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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오랜만에 인사 드리네요!
요르단 생활을 마치고 짧은 여행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지 벌써 열흘이 넘었고 달이 바뀌었는데요, 돌아오자마자 학교 일도 바쁘고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또 태국으로 3박 5일 가족, 친척과 여행을 다녀온 직후 설 연휴가 찾아와서 정신없는 1월을 보냈답니다. 막 2월로 바뀐 설 연휴 셋째 날 새벽에서야 시간 여유가 좀 생겨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요르단 생활은 끝났지만, 아직 요르단에 대해서 할 말은 많이 남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요르단에 처음 갔던 9월에 들른 암만 도심 지역의 모습과 레인보우 스트리트라는 거리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합니다. 물론 요르단을 떠나오기 직전까지도 도심 지역은 여러 일들로 참 많이 가 보았는데요, 오늘은 일단 작년(2013년) 9월 27일의 모습을 소개해 드릴 거예요.
2013년 9월 8일에 요르단에 입국한 후 저는 9월 말이 다 되도록 암만 시내에서는 학교 근처를 벗어나보지를 못했었습니다. 물론 학교 버스를 단체로 타고 암만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아즐룬 성과 제라시 유적에는 다녀왔지만, 막상 암만 시내는 학교 근처 이외에는 가본 곳이 없었기 때문에, 암만 시내 분위기 전체가 요르단 대학교 근처 동네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요르단 대학교는 요르단을 대표하는 대학교이기는 하지만 사실 주변 동네는 그다지 좋지는 않아요. 일단 암만 시내에서는 약간 외곽 동네인데, 잘 사는 부자 동네이거나 그렇지는 않고 정말 그냥 외곽입니다. 동네 사람들도 뭔가 풀어헤쳐진(?) 인상을 주었고, 별로 놀 거리, 즐길 거리도 없는 재미 없는 동네였거든요. 그나마 학교 앞이라고 식당, 패스트푸드 점, 카페는 참 많았지만요.
그래도 다른 암만 시내 동네가 항상 궁금했던 저는 마침 저처럼 요르단 대학교로 공부를 하러 온 다른 학교 중동과 학생들과 암만 시내에서 가장 깔끔하고 예쁜 거리라고 하는 레인보우 스트리트에 함께 가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는 사실 여행을 가든 집 근처에 있든 어디든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해서 여건만 됐다면 도착하자마자 저 혼자 암만 시내를 이미 다 휘젓고 다녀도 모자랄만큼의 시간이 지났었지만, 그 '여건'이 되질 않아서 학교 근처를 떠나지를 못했었습니다. 일단 암만 시내의 대중교통 자체가 엉망입니다. 자가용도 없는 저는(물론 도로가 무법천지에 가까운 요르단에서 운전을 할 생각 자체가 없었지만)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이 필수인데, 암만은 일단 도시철도(지하철, 트램 등등)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면 시내버스라도 잘 되어있느냐... 버스고 뭐고 일단 정류장을 찾기가 너무 힘듭니다. 우리나라는 정류장이라면 누가 봐도 정류장인 걸 알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그 정류장에는 적어도 정차하는 버스 번호에 대한 안내는 되어 있는데, 암만 시내에는 일단 정류장 자체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냥 시민들은 버스 정류장 위치가 어디인지 알기 때문에 알아서 타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외국인들이나 외지인들은 당연히 버스를 이용하기가 힘듭니다. 현지인들한테 물어본다고 해도 자신이 타고 다니는 버스가 아니라면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 또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만약 버스 정류장 지붕과 의자가 존재하는 아주 좋은(?) 버스 정류장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그게 끝입니다. 버스 정류장이라는 걸 알 수 있게만 해 놓아요. 도대체 여기 몇 번 버스가 정차하는지, 이 정류소의 이름은 무엇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택시 뿐이죠.
요르단의 택시는 비싼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말 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 기본요금부터 고작 0.25디나르(한화 약 350원)밖에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택시를 타고 다녀도 웬만한 거리는 사실 금전적으로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르단에 도착한 뒤 며칠 안 되어 택시기사에게 아주 큰 사기를 당했거든요. 학교 정문에서 후문 근처 집까지 택시를 탔는데 2디나르(약 3,000원)도 당연히 안 나올 거리를 무려 20디나르(약 30,000원)이나 내고 갔으니까요.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고 황당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말도 안 통하고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상황이라서 멍청하게 20디나르를 다 내고 말았답니다.ㅠ.ㅜ 그래서 레인보우 스트리트를 가기로 했던 이 날까지 그 뒤로는 택시를 한 번도 안 탔었어요. 결국 택시 타기도 겁나고, 버스는 하나도 모르겠고, 그 외의 다른 이동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저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학교 근처를 벗어날 수가 없었던 거죠. 하지만 이 날 레인보우 스트리트를 다녀오면서 모든 택시 기사가 사기꾼은 아니구나 하고 안심이 되어서(물론 그 전에도 이성적으로는 당연히 모든 기사가 사기꾼일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이미 '택시는 무서워'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그 뒤로는 암만 시내를 혼자서도 정말 신나게 돌아다녔었어요. 물론 중간 중간에 바가지 씌우려는 택시 기사들이랑 싸운 적도 몇 번 있지만요.(심지어 요르단에서 출국하던 마지막 날 아침까지)
아이고 딴 소리가 너무 길었네요. 어쨌거나 그렇게 택시를 타고 암만 시내 북쪽 귀퉁이에 있는 학교 앞을 떠나 암만 중심가로 향하는데, 오오 일단 학교 근처랑은 모습이 확 다릅니다. 일단은 동네가 깔끔해 보였고, 생각보다 현대식 고층빌딩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감동이었던 건 '차선'이 그어져 있었다는 것.ㅋㅋㅋ 요르단은 정말 암만 완전 도심 지역이랑 아카바 시내, 그리고 퀸 알리아 국제공항 근처를 빼면 도로 위에 차선이나 그 어떤 표시 같은 것도 찾아보기가 힘들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달려 드디어 레인보우 스트리트 도착! 택시 기사 분이 "Here is Rainbow Street(여기가 레인보우 스트리트예요.)"라고 영어로 천천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 일단 입구부터 학교 근처와는 확 다른 느낌. 인도도 깨끗하게 깔려 있고 나름 아기자기한 장식도 있는 게 우리나라 인사동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랍 전통 음식점도 있었고 기념품 가게도 많았거든요. 그렇게 중간 쯤 걸어가다보니 나온 멋진 풍경!
작은 광장 같은 곳이었는데, 암만 도심 지역이 내려다 혹은 건너다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암만의 경우 넓은 평지에 들어선 도시가 아니라 정신 없이 굴곡진 산지에 들어선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 자체가 물결치듯이 고저차가 굉장히 심합니다. 그래서 내려다 보이는 곳도 있고 건너다 보이는 곳도 있는 것이죠. 이 곳에서는 요르단 암만 도심을 찾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보셨을 대형 요르단 국기가 아주 멀~리 보입니다. 사실 이 국기는 여기보다 조금 더 도심에 가까운 '시타델'이라는 고대 유적지에서 보아야지 가깝게 멋있게 보이는데, 레인보우 스트리트에서도 보이기는 했습니다. 깃대 자체도 엄청 높고 국기의 크기도 정말 커서 한 때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기였다고 합니다.
이 광장에 서 있었던 이유는 같이 간 다른 학교 친구의 랭귀지 파트너 한 명을 이 광장에서 만나 함께 동행하기로 했었기 때문입니다. 요르단 대학교 한국어과 여학생이었거든요.^^ 제 랭귀지 파트너도 요르단 대학교 한국어과 학생이었지만 이 곳에는 함께 하지 않았었어요. 마침내 그 친구의 아랍인 랭귀지 파트너가 왔고 서로 이름과 나이, 학교를 소개하고 금방 친해졌답니다.
차도만 있고 인도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엉망인 상태인 학교 앞과는 달리 레인보우 스트리트는 정말 너무나도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고 깔끔했습니다. 요르단에 머문지 20일도 안 됐을 때이지만 이미 학교 근처 풍경에 너무 익숙해진 저는 레인보우 스트리트를 걸으면서 완전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ㅋㅋㅋ 물론 지내다 보니 더 깔끔하고 좋은 거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레인보우 스트리트에 다시 가 봐도 무감각해졌지만, 이 때는 20일만에 정말 깔끔하고 예쁜 길거리를 봤기에 정말 들떠 있던 상태였습니다.
레인보우 스트리트에는 '수크 자라'라고 작은 벼룩시장같은 곳이 있었습니다. '수크(سوق[suuq])'라는 단어는 아랍어로 '시장(Market)'을 뜻하거든요. 즉 '수크 자라'는 '자라 시장'이라는 뜻인 것이죠. 이 곳은 매주 금요일마다 문을 여는 곳이었는데요, 요르단과 아랍 지역의 각종 기념품, 그리고 특산품이나 군것질 거리, 생과일 주스 등을 파는 시장이었습니다. 제가 왜 계속 과거형으로 말하냐면요, 이 시장은 현재는 없어졌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매주 금요일마다 시장이 열리지도 않고요. 사실 저희는 이 사실을 모르고 갔는데, 우연히 수크 자라에서 마주친 한국인 아주머니들로부터 '오늘이 수크 자라 열리는 마지막 날이래요~'라는 말씀을 들었거든요. 그 뒤에 정말 다시는 수크 자라가 열리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수크 자라가 마지막으로 열렸던 날에 저희가 방문을 했던 것이었어요. 일주일만 늦게 왔어도 없었을 수크 자라! 불과 몇 개월 전이지만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추억이 되어 버린 요르단 암만 레인보우 스트리트의 '수크 자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가 '수크 자라'의 입구입니다. 여기서부터 직선으로 쭉 이어지는 형태의 시장이죠. 물론 중간중간 갈라지는 짧은 골목길들에도 조금이나마 상점이 들어서 있기는 합니다. 입구부터 화려한 아랍식 카페를 판매하고 있네요. 카페트 외에도 화려한 문양이 들어간 가방, 동전지갑, 스카프, 모자, 티셔츠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랍 느낌 물씬 나는 장신구들과 터키석으로 만든 다양한 물건들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 말고 식품이나 즉석에서 먹을만한 것들을 파는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 이 분도 그 분들 중에 한 분입니다. 요르단 토종 벌꿀을 파는 분이셨는데요, 벌꿀 브랜드의 이름은 '알 쿠수스(Al Qusuus)'네요.^^ 같이 갔던 학생 중 한 명이 여기서 꿀을 샀답니다. 저도 한 입 얻어먹어봤는데 제가 꿀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꿀이 굉장히 달고 맛있더라고요.^^ 이제 수크 자라에서는 볼 수 없겠지만, 계속 꿀 생산은 하고 계시겠죠? 아저씨가 푸근한 인상만큼이나 친절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수크 자라 가운데 지점에 위치한 그림을 그려주는 곳들... 얼굴을 진짜처럼 실감나게 그려주는 분들도 계셨지만, 여기는 캐리커처 형식으로 특징을 잡아 단순하게 표현해 주시거나 아니면 아예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들을 그려주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요르단 어딜 가나 그렇지만 수크 자라 역시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상점들이 많았습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상태가 담긴 소책자를 나누어주시고, 팔레스타인 관련 기념품(?) 등을 팔아서 수익금을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수크 자라가 좁은 공간 안에 여러 종류의 상점들이 많이 늘어서 있어서 빠르게 구경하기는 좋았는데요, 레인보우 스트리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심 지역(와사트 알 발라드)에 가시면 수크 자라에서 사실 수 있었던 기념품들은 물론 더 많은 종류의 기념품들이 있답니다. 혹시 암만 도심 지역을 방문하게 되시는 분들은 수크 자라가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고 아쉬워하지 마시고 와사트 알 발라드에 가시면 더 많은 기념품 상점들과 볼거리들이 있습니다.
수크 자라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더니 생으로 과일을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 파는 곳이 있었는데요, 정말 달고 상쾌하고 맛있었답니다. 마냥 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고소한 맛도 함께 나는 열대 과일을 갈아 넣어서 제 입맛에 꼭 맞더라고요! 가격은 1디나르(한화 1500원 정도)였습니다. 이제 수크 자라는 열리지 않지만 요르단 곳곳에서 이런 주스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요르단의 주요 여행지에서는 저렇게 기다란 빨대를 비비 꼬아서 주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엄지 손톱은 제가 요르단에 도착해서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한창 긴장해서 저도 모르게 손톱 주변을 마구 뜯고 있던 때라 보기 좀 그래서 스티커로 살짝 가렸습니다.
사실 수크 자라를 구경하는 동안 동행한 랭귀지 파트너의 친구인 아랍인 남학생들을 만났었거든요. 두 명인데 두 명 다 굉장히 훈남이더라고요. 특히 그 중 한 명은 꽤 잘생겨서 같이 간 다른 학교 여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ㅋㅋㅋ 수크 자라를 구경하고 나니 저녁 때가 되어서 우리는 아랍인 랭귀지 파트너에게 이 근처에 맛있는 아랍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그 랭귀지 파트너는 또 친구인 아랍인 남학생들에게 아는 식당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남학생들은 처음에는 아랍 식당이 아니라 그냥 유명한 서양식 식당을 소개해 주려고 해서, 우리는 아랍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죠. 그래서 그 남학생들이 알려 준 식당은 바로 '예루살렘 식당'이었습니다. 그 아랍인 남학생들은 저희를 식당까지 데려다 줄 시간은 없었고, 그래서 랭귀지 파트너에게 위치를 열심히 설명했으나 랭귀지 파트너가 레인보우 스트리트에서 그 식당까지 어떻게 가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일단 출발을 했습니다.
레인보우 스트리트에서 급경사 골목길을 한참 돌아돌아 내려가다 보니 암만의 도심인 '와사트 알 발라드(Wasat Al Balad/وسط البلد)'가 나왔습니다. '와사트 알 발라드'는 현지 발음으로 하면 '와싸뜰 발라드'에 가까운데요, '와사트(Wasat/وسط)'는 아랍어로 '중심, 중앙'이라는 뜻이고요, '발라드(Balad/بلد)'는 아랍어로 '도시', '지역', '나라' 등을 뜻합니다. '알(Al/ال)'은 영어의 'The'와 같은 뜻이고요, 즉 그대로 '도시의 중심', '도심'이라는 뜻인 것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이 날 와사트 알 발라드를 처음 와 봤는데, 같이 갔던 다른 학교 한국인 친구들은 예전에 와사트 알 발라드를 와 본 적이 있는지 '레인보우 스트리트랑 와사트 알 발라드가 이렇게 가깝구나!'하고 놀라더라고요. 와사트 알 발라드 지역은 고대부터 이 지역의 중심지였고, 성경에 나오는 '암몬인'들이 살고 있던 지역인 '암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로마 제국 시대에는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였던 등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랍니다. 그래서 아주 고대의 유적부터 로마 제국을 거쳐 이슬람 유적까지 다양한 유적들이 와사트 알 발라드에 있고요, 또한 암만의 중심이다 보니 수많은 호텔들(하지만 와사트 알 발라드의 호텔은 거의 모두 작고 낡은 호텔들입니다. 요르단 시내에서 아주 비싼 값 주지 않는 이상 웬만한 수준 이상의 호텔을 찾기 힘든 게 사실이기는 하지만요.)도 있고요. 하지만 와사트 알 발라드의 역사적 유적지들의 모습은 다음에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이 날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랭귀지 파트너 따라서 '예루살렘 식당'에 점심을 먹기 위해 와사트 알 발라드에 갔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깨끗하고 깔끔하게 잘 정리 된 레인보우 스트리트에 있다가 와사트 알 발라드로 내려오니까 갑자기 너무 지저분해 보이는 거예요. 학교 근처는 적어도 건물이 막 지저분하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오래된 도심이라니 이해는 하지만 건물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새카맣게 때가 타 있고 너저분해 보이더라고요. 길거리는 사람과 차로 넘쳐나는데 인도에는 너무나도 많은 가판대들이 늘어서 있었고 건물들엔 다 떨어진 국기나 깃발이 너저분하게 걸려있고... 요르단 수도 암만의 도심이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이게 암만 와사트 알 발라드에 대한 저의 첫인상이었고요, 하지만 그 후 요르단에서 쭉 지내면서 와사트 알 발라드가 얼마나 재미있는 곳인지를 알게 되었답니다.^^ 아마 이 때는 요르단에서의 생활이 적응도 잘 안 되고 힘들어서 무조건 한국이랑 비슷한 걸 찾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더 실망했는지도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레인보우 스트리트에 더 호감을 가졌었을 것이고요.
와사틀 발라드 중심의 삼거리에서 조금 올라가니 드디어 예루살렘 식당(Jerusalem Restaurant/مطعم القدس[maT'amul-quds])이 나왔습니다. 요르단에서는 유난히 '예루살렘'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지금은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하고 있고, 팔레스타인이 수도라고 주장하는 '동(東) 예루살렘'이 원래 요르단의 수도였기 때문이죠. 예루살렘은 예전부터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공동으로 성지로 삼는 도시로 역사적으로 정말 복잡한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요, 근대에 들어와서는 1948년 팔레스타인 서쪽에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예루살렘의 서쪽, 즉 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삼게 됩니다. 당시 현재는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 강 서안 지구도 영토로 가지고 있던 요르단은 자연스럽게 동 예루살렘을 가지게 되었고요. 그래서 제가 공부하고 왔던 요르단 대학교 역시 개교 당시에는 예루살렘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동 예루살렘을 비롯해 요르단 강 서안 지구 전체를 강제로 편입했고, 요르단은 요르단 강 서안 지구와 동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에게 빼앗기고 요르단 강 동안으로 영토가 축소되게 됩니다. 물론 국제법적으로 요르단 강 서안 지구와 동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되지 않아서 이스라엘이 그 지역들을 불법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어쨌든 그 이후 요르단 강 서안지구 및 동 예루살렘은 요르단 정부가 손 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 사이 요르단 강 서안 지구와 동 예루살렘 등 지리적 의미의 팔레스타인 지역(현재의 이스라엘 영토(네게브 사막 제외),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 강 서안 지구, 가자 지구)에 거주하던 아랍인들은 팔레스타인의 독립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무력 사태 끝에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은 자치권을 얻게 되었고, 현재는 UN에 의해 국가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물론 이스라엘, 미국 등의 나라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요.) 한편, 요르단은 이미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고 이제 더 이상 요르단 강 서안 지구와 동 예루살렘을 요르단이 되찾아온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많은 요르단 국민들은 예루살렘과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요르단 내에 수십년 전 전쟁 당시 넘어와 정착한 팔레스타인 인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어쨌거나 다시 식당 얘기를 하자면, 예루살렘 식당은 요르단의 대표 음식인 '만사프(Mansaf/منسف)'를 비롯해 매우 다양한 아랍 음식을 팔고 있는 식당입니다. 식당 규모도 꽤 크고 장사도 항상 잘 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아래 사진의 음식이 저희가 먹은 음식입니다.
사진 위쪽에 멀리 흐리게 나온 음식이 바로 '만사프'인데요, 만사프라는 음식은 버터와 향신료를 넣어 볶은 밥 위에 양고기나 닭고기 덩어리, 그리고 약간의 견과류와 얇은 밀가루 빵을 접시에 담아 만들고요, 아랍 특유의 요거트 같은 것을 곁들여 먹는데요, 개인적으로 이건 너무 신 맛이 나고 냄새가 특이해서 잘 못 먹겠더라고요. 하지만 이 요거트 같은 것을 같이 먹지 않아도 만사프는 충분히 맛있답니다. 사진 속 만사프는 양고기 만사프입니다. 양고기 만사프는(만사프 빌라흠/منسف باللحم[mansaf billaHm] - '고기로 만든 만사프')라고 하고요, 닭고기 만사프는(만사프 빗다자즈/منسف بالدجاج[mansaf biddajaaj] - '닭으로 만든 만사프'라고 합니다. 예루살렘 식당은 모든 메뉴판이 아랍어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아랍어를 전혀 못하신다면 주문이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물론 웨이터 분들이 영어를 조금 하시기 때문에 영어로 설명을 듣고 주문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가까이에서 찍은 닭고기 요리는 이름이 뭔지를 잘 모르겠네요.^^;;
아랍 지역에서는 이런 요리를 먹을 때 반드시 올리브 절임도 같이 먹는데요, 특이한 것은 아주 매운 고추도 이런 요리와 함께 먹는다는 것입니다. 고추의 생김새는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데 아랍 지역의 고추는 거의 모두 엄청 맵습니다. 한국 고추 생각하고 막 우그적 우그적 씹어드시면 눈물이 나올 지도 몰라요. 그나저나 요르단은 아직도 실내 흡연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에 재떨이가 놓여 있답니다.
어쨌든 그렇게 맛있는 아랍식 식사를 마치고 이번엔 랭귀지 파트너가 아주 맛있는 후식을 소개해 주겠다고 해서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 친구가 소개해 준 후식은 바로 이 것!
뭔지 잘 모르시겠죠? 이건 아랍 지역의 유명한 후식 중 하나인 '쿠나페(Kunafe/كنافة[kunaafah])'라는 음식이에요. 빵 같은 것인데 가운데에 치즈, 그리고 설탕 시럽(?) 같은 것이 잔뜩 넣어져 있어서 고소하면서도 정말 달답니다. 사실은 기름기도 많아서 좀 느끼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놀라울 정도로 맛있더라고요. 특히 요르단의 기업인 '하비바(Habibah/حبيبه[Habiibah])'는 요르단 내에서 정말 유명한 디저트 가게인데요, 요르단 곳곳의 하비바 지점에서 파는 쿠나페는 정말 일품이랍니다. 위 사진의 쿠나페도 와사트 알 발라드에 있는 하비바 가게 두 곳 중 한 곳에서 먹은 거예요. 와사트 알 발라드 안에만 하비바 가게가 두 곳이 있거든요. 둘 다 같은 하비바의 지점인데요, 한 곳은 정식으로 가게처럼 실내에 해 놓은 곳이고, 한 곳은 약간 노점처럼 음식 만들고 파는 곳만 건물에 있고, 먹는 곳은 바깥에 있어서 모두 가게 앞에 아무데나 앉아서 먹어야 하는 곳이었는데, 이상하게 손님은 항상 후자에 많더라고요.^^ 물론 저는 편하게 실내에서 앉아 있을 수 있는 전자를 좋아했지만요. 어쨌든 같은 회사의 가게이고 맛은 같으니까요! 요르단을 가실 일이 있다면 '하비바' 가게에 가셔서 꼭 '쿠나페'를 드셔보세요. 하비바가 아니라도 드실 수는 있는데, 하비바에서 파는 쿠나페만큼 맛있는 쿠나페는 먹어본 적이 없거든요. 드셔보시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쿠나페 외에도 아랍 지역에는 곳곳에 이렇게 아주 달콤한 디저트를 파는 가게가 많아요. 아랍인들은 원래 식사 후 '할와(حلوة[Halwah])'라고 부르는 달콤한 과자를 먹거든요. 쿠나페도 그런 '할와'의 일종인 것이죠. 하지만 아랍인들은 차도 그렇고 워낙 달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대부분의 '할와'는 외국인들에게는 입맛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심각하게 달거든요. 그냥 먹으면 순간순간 살 찌는 느낌이 막 나는 것처럼...
그렇게 와사트 알 발라드에서 저녁 식사와 후식까지 모두 먹은 뒤 저희는 다시 레인보우 스트리트로 올라왔습니다. 학교 근처에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가게가 없었는데, 레인보우 스트리트에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한국인 친구들은 모두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랭귀지 파트너는 이슬람교 신자라 함께 술자리를 할 수는 없었지만 요르단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길을 잘 모르는 저희들을 저희가 찾고 있던 술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올라왔답니다.
이미 처음에 만났던 레인보우 스트리트 중간의 작은 광장까지 올라왔을 때는 해가 지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요르단에서 4개월 조금 넘게 지내는 동안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해질녘의 하늘 색이었어요. 요르단의 해질녘 하늘은 거의 항상 이런 빛깔을 보여줬답니다. 이 날도 해질녘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더군다나 레인보우 스트리트에서 언덕 건너 보이는 암만 도심의 고대 유적지 '시타델(Citadel)'의 모습이 뒷배경이 된 하늘의 빛깔 덕분에 더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였답니다.(시타델은 다음 포스트에서 소개해 드릴 거예요.)
낮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밤이 되니 레인보우 스트리트에 사람들과 차량들이 점점 몰려들고 있습니다. 낮에는 인사동 같았는데, 해질녘이 되니 점점 홍대와 이태원을 섞어놓은 것 같은 분위기로 변해가는 중...
오픈 마지막 날 저녁까지 수크 자라는 손님들로 북적북적거렸네요.
그렇게 레인보우 스트리트 끄트머리까지 가서 도착한 술집의 이름은 'Books@Cafe'! 이름에 괜히 Book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고요, 실제로 이 건물의 구조는 특이하게 1층은 서점, 2층은 술집 겸 카페의 구조였는데,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1층의 서점을 통과해야 했답니다. 술집을 가기 위해 서점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죠. 어쨌거나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와우! 일단은 2층은 창문이 없이 활 트여 있는 구조였고, 트여 있는 쪽으로 보이는 암만 시내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릅다웠습니다. 연속되는 산지로 이루어진 암만 시내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풍경이네요. 그나저나 저기 꼭대기에 사시는 분들은 집에 가기 참 힘드실 듯... 어쨌거나 여기까지 안내해 준 아랍인 랭귀지 파트너는 여기서 같이 술을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 아쉽지만 헤어졌습니다.
해가 점점 넘어가서 하늘 빛깔이 점점 어두워지고 건너 보이는 마을 가로등과 집에 하나 둘 불빛이 들어올수록 분위기는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술을 파는 가게이고, 술을 마실 목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이 대다수이다보니 무슬림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의 손님은 외국인 아니면 기독교 신자인 요르단 국민들이었습니다. 사실 아랍인들은 인종적으로 백인종이고 따라서 유럽인들과 상당히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여자분들의 경우는 히잡을 쓰지 않으면 가끔 유럽인인지 아랍인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곳에서도 남자들은 아랍인들이 워낙 수염이 까맣고 많고, 피부도 거무튀튀해서 구분이 됐지만, 여자분들은 구분이 잘 안 되더라고요.ㅎㅎㅎ 어쨌든 여기서 오랜만에 맥주도 마시고, 다른 술도 마셔 보고 시샤(물담배)도 하나 주문해 같이 간 6명이 돌려서 피워 보았습니다. 저번에 2NE1 CL 물담배 논란 때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물담배를 마약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물담배는 중동 지역에서는 아주 대중적인 것이고요, 마약은 절대로 아닐뿐더러 일반 담배보다도 느낌상으로는 순하고 무엇보다도 담배를 태운 연기가 아닌 과일향이 나는 수증기를 빨아들였다 내뱉는 것이기 때문에, 비흡연자들이라도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원어민 교수님과 이태원으로 야외 수업을 갔을 때도 남자고 여자고 수업듣는 사람들 다 같이 교수님이 주문해 주신 물담배를 한 번씩 다 경험해 봤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 담배보다 훨씬 부드럽게 몸에 흡수되고 일반 담배와는 달리 너무나 달콤한 과일 향만 나기 때문에 비흡연자라도 아무 생각 없이 연기를 빨아들이다 보면 일반적인 흡연보다도 오히려 훨씬 많은 양의 유해 성분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비흡연자인 저도 사실 시샤의 본고장인 아랍 국가 중 하나인 요르단에 가서도 이 때 빼고는 시샤를 한 번도 안 했거든요. 한 번 쯤 경험해 보시는 것은 좋지만 너무 자주 하시면 몸에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CL이 물담배를 피운 게 그렇게 엄청난 논란이 될 정도로 이상한 물건은 아니라는 것...
어쨌든 그렇게 Books@Cafe에서 오랜만에 술도 마시고 한참 동안 이야기도 하고 웃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 시간이 좀 늦은 것 같아서 각자 자취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왔습니다.
Books@Cafe를 밖에서 바라 본 모습입니다. 아래 입구에는 보시다시피 책들이 꽂혀 있는 서점이 보이고요, 2층은 술집 겸 카페인데 저렇게 시원하게 트여 있답니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저 부분을 비닐로 덮어 놓았다고 합니다. 아마 매년 겨울에 그렇게 하겠죠?
저녁의 레인보우 스트리트는 정말 사람들로 북적거리더라고요. 사실 이때까지 요르단에 와서 해지고 나서는 거의 집 밖을 나가본 적이 없거든요.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중동 국가인데 몸을 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이 날 레인보우 스트리트를 가 본 이후로 밤에도 정말 자유롭게 돌아다녔답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만큼이나 자유롭고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더라고요. 노천 카페, 노천 식당(?)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물담배를 피우며, 혹은 식사를 하며 얘기하는 수많은 사람들...
여기 'Gerard'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는 레인보우 스트리트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라고 합니다. 이 가게 바로 옆에도 비슷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두 가게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Gerard에만 손님이 많이 몰리더라고요.
저는 오레오 쿠키 맛을 먹었습니다.^^
와우! 시간이 늦을수록 레인보우 스트리트로 진입하는 차량이 점점 늘어나네요!
하지만 저희는 아직 요르단의 밤거리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학교 근처로 돌아왔습니다. 레인보우 스트리트 근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택시 잡기도 정말 힘들더라고요... 차도 꽤 밀리고... 어쨌거나 혹시 저처럼 요르단으로 유학을 가셨는데 학교 근처가 너무 재미 없어서 우울한 분들은 일단 택시를 타고 '일라 레인보우 스트리트!'를 외쳐 보세요. 학교 근처보다는 훨씬 재미있을 거예요^^
그럼 엄청나게 긴 글 읽으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2014. 2. 1.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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