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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내일로] (9편) 맛있는 빵, 군고구마, 따뜻한 아침 - 명봉역, 그리고 보성역으로 (2016.3.2.)동부역사(한국여행)/16년 3월 내일로 2016. 7. 1. 01:12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2016년 3월 내일로 여행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편은 대부분의 내용을 전에 올려드렸던 명봉역 역 포스팅과 겹치는데요, 그래서 명봉역에서 있었던 자세한 이야기는 [무인역이지만 괜찮아 - 경전선 명봉역 (2016.3.2.)]에서 보실 수 있으니, 오늘은 조금 간단하게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사실 명봉역 포스팅에서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아서 이 여행기에서 명봉역은 뺄까도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면 뭔가 중간이 비어버리는 느낌이라서 쭉 이어지는 느낌으로 넣기로 했습니다.
순천역에서 기차를 탄지 1시간 5분이 지난 아침 7시 정각에 명봉역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저는 저 혼자 내릴까 싶었는데, 저 말고도 한 분이 더 내리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동네 주민이겠거니...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3월 초라 아직 겨울의 기운이 다 가시지 않아 아침 7시는 요즘같은 여름으로 치면 이른 새벽의 느낌이었어요. 물론 요즘의 새벽과 이때의 새벽은 느껴지는 공기부터 분위기가 무척 다르긴 하지만요. 이 날은 정말 추웠거든요. 입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요.
사실 이번 제가 이번 마지막 내일로 여행을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은 제가 평소에 쉽게 가보지 못하는 아주 먼 곳의 간이역들을 방문해보는 것이었거든요. 비록 기간도 이틀로 짧았고, 또 그런 간이역들은 기차가 하루에 몇 번 서지도 않기 때문에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많이 가보지는 못했지만요. 용궁역도 사실 용궁면의 볼거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냥 용궁역에 내려보는 게 목적이었어요.ㅋㅋ 내린 김에 다음 기차 오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비어서 회룡포도 갖다오고 그랬던 것이고요. 이번 명봉역은 아예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내려서 역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이미 찾아봤기 때문에 역 앞에 딱히 뭐가 없을 것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역 앞에 민가 몇 채와 2차선 도로, 그리고 논밭밖에 없는 것을 보니 좀 뭔가 막막해졌어었어요. 물론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뭐든지 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 이 분위기 자체도 무척 마음에 들고 꿈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다음 기차가 올 때까지 1시간여의 시간 동안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근데 역 분위기는 참 아늑하면서도 예뻐서 영화, 드라마의 촬영지로 여러번 이용되었었나봐요. 제가 갔을 땐 겨울이나 마찬가지인 3월 초여서 꽃도 없었고 나무들도 다 헐벗고 있었지만, 봄, 여름, 가을이나 눈이 많이 온 겨울날에는 정말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시기에 한 번 더 방문해봐야겠어요.
'명봉역'이라는 제목의 시도 있습니다. 뭔가 산업화 시대에 서울로 상경하던 사람들의 풍경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아요. 이 시도 그렇지만, 역 안의 방명록에도 그런 내용의 추억들을 적어놓은 글들이 많더라고요. 지금은 이렇게 조용한 시골마을도 한때는 어린이들, 젊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겠죠?
그나저나 이상했던 점은, 저는 분명히 명봉역이 역원무배치간이역, 즉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는 무인역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어느 분께서 계속 역 주변을 청소하고 계시고, 또 역 굴뚝에서 연기가 폴폴 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역무원이 있을리가 없는데... 하면서요.
어쨌든 이렇게 사진을 찍고 마을 구경을 해도 시간이 안 가고 날씨는 추워서 역 안으로 들어왔는데, 역 안도 춥기는 마찬가지더라고요.ㅠ.ㅜ 그래서 벌벌 떨면서 역 안의 방명록, 사진 작품들 등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께서 '여행 온 거예요? 추워요. 역장실 안으로 들어와요. 안은 따뜻해요.'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은 '감사합니다' 하고 얼른 들어갔죠.
역장실 안에는 석유난로가 있어서 정말 따뜻했어요. 구워지고 있는 고구마들도 있었고요. (물론 난로 위에 올려놓고 구우시는 건 아니고, 난로에 고구마를 넣을 수 있는 서랍 같은(?) 게 있더라고요. 거기에 고구마를 넣어서 쓱 밀어넣으셨다 빼면 고구마가 구워졌어요.)
처음엔 직원분이신가 했는데 알고 보니 명봉역 김동민 명예역장님이시더라고요. 이 역에 상주하고 계신 건 아닌데, 제가 순천역에서 기차를 탔던 5시 55분에 똑같이 순천역에서 기차를 타시고, 7시에 내려서 역 청소를 하신대요. 그리고 1시간쯤 뒤에 또 저와 똑같은 시간에 순천행 기차를 타고 집에 가시는 거였어요. 제가 정말 운좋게 명예역장님과 시간을 딱 맞춰서 명봉역에 들른 것이었죠. 안 그랬으면 추운 역 맞이방 의자에서 벌벌 떨고 있을뻔...ㅠ.ㅜ
그리고 명봉역 맞이방에 멋진 사진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사진들도 모두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신 김동민 명예역장님이 찍으신 것이었어요. 철도 사진을 주로 많이 찍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사는 춘천에도 경춘선 사진을 찍으로 몇 번 오셨다고 하셨고요. 옛 경춘선의 풍경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명예역장님이 주신 빵도 먹었는데요, 난로 위에 데워서 정말 따뜻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하더라고요. 배가 고파서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최근 먹어본 빵 중에 가장 맛있는 빵이었던 것 같아요.ㅎㅎㅎ 이야기를 하시면서 계속 난로 앞에서 고구마를 굽고 계셨는데, 기차 타러 나가기 직전에 저한테도 하나 주셨답니다.ㅋㅋ
그렇게 따뜻한 역장실에서 따뜻한 빵을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다보니 어느덧 기차가 들어오실 시간이 되어서 따뜻한 군고구마를 손에 들고 타는 곳으로 나갔습니다.
김동민 명예역장님은 코레일 직원분들과도 잘 아시는지 도착한 열차의 승무원분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명예역장님은 댁이 순천이라 이 열차를 타고 순천까지 쭉 가셨고요, 저는 중간에 보성역에서 내렸습니다. 다음에 또 명봉역을 방문하겠다고 말씀을 드리면서요.
오오 명봉역에 있다가 보성역으로 오니까 읍내라서 그런지 갑자기 엄청 큰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 아니다. 그것보다는 뭔가 꿈 속에 있다가 현실로 돌아온 느낌? 그런 느낌이었어요. 마침 보성역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해가 밝게 떠 있어서 명봉역에 있을 때의 묘한 새벽 분위기와 많이 다르기도 했었고요.
그렇게 절 보성역에 내려준 기차는 명예역장님을 태우고 순천으로 떠나고...
저는 미처 기차 안에서 까먹지 못한 군고구마를.ㅋㅋㅋㅋ 보성역까지 고이 들고 와서 맞이방에서 조심스럽게 까서 먹었답니다. 제가 원래 고구마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고구마는 어찌나 맛있던지!!! 완전 행복한 맛!!ㅎㅎㅎ 그나저나 그 시간의 보성역 맞이방에는 대부분 할머니들이 앉아계셨는데, 웬 갑자기 20대 총각이 들어와 한 켠에 서서 군고구마를 열심히 먹고 있으니 다 시선이 저한테... 저 뭐 먹을 때 누가 쳐다보는 거 안 좋아하는데...ㅠ.ㅜㅋㅋㅋ 근데 무언가 재미있는 상황이긴 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보성역 앞에 나오니 작년 11월 서울에서 있었던 민중총궐기 시위 중 경찰의 물대포를 직사로 맞고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까지도 의식불명 상태이신 백남기 님의 쾌유를 빌고 현 정부를 비판하는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일이 있은지 벌써 반 년이 훌쩍 넘게 지났는데, 정부, 경찰에서는 공식 사과도 없이(심지어 경찰청장은 '유감이지만 사과할 수 없다'며 사과를 거부했죠.) 지금까지 버티고 있네요. 아니 아무리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는건데, 범죄자도 아니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시위에 나선 시민을 규정 이상으로 강한 물대포를 사용해 안구가 훼손되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질 정도로까지 만들어 놓고 사과는 커녕 오히려 비난을 하는 공권력이라니...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네요. 백남기 님의 따님인 백민주화 씨가 국외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활발하게 이 사건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있고요, 얼마 전 UN 인권이사회에서 직접 이러한 이야기들을 전하기도 했죠.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우리나라의 집회, 시위 관련 부분을 조사한 뒤 매우 강한 우려를 표명했었는데, 이 정권은 이상한 변명만 늘어놓으며 '나는 문제 없어~' 하고 있으니... 이건 다른 얘기지만, 또 어제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고 있었던 이정현 의원이 KBS 뉴스를 보신 '대통령께서 불편해 하셨으니' 정부나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하라고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하고 떼를 쓰고 압박을 넣는 통화 내용이 폭로되었죠. 참 대단한 정부인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인지... 수백명의 승객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께서 불편해하시는 게 더 중요한 일이었군요.
부디 백남기 님께서 쾌유하셨으면 좋겠고, 공권력이 이러한 방식으로 남용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정부와 경찰의 사과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기대도 안 해요. 더 괴롭히지나 않으면 다행.
제 다음 목적지는 바로 보성의 명물이자 상징인 녹차를 키우는 녹차밭입니다! 녹차밭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해서 보성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To Be Continued...
2016. 7. 1.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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