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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행복했던 교생실습 (2014.4.28~2014.5.23 / 춘천고등학교)민자역사 - 일상/②층 - 학교 2014. 5. 25. 02:28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저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3일까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바로 교생실습이에요!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원래 교직 과목이 아랍어지만 아랍어 과목으로 교생실습을 하려면 울산외국어고등학교까지 가야 하는데 울산까지 가는 건 사정상 힘들어서 모교인 춘천고등학교에서 일반사회 과목으로 교생실습을 했습니다.
사실 교생실습을 나가기 전에는 참 많이 떨렸어요. 요르단 귀국 직후 준비 과정에서부터 '내가 교직이수를 괜히 한다고 했나...' 싶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됐었거든요... 어쨌든 교생실습을 위해서 고등학교 사회 공부도 다시 해 보고 정장도 사고 구두도 사고 가방도 사고 굉장히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답니다. 그리고 4월 24일 예비소집일! 올해 춘천고로 교생실습을 온 교생선생님은 모두 10명이었는데요, 저를 제외한 9명은 모두 강원대학교에서 온 교생선생님들이더라고요. 그 날만해도 참 어색했었는데... 지금은 서로 완전 친해졌답니다.
이 사진들은 2주차에 찍은 사진인데요, 매일매일 9시간 씩 같이 있다보니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또 금요일에는 함께 강원대학교 후문에서 불금을 보내기도 했고요.ㅋㅋㅋ 사진들이 다 예쁘고 상큼하게 나왔는데, 다들 원치 않을 것 같아서 다른 교생선생님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을게요. 사실 바쁘고 힘든 일도 많은 교생실습이기는 했지만, 교생 10명이 다 성격도 좋고 착해서 서로서로를 의지하면서 더 잘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올해 만난 최고의 인연들이 아닌가 생각하고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잘 지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교생실습 첫 주에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기말고사였기 때문에 시험 감독을 하며 정신없이 지나갔고요, 2주차에는 교육도 받고, 참관 수업도 본격적으로 했죠. 사실 제 고등학교 2학년 때 두 번째 담임 선생님이시자 고등학교 2, 3학년 때 한문 선생님이셨던 김병임 선생님도 춘고에 계셔서 저를 정말 많이 도와주셨었답니다. 정말 반갑고도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원래 2주차 수요일~금요일은 1,2학년 수련회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두 취소되어서 정상수업을 했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정말 말로 할 수 없을만큼 안타깝지만, 또 이런 이유로 학창시절 중요한 추억이 될만한 행사들을 치르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니 그것 역시 안타깝더라고요. 5월 16일에는 춘천시내 고교연합체육대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그것 역시 무기한 연기되었거든요.
3주차부터는 수업을 했는데요, 저는 1학년 4, 5, 6반 사회 수업을 맡았습니다. 첫 주 수업 주제는 '자유 민주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들'과 '사회 참여'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첫 수업은 무지 떨리고 버벅거려서 완전 망했다 싶었는데, 수업도 자꾸 할 수록 편해지고 그러더라고요^^ 또 한 주 동안은 똑같은 수업만 여러 번 하다보니 마지막 들어가는 반에서는 굉장히 술술 잘 수업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아! 그리고 3주차에는 교생들 중 희망하는 사람들에 한해(모두 희망했지만), 두 번 정도 야자 감독을 했답니다. 각자 자기 담임반 감독을 했는데 오랜만에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교실에 있으니 기분이 새롭더라고요.^^ 물론 저는 수업준비하느라 바빴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떠들지도 않고 굉장히 열심히 공부를 하더라고요.
3주차 목요일은 스승의 날이었는데, 그 날 아침에는 춘천시청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다녀왔고, 다녀온 후에는 스승의 날 파티를 했답니다. 바로 아래 사진이 그 사진인데요,
제가 담임을 맡았던 1학년 5반 아이들입니다. 정말 귀엽죠?? 제가 고등학교 때는 제가 다 큰 줄 알아서 고등학생들은 안 귀여울 줄 알았는데, 막상 25살이 되어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보니 완전 애기같더라고요.(저도 근데 아직 안 늙었어요. 아직 어려요.ㅋㅋㅋㅋ) 물론 스승의 날은 선생님을 위한 날이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신 양승신 선생님을 위한 파티가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학급담임과 교과담임 선생님을 모두 양승신 선생님이 맡아주셨는데, 정말 친절하면서도 재미있는 분이셨답니다. 교생실습 하면서 담당 선생님도 잘 만나야 하는데 저는 정말 좋은 분을 만난 것 같아서 실습 내내 기뻤습니다.
그런데 스승의 날에 저한테도 아이들이 뭔가를 주더라고요!
뭐 사실 바로 전 포스트에서 올려드리긴 했는데 저에게도 장미꽃 한 송이를 주더라고요.^^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다가 많이 친해지지도 못했는데 장미꽃 한 송이를 줘서 굉장히 기뻤답니다.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3주차도 정신 없이 지나고 바로 4주차! 아직 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주가 되다니... 4주는 정말 짧은 시간이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어요. 뭐 그건 그거고 아래 사진은 춘천고등학교 어느 날 급식입니다. 대단하죠??? 다른 교생들도 이야기했는데, 춘천고 급식이 진짜 매일매일 맛있더라고요. 하루 중에 점심 시간이 가장 기다려졌었어요.
이건 4주차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이랍니다.^^ 4주차 수업 주제는 '개성과 다양성', '차이와 차별', 그리고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였어요. 내용 전달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던 3주차와는 달리, 4주차에는 여러 사례도 들고 학생들끼리 토론해보고 자신의 의견을 글로 써 보는 활동도 해 보고 그랬는데, 학생들이 참여를 잘 해 줘서 수업 분위기가 즐거웠습니다. 특히 5월 20일에는 연구수업을 했는데, 조금 떨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잘 마친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또 다른 선생님들과 교생선생님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제 수업도 하고 그러면서 어느덧 마지막 날인 5월 23일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2014 / 5 / 23' 써 놓고서는 감회가 새로워서 찍은 사진...
마지막 날도 바빴어요. 2교시에는 저의 마지막 수업이 있었는데, 우리 반에서 해서 좋았답니다. 제가 했던 수업들 중 가장 신나게 잘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4교시에는 다른 교생선생님 연구수업 참관을 하고 점심 때는 우리 반 아이들 나누어주려고 주문했던 부채를 찾으러 또 춘천 중앙로 지하상가까지 다녀오고... 6교시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담당 선생님께서 저에게 시간을 주셔서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제가 한창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 교생들이 모인 방으로 저희 반 아이 한 명이 찾아와서 '선생님 이따 6교시에 10분만 늦게 들어오세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 뭔가가 있구나.ㅋㅋ'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큰 기대는 안 했거든요. 그런데!
아 이건 제가 6교시 끝날 때 쯤 찍은 사진이라서 막 제 폰 번호랑 제가 쓴 아랍어 그리고 밑에 낙서도 있긴 한데, 어쨌든 저희 반 친구들이 이렇게 칠판에 그림도 그려 주고 또 위 사진에는 없지만 제가 딱 들어갔을 때는 교탁 위에 케익이 놓여 있었고 촛불도 켜져 있었고요, 또 선물과 롤링페이퍼도 놓여 있었답니다.
저도 학생들에게 선물로 부채를 나눠줬습니다. 그냥 부채만 주지는 않았고요, 부채 손잡이 부분 줄에 제가 직접 자필로 아랍 문자와 한글로 아이들 이름을 써서 오려 코팅한 태그를 달아주었죠.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게 태그를 달아준 것에 좋은 반응을 보여줘서 저도 좋더라고요.ㅎㅎㅎ 부채를 나눠준 뒤에는 제가 작년에 요르단 다녀온 이야기랑 여행 다닌 얘기 아랍어에 대한 얘기도 하고, 또 저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라고도 해 보고 그러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러면서 제가 첫 날 조회 시간에 너무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던 기억이 나기도 했고요.ㅋㅋㅋ
아이들이 준 롤링페이퍼입니다. 사실 저는 좀 낯을 가리는 편이라 아이들하고 친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렸고 4주차나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막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친해지자마자 바로 떠나가야 해서 정말 아쉬웠답니다.ㅠ.ㅜ 그런데도 아이들이 이렇게 친절하게 롤링 페이퍼까지 써 주고... 정말 감동했어요. 또 제가 아랍어 전공자라고 아이들이 직접 찾아서 아랍어로 '영원히 사랑합니다!'라고 써주기까지 했더라고요! 진짜 감동...
아... 이건 케이크 사진을 못 찍어서요.ㅎㅎ 상자라도... (사실 잘 보시면 저~ 뒤에 먹던 케이크가 보입니다. 정말 맛있더라고요!!^^)
이건 아이들이 선물해 준 넥타이입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돈을 모아서 이런 비싼 넥타이까지 선물해 준 건지... 제가 이렇게 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좀 부끄럽기도 했어요. 넥타이 모양은 아래 사진처럼 생겼답니다. (아이들이 인증샷 찍어서 보여달라고 해서 찍은 사진이에요^^)
이건 또 저희 반 친구 한 명이 준 초콜릿과 껌이에요. 곧 기말고사 기간인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고마워!!! 그리고 재미있는 건 우리 반 친구들뿐만 아니라 제가 수업을 들어갔던 옆의 4반 친구들도 계속 저에게 와서 친근감을 표시하더라고요. 재미있으면서도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가장 아쉬웠던 건 제가 많이 이야기 나누어보지 못한 친구들이 마지막 날에는 다른 친구들보다도 유난히 아쉬운 마음을 많이 표시했다는 거였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먼저 말이라도 잘 걸어줄 걸... 사실 너무 조용히 있는 친구들은 왠지 말을 걸기가 좀 그래서 대화를 많이 안 했는데, 그런 친구들이 또 더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선생님 가지 마세요~~ 오늘 야자 감독 해 주세요~~ 선생님 다음주에 또 오면 안 돼요?? 이런 말들을 듣고 있으니 정말 아쉽더라고요..ㅠ.ㅜ 한 2주 정도만 더 할 수 있다면... 올해 한 두 번 정도 놀러가겠다고 학생들이랑 약속을 했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번호도 알려주고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친구도 맺고 서로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도 달고 계속 연락하며 지내기로 했어요.
지난 4주 동안 참관할 때마다 낑낑대며 들고 다녔던 의자들... 이제 이 의자들도 안녕이네요!
이렇게 4주 간의 짧고도 긴 교생실습이 끝났는데요, 저는 진짜 비록 딱 4주지만 이 시간들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인 것도 그렇지만, 동료 교생들, 또 선생님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학생들이랑 정이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대학교 와서 표면적인 인간 관계에 질려있던 저에게 이렇게 순수하게 다가오는 아이들을 만난 건 거의 감동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아직도 교생실습 중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퍼지는데요, 이 소중한 기억들 절대로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또 부디 교생실습 중 생긴 인연들이 쉽게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이젠 다시 학교로 돌아가 남은 1학기 잘 보내고 기말고사 잘 보는 일밖에 안 남았네요^^
춘천고등학교 1학년 5반 사랑해요!^0^
2014. 5. 25.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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