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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몰입교육에 대한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반응민자역사 - 일상/②층 - 학교 2008. 1. 26. 22:17
얼마 전 뉴스에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2010년부터 모든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일부학교에서 시범적 운영을 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일반과목들 수업도 영어로 진행하도록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올해 고3이 되기 때문에(흑흑...) 저와는 별로 상관없는 얘기지만, 학교에서는 이 문제를 가지고 굉장히 얘기가 많이 오갔답니다. 요즘엔 겨울방학 중이기는 하지만 보충수업 때문에 학교에 수업을 받으러 나가는데요, 영어시간과 사회.문화 시간에 이 얘기가 나왔어요. 그럼 이 문제에 대해 고등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실까요?^^
먼저, 사회.문화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 오고간 얘기...
고등학교 언어영역 비문학 공부를 하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지문 중의 하나가 언어와 사회, 문화에 관련된 지문인데요, 언어와 사회는 한 몸이고,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내용의 글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또 한 사회의 문화는 언어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죠. 언어는 그 사회 구성원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도 접한 적이 있고요. 사회 문화 시간에 나온 얘기는 바로 이 얘기였는데, 영어수업을 영어로 하는 것은 그냥 그렇다고 해도, 일반 과목 수업들까지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영어가 우리나라의 공용어도 아니라는 점과, 영어로 하는 수업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으로 일반과목까지 영어로 수업을 듣게 되면, 하루 종일 그 말들을 듣고 있는 학생들의 사고방식도 또한 영어식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영어몰입교육이 농어촌지역 학교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것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농어촌 같은 경우는 도시지역에 비해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더 적고, 그렇다고 영어회화 학원을 다닐 수 있던 것도 아니고, 전반적으로 도시지역에 비해 영어학습 환경이 더 열악한데, 거기에서 갑자기 영어로 줄줄 수업을 하면 학생들은 아예 학업을 포기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굳이 모든 국민이, 그러니까 별로 영어를 쓸 일이 없는 직업을 가질 사람들까지 굳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영어에 파묻혀 지내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지금 대학교에 갈 때부터 시작해서 회사에 입사할 때도 그렇고 거의 모든 곳에서 영어실력을 요구합니다. 오죽하면 편의점 알바 모집하는데도 토익점수를 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요. 하지만, 이건 솔직히 너무 심한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막상 영어를 별로 쓸 일이 없는데도, 들어갈 때는 괜히 엄청난 영어실력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것 말이죠. 영어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만 집중적으로 몰입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사회.문화 시간의 영어몰입교육에 관한 얘기는 끝났습니다.
그 다음, 영어시간. 영어시간에는 조금 다른 관점의 얘기가 오고갔습니다.
영어시간에 오고간 얘기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수위는 너무 성급하다'였습니다.
우선, 지금 학교 현실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인수위가 2010년부터 당장 모든 영어수업시간에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시범적으로 다른 과목까지 영어로 하는 수업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영어교사를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할 수 있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50%도 안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가 인터넷에서 영어로만 영어수업을 해 본 어느 영어 선생님의 수업후기를 읽어보았는데, 문법설명이나 단어의 뜻을 설명해 주어도 학생들이 어려운 전문용어는 잘 알아듣지 못했고, 아예 수업 자체를 알아듣지 못해 포기한 학생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또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하고요. 영어시간에 이런 상황인데, 다른 과목들을 영어로 수업하면 아예 우리나라 학생들의 전체적인 학력저하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까 위에서 영어선생님들 중에서도 영어로만 수업하실 수 있는 분들의 비율이 50%도 안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영어선생님이 이정도면 일반과목 선생님들은 당연히 더 심하겠죠, 만약 50대 정도의 과학 선생님께 이제 2년 뒤부터는 수업을 반드시 영어로만 하라고 한다면 수업이 가능할까요? 요즘에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수학선생님이 제일 편하겠다는 말씀들도 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x plus y equal three. x minus y equal 1. (줄줄 식을 읽고(중략)), Do you understnad? Yes. Next. 이렇게 하면 된다면서요.ㅋㅋㅋ 뭐 어쨌든 2년뒤부터 일반과목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생기게 된다면 이건 좀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해아한다면 영어를 잘 못하시는 일반과목 선생님들은 아예 학교를 떠나라는 말 밖에 더되나요?
영어 선생님이 들은 한 외고학생의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그 학생의 학교에서는 경제수업을 영어로 하는데, 한 번에 영어로 하면 학생들이 알아듣지 못해서 수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한국말로 먼저 수업을 한다음에 똑같은 내용을 다시 영어로 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외고가 이런데 일반고등학교는 도대체 어떨까요?
적어도 이런 제도를 시행하려면, 지금부터 사범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영어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교원임용시험때도 영어로 수업하는 능력을 테스트 하는 등의 차근차근이 여러가지 절차를 걸쳐, 이런 선생님들이 대부분이 되고 난 뒤에야 진짜 영어몰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영어선생님의 의견이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인수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임기 동안에 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모두(ㅡ.ㅡ;;) 보여주려는 욕심에 이런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이런 교육에 관련된 일처럼 중요한 일은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변화를 해야하는데, 너무 급한 것 같습니다. 꼭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요, 천천히 해도 다 역사에 남을거에요. 역사공부를 하다보면, 이건 어느 왕의 명령으로 만들기 시작해서, 어느 왕 때에 완성되었다. 이런 것 가끔 나오잖아요^^;; 오히려 이렇게 급하게 하다가 망치면 어떡하나요? 교육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미래 사회의 주역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 어느 문제보다도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대입정책은 정말 엉망이에요!! 얼마전까지는 1등급만 받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공부했는데, 이제는 만점을 목표로 공부를 해야겠군요... 등급제가 정말 불합리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또 이렇게 1년만에 바꿔버리면 수험생과 선생님, 학부모들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기만 합니다..ㅡ.ㅡ;; 학교에서도 등급제가 말도 안된다, 말도 안된다... 이렇게 말씀은 하셨지만, 입시제도가 하도 자주 바뀌니 짜증이 난 것 같습니다.)
에구.. 얘기가 좀 다른 곳을 새어나갔군요. 입시제도가 어떻게 되었든 열심히 하면 되겠죠!^^
어쨌든, 여러분들은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그리고 인수위 여러분... 그거 아시죠? 변화는 좋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엄청난 변화를 시도하면, 엄청난 거부반응이 밀어닥친다는 것이요.
이런 교육 문제도 그렇고... 정말 여러가지로 너무 한꺼번에 다 바꿔버리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가 영어시간에 한 마디 하더군요.
'선생님이나, 심지어 우리처럼 평범한 고등학생들도 이렇게 쉽게 이 제도가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우리보다 공부도 훨씬 많이 하셨을 인수위 사람들은 왜 그걸 깨닫지 못하는 거죠?'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0^
P.S. 올해 고3이라 되도록이면 포스팅을 많이 하지는 않으려고 했지만, 학교 현장의 이런 생각들을 다른 여러분들이 보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썼어요^^ 참! 단골손님 여러분들께 말씀드리자면, 다음 포스트는 아마 새 학년이 시작된 첫 날 정도에 올릴 것 같네요... '고3이 된 느낌' 이런 내용... 앞으로 수능 전까지 포스트의 갯수는 날이갈수록 줄어들 예정입니다~
2008.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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