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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내일로] (21) 새벽의 서울역, 그리고 누리로 타고 천안으로동부역사(한국여행)/10년 1월 내일로 2016. 3. 28. 14:12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많이 쌀쌀하고 영하로 떨어지는 날도 있지만 낮에는 정말 따뜻하고 이제 확실히 봄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나네요! 그럼 2010년 1월 내일로 여행기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새벽 3시 10분에 서울역에 도착한 태영이와 저는 푹 자다가 갑자기 깨서 완전 비몽사몽인 상태로 서울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시간대에 부산발 서울행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역에 새벽 3시가 넘어 도착하는 경로는 벌써 이번이 세번째였어요.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2006년 초에 엄마, 저, 동생, 그리고 엄마 친구분 가족과 부산여행을 다녀올 때 부산에서 하루종일 놀고 바로 그날 밤 이 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날이 밝을 때까지 앉아있다가 집으로 돌아왔거든요.^^ 그리고 그 뒤로는 대학교 1학년 때인 2009년에 친구 창민이와 첫 내일로 여행을 했을 때 역시 부산 갔다 돌아오면서 이 열차를 이용해 첫차시간까지 서울역에서 버틴 적이 있어요.(참고 - 2009 여름 내일로 여행기 - [7] 시간 때우기들 (2009.7.16/첫째날)) 그 다음이 이때였죠.
새벽 3시 10분에 다들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시는 건지 분명 꽤 많은 사람들이 내렸는데 그 사이에 다 어디로 갔더라고요. 자가용 승용차나 택시로 가신 듯...(이때는 서울 심야시내버스가 없을 때였어요.) 그래서 역 안에는 저와 태영이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해지는 시간까지 버티는 사람들과 원래 여기서 지내시는 노숙자분들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때가 벌써 세번째였는데 여전히 노숙자분들은 밤새도록 서울역에서 소란을 피우시더라고요...ㅠ.ㅜ
저와 태영이는 유일하게 불을 켜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서울역 안 롯데리아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맥도날드도 24시간이라고는 붙여놓았는데 새벽에 잠깐 몇 시간은 매장을 정리하느라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오 저 롯데리아 홍보물들, 그때는 전혀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6년이 지난 지금 보니 뭔가 지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나네요. 6년이 정말 긴 시간인가봐요.
배도 채울 겸 롯데리아에 들어갔는데, 저희와 같은 기차를 타고 오신 같은 신세의 분들이 앉아서 마냥 시간을 때우고 계시더라고요. 보통은 다들 커피 한 잔, 감자튀김 하나 시켜놓고 그냥 앉아서 멍때리거나 졸고 있는데, 저는 언제 어디서나 먹성이 좋아서 푸짐하게 유러피안프리코치즈버거 세트에 치즈스틱까지 추가해서 신나게 먹었어요.ㅋㅋㅋ 먹고 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서 저와 태영이는 테이블에 엎드려 자는둥 마는둥 낑낑대고 있는데, 갑자기 매장 안이 소란스러워져서 눈을 떠보니 노숙자 아저씨 한 분이 천원짜리 한 장을 들고 들어오셔서 새벽에 고생하는 알바생한테 당장 감자튀김을 내놓으라고 막 역정을 내고 계시더라고요. 아르바이트 하시는 분이 어쩔줄 몰라서 쩔쩔매고 안쪽에서 다른 남자 직원들까지 나와서 말렸는데 소용이 없어보였어요. 하지만 곧 철도공안 아저씨께서 잘 달래서 노숙자분을 매장 밖으로 나가도록 하셨습니다.
어쨌든 잠도 안오고 시간도 많이 흘러서 태영이와 저는 다시 맞이방으로 나왔습니다.
오잉?ㅋㅋㅋ 날이 많이 추워서 역 안에 들어와 있는건가?? 역 안에 마땅히 주워먹을 게 없을텐데...
저희의 다음 목적지는 바로 충청남도 최대도시인 '천안'입니다. 천안에 가기 위해 저희가 탈 열차는 오전 5시 3분에 출발하는 신창행 누리로! 누리로 열차는 무궁화호 열차를 차츰 대체하기 위해 2009년 6월부터 운행하기 시작한 열차입니다.(참고 - 세상을 향하는 열차 - 누리로(Nooriro) 탑승기 (2009.6.8)) 이 여행기의 시간적 배경이 2010년 2월이니까 이때만 해도 도입된지 1년도 안 된 완전 새 열차였네요^^ 요즘은 조금 꼬질꼬질해졌더라고요. 그나저나 무궁화호는 누리로로, 새마을은 비츠로로 예정대로 변경이 되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무궁화호 대체용 열차는 누리로로 이름이 잘 정해졌는데, 새마을호는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뜬금없이 비츠로라는 이름을 버리고 'ITX-새마을'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갖게 되었답니다. 참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에요.
저와 태영이가 탈 누리로는 서울역을 출발해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신창역까지 운행하는 누리로입니다. 신창역 전에 천안역이 있지만 저희는 신창역까지 쭉 타고 갔다가 다시 천안으로 돌아오는 경로를 택했어요. 어차피 내일로 티켓이라 그렇게 한다고 추가요금이 들 일도 없었고, 일단 이걸 타고 그냥 천안역에 내리면 천안역에도 너무 일찍 도착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푹신한 기차 의자에서 조금 더 푹 퍼져 있으려고 그런 기형적인 경로를... 온양온천역은 신창역과는 다른 역이고, 이 열차의 중간정차역이지만, '신창'이라는 지명이 이때만 해도 아직 사람들에게 익숙지 않은 지명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아는 온양온천을 함께 써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1호선이 신창역까지 개통된지 꽤 오래되어서 이제 신창행을 타면 대충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사람들도 다 알지만요.
정말 깨끗하네요.ㅎㅎㅎ 완전 새 열차였으니까요.
서울-신창 누리로 열차는 지상 서울역에서 출발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남영역 이후로는 신창행 1호선과 완전히 똑같은 경로로 운행해요.(물론 1호선처럼 모든 역에 다 서진 않죠, 그래도 명색이 무궁화호 대체열차인데요.)
5시 3분이 되자 열차가 출발했고, 곧 한강철교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이 깜깜해도 저녁의 야경과 새벽의 야경은 정말 확연히 다르네요. 창밖에 보이는 곳이 여의도인데, 저녁에는 진짜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잖아요. 특히 여의도를 피해 휘돌아나가는 올림픽대로에 엄청나게 밀려있는 차들이 장관...
어쨌든 저와 태영이는 곧 또 잠에 들었고(ㅋㅋ) 눈을 떠보니 어느새 충청남도 아산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오잉? 근데 신창역은 정말 시골에 있는 역인데 이 시간에 사람이 꽤 있더라고요. 바로 근처에는 마을이라고 할만한 곳도 없거든요. 역 바로 앞에 한국폴리텍대학이 있기는 하지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저분해 보이는 역명을 가진 신창역... '신창(순천향대)(한국폴리텍IV대학)'역이랍니다. 순천향대는 병기역명이고 한국폴리텍IV대학은 부역명이에요. 신창역은 2008년 12월 15일, 제가 수능을 본지 약 한 달 뒤에 수도권전철 1호선역으로 개통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수능 끝나고 여유로움을 견디지 못해 고등학교 선배와 함께 무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충남 아산 신창역까지 2시간 40분이나 걸려서 전철을 타고 갔었죠. 2시간 40분 동안 전철을 타는 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었어요. 딱딱하고 흔들리는 의자에 2시간 40분을 앉아 있었더니 엉덩이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어쨌든 그래도 수능 끝난지 얼마 안되어 모든 게 들떠있는 상태라 그냥마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곧 20살이 된다는 설렘도 충만했던 시기이고요.(지금은 27살입니다.) 어쨌거나 21살이었던 이때는 누리로를 타고 아주 편하게.ㅋㅋㅋ
신창역은 원래 1호선 전철역으로 개통되어 일반여객열차는 모두 통과했었는데, 2009년 6월 1일부터는 누리로가 계속 운행되고 있습니다.
순천향대에서 정말 신창역을 이용한 학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아요.
천안역까지 타고 갈 서울행 누리로가 출발할 시간이 되어 타는 곳으로 나갑니다.
아니 근데 사진이 다 왜 이렇게 흔들린 거지...ㅠ.ㅜ
누리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고상플랫폼과 저상플랫폼에 모두 대응이 가능한 열차랍니다. 신창역에서와 같이 전철 플랫폼에 정차하는 경우는 그냥 문만 열리고요, 나머지 역들에서처럼 일반 여객열차가 사용하는 저상플랫폼에 정차할 때는 입구의 저 노란 부분이 쓰르륵 계단으로 변한답니다. 2009년에 처음 봤을 때 엄청 신기해했던 기억이 나요. 누리로에서는 절대 저 노란 선 안에 서계시면 안됩니다! 계단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해요.
열차가 아산시내를 지나 천안시내로 접어들 즈음에는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천안역 도착!
그나저나 이때는 이 천안역사가 새 역사를 짓기 전까지 사용할 임시역사라도 들었던 것 같은데,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천안역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희가 천안에서 처음으로 갈 목적지는 바로 '우정박물관!' 안내도를 보내 우정박물관에 가려면 길 건너에서 버스를 타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길을 건너기 위해 지하도로 들어갑니다.
To Be Continued...
2016. 3. 28. 경춘선통일호™
세상에 오늘 뭔가 아침부터 꿀꿀하다 싶었는데 2011년에 제가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대를 했던 날이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이 글은 이 블로그에서 여러분들이 보실 수 있는 글들 중 777번째 글이에요! 행운의 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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