 12일! 우리나라 중부지방에는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다들 눈 피해 없드시길 바랍니다...
어쨌든 오늘! 여기 중동 국가이자 아랍 국가인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도 올 겨울 첫눈이 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눈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춥든 말든 일단 눈을 보면 행복해요. 그냥 추운 것보단 눈 오면서 추운 게 훨씬 포근한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여기 암만은 집 안에 들어와도 난방 시설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다 보니 지금 손이 얼어서 타자도 잘 안 쳐지네요.ㅠ.ㅜ)
어쨌든 저는 군대 있을 때도 제설작업이고 뭐고 일단 눈이 오면 기뻐서 삽을 들고 뛰어나갔던 그런 아이이기 때문에,
(물론 부대가 서울 강남 한복판이라 눈이 전방지역처럼 많이 온 건 아니었어요...)
오늘 하루 종일 공부도 안 하고(눈이 와서 학교가 휴교) 창밖만 쳐다보며 행복감에 젖어 있었답니다. 이런 날 제가 듣는 노래들...
이수영 - 광화문 연가 (원곡 이문세)
이수영 - 꽃들은 지고
이수영 - 흰눈이 오면 (원곡 김건모)
다 이수영 노래네요. 눈하고 뭔가 잘 어울리는 노래들이에요. 물론 다 엄청 쓸쓸한 느낌의 노래들이라는 거...
오잉? 그런데 중동, 아랍이면 다 완전 더운데 아니야? 여름에는 50도를 넘나들고, 겨울에도 한국 여름 날씨인??
땡! 틀렸습니다. 여러분이 흔히 생각하는 중동 지역, 아랍 지역의 느낌은 그렇겠지만,
사실 중동 지역, 아랍 지역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기후가 굉장히 다르답니다.
여러분들이 흔히 생각하시는 그 '열사의 땅'은 아라비아 반도 중부, 남부, 동부 지역이에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두바이, 아부다비 등등)...
이런 지역들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데로 여름에는 섭씨 40도, 50도를 마구 넘나들고, 겨울에도 낮에는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더운 지역이랍니다.
열대 건조 기후 지역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같은 중동 지역이라도 지중해 동안 지역, 즉 터키, 이스라엘, 시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의 지역은 사계절이 뚜렷하답니다.
바로 이 지역들은 지중해성 기후를 보이는 지역들인데요, 지중해성 기후는 여름엔 고온건조, 겨울엔 온난습윤한 것이 특징이랍니다.
(고등학교 때 세계지리 교과서에 나왔던 내용들...)
물론 겨울에 아무리 온난하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라 당연히 춥고요,
온난하다는 것은 우리나라, 중국 등 대륙 동안 지역이나 대륙 한 가운데의 겨울보다 상대적으로 온난하다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 유럽 지역도 바로 이 지중해성 기후에 속하고요,
여름엔 타는 듯이(우리나라와 같이 '찌는 듯이'가' 아닙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겨울에는 비나 눈이 많이 오는 기후랍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중해 동안 지역은 중동은 중동이라 눈이 그렇게 자주 오는 편은 아니라고 해요.
제가 사는 암만 역시 요르단이기 때문에 처음에 여기 왔을 때(9월)은 말할 것도 없이 뜨거운 날씨였고요,
불과 몇 주전까지만 해도 새벽에는 많이 추워도 낮에는 20도 정도까지 올라가면서 좀만 햇빛 아래에서 걸어다니면 땀이 삐질삐질 나는 날씨였는데,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한낮에도 5도를 넘지 않고, 주구장창 비만 오는 날씨가 이어지더라고요.
그러더니 드디어 오늘! 첫눈이 왔습니다~
제가 지내는 암만은 해발 700m 정도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지역보다 더 기온이 낮고 눈이 자주 오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제설장비가 없어서 눈만 오면 도시 전체가 올스톱... 오늘 눈 이거 왔다고 제가 공부하는 요르단 대학교도 학교 전체가 휴교를ㅋㅋㅋ)
요즘에 iOS7의 날씨 어플이 예뻐서 주변국 도시들 날씨까지 살펴보는 게 취미가 됐는데요,
요르단과 가까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만 해도 암만보다는 훨씬 포근한 날씨더라고요.(그래도 쌀쌀한 날씨)
가끔 요르단에 눈 온 사진과 함께 '기상이변이 열사의 땅 중동에 눈을 내리다'
뭐 이런 제목으로 엉터리 기사를 쓰는 우리나라 기자분들이 계신데요,
이건 정말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에요. 모든 중동을 열대 건조 기후 지역으로 잘못 알고 기사를 쓰신 거죠...
기상 이변이 아니라 원래 이 지역에는 겨울에 눈이 옵니다.
그럼 지금부터 중동 지역 요르단의 수도 암만의 설경을 감상해 보실까요?
(어제까지는 세찬 비바람이 하루 종일 불어서 참 힘들었는데, 오늘은 소담스럽게 눈이 내리니 참 좋네요.)
일단은 저희 집 발코니에서 찍은 사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첫눈부터 아주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눈이 새벽부터 와서 이미 저 멀리 보이는 숲은 하얗게 변했네요.
그나저나 새벽부터 온 것 치고는 눈이 많이는 안 쌓였네요... 길에 내리는 건 내리자마자 다 녹고요.
오늘 눈은 오고 있었지만, 기온은 영상 1, 2도에서 왔다갔다 해서 영하는 아니었거든요.
집에서 이렇게 눈 구경을 하다가 마침 슈퍼마켓에 사러 갈 것도 있고, 빨리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에 얼른 씻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아파트 출입구 문이 안 열리는 거예요.ㅠ.ㅜ 세상에 밖으로 나갈 수 없다니. 문이 잠긴 것 같지도 않고...
20분 정도 낑낑대다가 집주인한테 전화를 했는데, 그러자마자 문이 덜컥 열리더라고요. 아마 철문이라서 문이 얼어 있었나봐요.
어쨌든 신나게 눈구경 시작!
대학교 근처의 평범한 주택가입니다~ 눈이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 없네... 하고 있는데,
저~기서 장보고 온 중국인 유학생들이 정적을 깨더라고요. 뭐 그래도 다들 신나하는 표정~ㅋㅋㅋ
골목길 밖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사는 집 주소에 있는 칼릴 알 사키트 스트리트입니다.
평소에는 차가 꽤 많았는데, 역시나 눈이 와서 그런지 교통량도 평소보다 적었습니다.
도로 바로 옆 담장 너머 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는 곳은 바로 제가 공부하는 요르단 대학교!
요르단 대학교는 캠퍼스 안에 나무가 정말 많아요. 거의 숲 수준... 그래서 공기도 맑고 좋답니다^^
여긴 다른 쪽 도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요르단 대학교랑 길을 사이에 두고 과학기술단지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 안에 PSUT라는 기술대학교도 있고요. 그 단지 역시 나무가 이렇게 많답니다.
숲으로 둘러 쌓인 동네라 매연이 많고 약간 황량한 느낌인 암만 시내에서는 정말 살기 좋은 동네인 것 같아요.
눈이 쌓여서 휘어진 나뭇가지...
이건 그 과학기술단지 안의 나무인데요, 눈 쌓인 모습이 꼭 봄에 벚꽃이 핀 것 같지 않나요?
동네는 좋은데 슈퍼마켓이 좀 멉니다.ㅠ.ㅜ 고개를 하나 넘어가야 해요...
사실 사진 찍으려고 나간 거라 열심히 찍기는 했는데 장갑을 낀 상태로는 스마트폰을 만질 수가 없어서,
장갑을 벗고 주머니에 손도 못 넣고 다녔더니 손이 진짜 얼어붙는 느낌이었어요...
근처 초중고등학교 교정의 야자수 위에 쌓인 하얀 눈~
야자수에 눈 쌓인 건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아랍 국가에서 보니 더 새롭더라고요.
학교 북문쪽으로 내려가는 아흐마드 앗-타라우네 스트리트... 저는 안 내려가고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요르단 사람들도 눈을 좋아하는지 눈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 길 이곳저곳에 많이 보이더라고요.^^
눈싸움 하는 애들, 첫눈 기념 사진 찍는 어른들...
저도 집에 가다 말고 우르르 몰려나와 기념사진 찍던 동네 청년들의 제안에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ㅋㅋㅋ
재미있는 경험이었답니다. (물론 저한테 Are you from Malaysia?라고 물은 건 좀 당황스러웠지만...)
아! 근데 문제는 생각해 보니까 제 폰으로는 막상 사진을 한 장도 안 찍은 거 있죠.... 아쉬워라...
하지만 제 기억 속에 남겨 놓았으니까요.ㅎㅎㅎ 그럼 됐죠 뭐... (얼마 전에 아이폰 사진 수백 장 한꺼번에 날려먹고 해탈했음.)
어쨌든 한국보다는 많이 늦은 첫눈이지만 하루 종일 첫눈 충분히 잘 즐겼습니다!
제가 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각은 요르단 시간으로는 오후 6시(한국 시간으로는 밤 12시)가 넘은 시간인데요,
지금은 잠시 눈이 그쳤는데, 일기예보상으로는 저녁 8시 넘어서부터 다시 눈이 와서 밤새도록 눈이 온다네요...
내일도, 모레도 눈 예보던데... 첫눈치고는 한꺼번에 오랫동안 많이도 옵니다.
ㅋㅋㅋ 그래도 저는 눈을 좋아하니까 상관없어요.ㅎㅎㅎ
요르단은 국교가 이슬람교인 관계로 금요일, 토요일이 주말인데 내일, 모레 다 주말입니다. 여유롭게 공부도 하고 눈도 즐기고 해야죠..
(사실 평일에 오면 학교가 쉬어서 더 놀고 좋긴 한데, 여기 놀러 온 게 아니니까요. 정신 차려야죠... 등록금이 얼만데!)
그럼 덜덜 떨면서 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폭설이 왔다던데 피해 없으시도록 주의하시고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신나게 글을 쓰고 나니 갑자기 길거리를 헤매던 시리아 난민분들이 떠오르네요... 특히 어린 딸 둘을 데리고 매일 쓰레기통을 뒤지던 시리아인 아주머니는 요즘 같은 날씨에 뭘 하고 계실지... 며칠 전에 폭우가 오기 시작하면서부터 길거리에 안 보이시던데... 그래도 어디 머무를 곳이라도 있는 거겠죠??)
2013. 12. 12. 경춘선통일호™
(오늘은 1979년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가 군사 반란을 일으켜 부정하게 권력을 잡은 12.12 사태가 일어났던 날입니다.)
--------------------------------------------------------------------------------------------------------------------------------
아래 '그 다음 날....'을 클릭하시면,
첫눈 온 다음 날과 그 다음 날의
엄청난 눈으로 뒤덮인 암만의 사진을 보실 수 있어요.
더보기그 다음 날....
제가 고작 하루 요르단의 눈을 경험하고 잘 알지도 못하고 글을 썼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도 중동이라 눈이 생각보다 많이 쌓이지도 않고 별로 안 오네... 뭘 이것가지고 임시공휴일까지...'
싶었는데, 바로 다음 날인 12월 13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13일 아침의 창밖의 모습은...
밤 새 얼마나 눈보라가 휘몰아쳤으면 저희 집 발코니 정면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부러져서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고,
옆의 화단의 나무들도 죄다 뽑혀 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발코니 앞이 지금 몹시 휑해졌답니다.ㅋㅋㅋ
건물들은 다들 설탕가루라도 뒤집어 쓴 듯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어요^^
슈퍼마켓에 쌀을 사러 가기 위해 나왔는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걷기가 힘들 정도더라고요. 발목 위까지는 쌓였는데,
이 동네는 '제설'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건지 눈이 하나도 치워져 있지 않았어요.
당연히 골목길에는 차가 다닌 흔적도 하나도 없었고요.
큰 길로 나가니 차들이 다니기는 했는데, 역시 제설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미끄러지거나 멈춰 서는 차들이 속출했답니다.
차들이 오직 바퀴 자국만을 의지해 양방향으로 통행하는데 정말 위험해 보였어요.
이 날은 택시도 거의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이 날은 한낮에 잠깐 해가 떴었답니다. 제가 슈퍼마켓에 가기 위해 나섰던 시간에 마침 날씨가 잠깐 좋아서 잘 다녀왔죠.
더 큰 길 역시 이 모양... 차들이 바퀴로 안 가고 그냥 미끄러져 내려가는 걸 보고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겨울마다 이렇게 폭설이 온다면서 요르단 정부는 제설장비 구입할 돈도 없는 건가요...
오후부터 눈이 다시 오기 시작해서 또 계속 눈보라가 몰아쳤답니다.
13일 저녁의 모습...
그리고 밤새도록 웅웅거리는 바람소리와 추위를 견디고 14일(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엥??;; 커튼을 열었더니 발코니 난간이랑 방충망에까지 눈이 잔뜩 쌓여 있더라고요...
전 날 낮에 해가 떴을 때 눈이 좀 녹았다 싶었는데, 그 녹은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눈이 밤 새 또 내렸더라고요.
으악;; 전 날인 13일보다 더 하얘진 풍경...
오늘은 정말 아예 나갈 수가 없겠구나 싶었어요. 눈도 너무너무 많이 쌓였고,
아예 자동차들은 눈 속에 파묻혀서 보이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발자국도 하나도 없었답니다;;
지금은 아까 낮에 눈이 잠깐 그치고 기온이 영상 1, 2도를 왔다갔다하면서 눈이 살짝 녹는가 싶었는데,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는 또 다시 눈이 오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까지 온다던데...
내일은 일요일이고, 한국으로 치면 월요일입니다.(요르단은 금, 토가 주말이기 떄문에..)
하지만, 눈이 이렇게 많이 쌓여 있는데 학교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일 아침까지 이 상태라면 제 생각엔 한 번 더 임시 공휴일이 될 것 같은데...
임시 공휴일이 안 되더라도 학교 가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민자역사 - 일상 > ③층 - 요르단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르단 암만 길거리, 도시 풍경 (Amman, Jordan) (0) 2015.11.20 요르단대학교(University of Jordan) (0) 2015.11.01 귀국했습니다 (0) 2014.01.24 제가 요르단에서 지내고 있는 집과 동네 (0) 2013.11.07 한국을 떠나 요르단으로 (2013.9.8) (0) 2013.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