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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여름 내일로 여행기 - [25] 공포의 대전역 (2009.7.20/다섯째날)동부역사(한국여행)/09년 7월 내일로 2010. 4. 7. 22:03
*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드시 서울역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LCD 화면이 안 나와서 감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흔들리거나 초점이 안맞을 수 있습니다.
* 제목만 보면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저 혼자 무서웠던 얘기입니다.
10시 40분을 넘긴 시각에 대전역에 도착했습니다.
하마터면 못 내릴 뻔했는데, 대전역 도착하기 몇 분전에 겨우 깨서 얼른 내렸답니다^^
못 내렸으면..ㅡ.ㅡ;;; 서울역에서 또 밤을 새야 햇을까요;;;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대전역은 매우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가, 너무 덥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찬물에 세수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좀 음흉하게 생긴 아저씨가 저에게 말을 걸어오더라고요?
아저씨 : 학생 어디로 가요?
경춘선통일호 : 아, 저요? 저 여수에 가요.
아저씨 : 엥? 여기서 여수로 가는 기차가 있나?
경춘선통일호 : 아! 여기서는 없고 서대전역까지 가야 돼요.
아저씨 : 아... (뭐 말하려고 하는데,)
저는 그냥 그래서 더 이상 별로 할 말도 없고 뭔가 이상해서 그냥 나왔답니다.
나와서 그냥 입구쪽 의자에 앉아서 쉬려고 하고 있는데,
아까 화장실의 그 아저씨가 제 바로 근처에 앉아서 저를 계속 쳐다보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저는 불편한 마음에 일어나서 텔레비전이 있고, 사람이 좀 더 많이 있던 의자쪽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절 따라오는거에요! 그래서 저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답니다.
저 혼자 낯선 도시에서 이상한 아저씨한테 쫓기고 있다니!!!
저는 그 아저씨가 저를 쫓아오는 게 확실한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선은 무서워서 역 안의 편의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미 저는 무서워서 덜덜 떨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빗속에서 새벽 2시에 아무도 없는 길에서 이상한 아저씨한테 쫓겨본 적이 있어서 이런거에 대한 두려움이 유난히 좀 커요.ㅠ.ㅜ)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음료수를 샀지만, 속으로는 정말 엄청나게 떨렸답니다.
계산하면서 편의점 입구를 쓸쩍 보니 그 아저씨가 편의점 입구에서 절 쳐다보며 서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더욱 심장이 쿵쾅쿵쾅거렸고, 온 몸이 떨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ㅠ.ㅜ
마음 같아선 얼른 경찰 아저씨한테라도 쫓아가고 싶었지만, 뭔가 오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래서 너무 무서웠지만 무서워하는 걸 보여주면 그 아저씨가 왠지 더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면서 사람이 비교적 많은 텔레비전 앞 의자에 가서 앉았죠.
그리고 저는 막 사방을 힐끗힐끗거리면서 음료수 캔을 땄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제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절 쳐다보는거에요!
전 정말 무서워서 하마터면 캔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 했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
"저기요, 바지 지퍼 열렸어요."
아 네ㅡ.ㅡ;; 그거 말씀해주시려 지금까지 따라오신거에요?? 라고 생각할 뻔 했는데,
그래도 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어요...
그 아저씨는 저한테 별걸 다 꼬치꼬치 캐물으시더라고요.
집은 어디냐, 몇 살이냐, 학생이냐, 뭐하러 여수에 가냐 등등등요...
그러더니 가장 강조하면서 물어보는 질문이 '혼자냐?'였어요.
저는 이 질문을 강조하는 걸 보고 역시 절 쫓아온 다른 수상한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지 지퍼는 그냥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 물론 이건 감사해요. 계속 열고 다닐 뻔...)
그러더니 저에게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자기가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데 너무 심심해서 문자나 주고 받자고 하는거에요.
그래서 저는 순간 굉장히 당황을 했고 어떡하나 어떡하나... 막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순간 떠오른게(전 머리가 참 좋아요!ㅎㅎ) '아 죄송해요.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문자를 할 수가 없네요.'였어요.
그랬더니 방금전까지 웃으면서(좀 음흉한 웃음이었지만) 대하던 태도는 싹 사라지고
갑자기 욕을 하면서 자리를 일어나더라고요. 가는 곳도 서울방면 개찰구가 아닌 전혀 다른 곳...
그 아저씨 표정에 딱 '아 안 걸려드네 짜증난다.'라고 쓰여져 있더라고요...
정확히 뭘 위해 접근을 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쁜 목적이었던 건 분명한 것 같아요.
혹시 인신매매범 같은 건가?
어쨌든 그리고 나서 바로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혼자 다닐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막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떨리는 상태로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있었던 일을 모조리 얘기했답니다.
엄마도 걱정이 되셨는지 원래 다섯번째 날~마지막날까지 3일 연속으로 다녀오기로 했는데
그냥 엄마가 내일(여섯번째 날) 집에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서 그런다고 했고요.
저는 여수행 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에 서대전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야 했어요.
하지만 지하철 막차 시간은 다가오는데 역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렵더라고요...
더군다나 날은 계속 부슬부슬 비가 와서 더 음산하고 이상했고요...
뭐 어쨌든 그렇다고 대전역에서 밤을 샐 것도 아니고 해서 결국은 역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된 게 역 밖에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늦은 시간이라서 지하철역 안에도 역시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서울역은 이 시간이라도 사람이 꽤 많을텐데.ㅠ.ㅜ 대전역은 정말 사람이 없더라고요...
솔직히 아까 그 아저씨가 확실히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고,
저는 그 아저씨가 왠지 계속 쫓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사람이 없는 대전역이 정말 무서웠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지하철역을 무인화 하는게 대세잖아요. 정말 사람 한 명 없는 지하철역이 얼마나 무서웠는지.ㅠ.ㅜ
그래도 그 와중에도 동전같이 신기하게 생긴 대전지하철 승차권은 찍었어요.....ㅋㅋㅋ
어쨌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속 혼자 내려가는데 얼마나 무섭고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던지.....
어쨌든 다 내려와서 승강장에 왔더니 다행히도 지하철을 기다리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대전 지하철은 이 날 처음 타 본 거에요~ 부산지하철 3호선과 비슷한 느낌도 조금 들더라고요.
굉장히 안이 좁고 아담했습니다.
몇 정거장을 지나서 서대전네거리역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또 문제가 생겼어요. 서대전역은 지하철역과 바로 붙어 있지 않아요.ㅠ.ㅜ
서대전네거리역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답니다.
평소 같으면 사실 그냥 걸어갈만한 거리이기는 했는데, 온 세상이 무섭게 보였던 그 때의 저는
무작정 지하철역 앞에 서 있던 택시를 타고 '서대전역이요~'하고 말했답니다.
그랬더니 택시기사 아저씨가 황당하다는 듯한 말투로 '서대전역은 걸어서 10분도 안걸려요~'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창피해진 저는 아저씨한테 가는 길만 물어보고 다시 내렸어요..ㅠ.ㅜ
하지만 다행히도 서대전네거리역~서대전역 사이는 주택가+영화관+대형할인마트+유흥가로 이루어진 곳이었어요.
그 늦은밤에 산책을 하는 동네 주민들도 많았고요, 대형 할인마트가 24시간이라 쇼핑하러 온 사람도 많았고요,
또 유흥가 거리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고등학교 때라면 그런 거리가 무서웠을텐데,
다행히도 저는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런 거리가 아주 익숙하더라고요.(오히려 편안하더라고요.ㅠ.ㅜ 아 타락했어)
어쨌든 무사히 서대전역까지 잘 걸어갔답니다.
서대전역 안의 상가들도 모두 문을 닫은 엄청 늦은 시간이었지만,
밤 12시가 넘어서 있는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더라고요.
저는 여기서 0시 47분에 출발하는 여수행 무궁화호를 타러 왔어요.
여수는 여행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새벽 시간에 있을 곳이 없어서 그냥 여수까지 갔다가 목적지인 전주로 가려고요.ㅎㅎㅎ
서대전역에서 무엇보다도 안심되었던건 자상하게 생기신 경찰아저씨가 역 안을 끊임없이 순찰하고 계셨어요!
대전역에도 그런 아저씨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ㅠ.ㅜ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새벽 0시 47분이 되었어요.
늦은 시간인데도 내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13. [용산발 여수행 무궁화호 #1517 열차]
(이용구간 : 서대전~여수)
내일로 여행을 하면서 무궁화호가 안 좋은 점은 전에도 몇 번 말씀드렸겠지만, 바로 자유석이 없다는 거에요.ㅠ.ㅜ
내일로는 자리가 따로 정해져있지 않아서 빈자리가 없으면 무조건 입석이잖아요...
또한 빈 자리라도 누가 와서 '제 자리인데요.' 하고 언제 말을 걸지 모르니까 항상 불안하고요...
어쨌든 구석에 빈 자리를 하나 잡아 잠을 청했답니다.
살짝 졸다 깨어난 것 같은데 창 밖에 비가 점점 심해지더라고요. 막 투둑투둑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고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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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대전역역→서대전네거리역→서대전역→여수역
2010.4.7.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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