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귀국길 (터키 이스탄불 여행) [2편] 45kg의 짐과 함께 -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Blue Eye Suites 찾아가는 길 (첫째날/14.1.14)동부역사(외국여행)/14년 터키이스탄불&UAE두바이 2014. 9. 13. 18:05
(터키 / Turkey)
이 포스트에서 다룰 여행지 '터키 이스탄불'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2014. 9. 13. 기준)
외교부에서 지정한 터키의 지역별 여행경보 단계는 무스 주, 엘라직 주, 아그리 주, 오스마니아 주가 '1단계/여행유의(남색경보)'로, 툰셀리 주, 빙골 주, 비트리스 주, 바트만 주, 마르딘 주가 '2단계/여행자제(황색경보)'로, 하카리 주, 시르트 주, 시르낙 주, 반 주, 디야르바커 주는 '3단계/즉시대피(적색경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번 여행기에서 다룰 이스탄불을 포함한 나머지 전지역은 여행경보가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행경보가 지정되어 있는 지역은 터키 남동부의 시리아, 이라크 국경 지역으로 쿠르드족 무장단체인 '쿠르드 노동자당(PKK)'이 쿠르드 족 국가 설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터키 정부군과 쿠르드 노동자당 무장대원들 간의 게릴라 전이 자주 벌어지므로 여행 중 각별히 주의하거나 여행을 삼가야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 광범위하게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터키 정부에서는 터키 동남부 지역에 IS 세력이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여행경보가 지정되지 않은 다른 지역은 군사적으로 큰 위협은 존재하지 않고 정세가 매우 안정되어 있어서 여행하는 데 있어 무리는 없지만,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의 경우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강도, 소매치기, 도난, 사기 등의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간혹 PKK가 이스탄불 등 주요 대도시 도심에서 테러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기 떄문에 주요 도시를 여행할 때는 여러모로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
제가 여행할 당시(2014. 1. 14) '터키 이스탄불'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지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여행경보 단계는 현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추석 연휴 다들 잘 보내셨나요? 귀국길 이스탄불&두바이 여행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비행기가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착륙했고 저는 약간 잠이 덜 깬 상태로 부랴부랴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아 공항으로 나왔습니다. 와우! 이스탄불에 오다니! 정말 꿈만 같았어요. 이스탄불은 책이나 인터넷, 텔레비전으로 볼 때마다 참 멋져서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니 정말 꿈만 같더라고요. 더군다나 (좀 애매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엄연히)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은 거니까요! 오랜만에 아랍어가 하나도 안 쓰여진 곳에 오니 신기하기도 했고요. 터키어는 대학교 1학년 땐가 배워보겠따고 EBS lang에서 터키어 인터넷 강의를 신청해서 들었었는데, 알파벳만 겨우 배우고 그냥 흐지부지 끝내버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도 알파벳이라도 읽을 줄 아니 지명 읽을 떄 편하더라고요.ㅋㅋ)
으윽 하지만 짐이 너무 무거워서.ㅠ.ㅜ 일단 출국장 밖으로 나오기는 했는데 짐이 너무 무거워서 이 짐들을 다 가지고 호텔까지 찾아갈일이 또 (다른 의미로) 꿈만 같더라고요...ㅠ.ㅜ 제가 그 때 가지고 있던 짐은 요르단에서 살 때 가지고 있던 살림들을 다 챙겨 오느라 '대형 캐리어 21kg + 큰 백팩 9kg + 또 하나의 백팩 8kg + 노트북 가방 7kg'로 45kg 정도였거든요. 백팩 하나는 등에 매고 하나는 어깨에 걸치고, 노트북 가방은 캐리어 위에 올리고 절뚝거리며(짐이 무겁고 자세가 불편하니 저도모르게 절뚝거리며 다니고 있더라고요.) 공항 안을 천천히 걷자니 벌써부터 지치는 느낌... 어쨌든 요르단에서 바꾼 미국 달러를 들고 공항 안 환전소에 가서 터키 리라로 환전을 했습니다.
짐은 무거워 죽겠는데 지하철역은 또 얼마나 멀던지요. (짐이 무거워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몰라요.) 어쨌든 어찌어찌하여 드디어 지하철역 입구에 도착!
'아타튀르크 하발리마느 메트로 이스타시오누'라고 쓰여져 있네요. '아타튀르크 공항 지하철역'입니다^^
터키에서 지하철이나 트램 등을 이용하려면 '제톤'이라는 토큰형 승차권을 구입해야 합니다. 물론 슈퍼마켓에 가면 교통카드를 살 수 있다고는 하는데 저는 굳이 찾아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운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지하철 개찰구 앞에 있는 제톤 자동판매기에서 제톤을 사기로 했습니다. 제톤은 하나에 3리라(한화 약 1,500원)인데요, 제톤으로는 지하철-트램 간 환승이 불가능하답니다. 저는 이스탄불에서의 숙소인 Blue Eye Suites까지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트램으로 갈아타야 했는데요, 그래서 제톤을 두 개 샀습니다.
제톤은 이렇게 생겼어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안에 전자칩 같은 것이 내장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보면 꼭 초등학교 때 가지고 놀던 어린이은행 장난감 속 플라스틱 동전같은 느낌이에요.^^
승강장에 내려왔더니 마침 전동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네요.^^ 아타튀르크 공항역은 이스탄불 메트로 M1라인(1호선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의 서쪽 끝이거든요.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을 태우고 출발합니다. 반대편 종착역은 악사라이(Aksaray) 역인데요, 저는 호텔에서 보내준 메일에 나와 있는데로 악사라이역까지 쭉 가서 거기서 트램으로 갈아탑니다. (사실 지도를 보내 악사라이역까지 쭉 가는 것보다 제이틴부르누(Zeytinburnu) 역에서 트램으로 갈아타는 게 훨씬 직선으로 가는 길인 것처럼 보였는데, 호텔에서 굳이 위로 삥삥 돌아서 지하철을 타고 악사라이 역까지 가라고 한 것은 이유가 있겠죠?? (직선거리를 트램으로 가는 것보다 지하철을 타고 빙 돌아오는 게 더 빠를 것 같기는 하네요.)
사진이 조금 흔들리기는 했는데, 터키 지하철 전동차 내부는 이렇게 크로스 시트와 롱 시트가 섞여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지하철 좌석은 오로지 롱시트로만 되어 있잖아요. 다른 유럽 국가들의 지하철 사진을 봐도 이런 식으로 크로스 시트와 롱시트를 함께 사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가깝게 보면 평양 지하철도 크로스 시트와 롱 시트를 섞어서 사용하죠.^^ 러시아에서 수입해 온 전동차니까요.ㅋㅋㅋ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볼 수는 있기는 한데, 지하철은 아니고 우리나라 여객열차 중 가장 낮은 등급인 '통근열차' 내부 좌석이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양인 자유여행자가 없어서 그런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이스탄불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답니다. 쏟아지는 시선에 어쩔줄을 몰랐어요... 바로 옆에 앉은 여자분도 계속 쳐다보고... 저는 왠지 민망해서 계속 창밖만 구경했답니다.
창 밖 풍경이 멋져서 다행이었어요.
어느덧 지하철은 종착역인 악사라이 역에 도착! 여기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Blue Eye Suites에서 가장 가까운 쳄베를리타슈 역으로 가야 하는데요, 트램에도 악사라이 역이 있기는 하지만, 지하철 악사라이 역에서 가장 가까운 트램 역은 악사라이 역이 아니라 유수프파샤(Yusufpaşa) 역이었습니다. 어쨌든 트램을 타려면 지하철역 밖으로 나가야 했기 때문에 역 밖으로 나왔습니다.
워낙 짐이 많고 부피가 크고 무겁다보니 정말 에스컬레이터를 한 번 타려고 해도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어떻게 밖으로 나오기는 했는데,
역 밖에는 꽤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빵 등을 파는 노점상들도 많았고요. 45kg의 짐을 온 몸에 가득 두른 채 한 손에 구글 지도 앱을 켠 휴대폰을 들고 낑낑대며 헤매는 동양인들을 이스탄불 시민들은 역시나 참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고요. 제발 그렇게 쳐다보지 마시라고요..ㅠ.ㅜ
구글 지도를 보며 유수프파샤 트램 역을 향해 가는데 지하도를 통해 큰 길을 건너가야 한답니다. 그런데...
어헝헝.ㅠ.ㅜ 에스컬레이터가 없어..ㅠ.ㅜ.ㅜㅠ.ㅜ.ㅠ.ㅜㅠ.ㅜ.미눙;ㅣ라먼;ㅣㅓㄷ............ 평소라면 아주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지하도겠지만, 45kg의 짐을 온 몸에 두른 저는 엄청난 난관에 부딪힌 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안 내려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내려가기를 시도하는데 정말 죽을 맛이더라고요. 일단 21kg의 이민 가방은 계단 한 칸을 내려갈 때마다 계단과 가방 바퀴가 동시에 부서지는 소리를 냈고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제 팔꿈치 부분에 매달린 9kg짜리 백팩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이민 가방 위에 잘 올려놓는다고 올려놓은 노트북 가방은 계속 미끄러져 매달려 흔들리고... 사실 그 당시에는 '누가 좀 도와주지.ㅠ.ㅜ 다들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담...'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스탄불이 소매치기와 강도가 매우 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안 도와주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거나 그렇게 겨우 내려가서 반대편으로 갔는데 역시나 또 에스컬레이터같은 건 없었습니다.(그나저나 지금 글 쓰면서 느낀 건데 그 와중에 사진은 참 열심히 찍었네요.ㅋㅋㅋ) 또 겨우겨우 그 추운 겨울날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오니 나타난 골목길 통과 미션! 하지만 이쯤이야~ 계단 오르내리기에 비하면 완전 난이도 최하에 가깝죠.ㅎㅎㅎ 골목길을 통과했더니 횡단보도가 나타났고 그 횡단보도 건너에 트램 역이 보였습니다.
아까 공항역에서 산 토큰 두 개 중 남은 하나를 개찰구에 넣고 드디어 유수프파샤역 승강장에 들어왔습니다! 우와! 이제 이걸 타고 가서 쳄베를리타슈 역에 내려 호텔까지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는 거야! 그럼 일단 모레 다시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는 이런 고생을 안 해도 되겠군! 싶었습니다.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트램이 있는 도시에 가서 트램을 직접 이용해 본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예루살렘에 이어 두번째였는데요,(일본 삿포로에도 트램이 있었지만 트램을 탈 일이 없었어요.) 예루살렘 트램은 승차권을 트램 탑승한 뒤 그 안에서 검표기에 넣었는데(시내버스처럼), 이스탄불 트램은 승강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아예 개찰구를 통과해야 하더라고요. 물론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은 철로로 들어가면 될 것 같기는 했지만 제 기억에 개찰구 앞에 안전요원 겸 감시요원(?)이 서서 부정승차를 방지하는 것 같았습니다.
트램 안에 자리가 없어서 서 있기는 했는데, 어차피 공간도 비좁고 짐은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냥 서 있는 편이 차라리 나았어요. 앉으려면 또 짐을 둘 곳도 마땅치 않았고요. 어쨌든 얼마 후 드디어 쳄베를리타슈(Çemberlitaş) 역 도착!
이건 제가 Booking.com을 통해 Blue Eye Suites를 예약했을 때 보내 준 예약 확인 이메일에 들어 있던 약도였습니다. 쳄베를리타슈 역에 내려서 골목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Blue Eye Suites가 나오는 것으로 안내가 되어 있었어요. 한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이제 쭉 걸어가기만 하면 호텔에 짐 다 놓고 편하게 다닐 수 있겠구나! 싶어서 매우 기뻤죠.
이 굴뚝은 쳄베를리타슈 역에 내리자마자 역 바로 앞에 보였는데요, 실제로 보면 정말 큰 굴뚝이랍니다. 이 굴뚝은 바로 터키식 목욕탕의 굴뚝이라고 해요. 쳄베를리타슈에 유명한 터키식 목욕탕인 '쳄베를리타슈 함맘'이 있거든요. 사실 '함맘'은 아랍어로도 '목욕탕', '화장실' 등을 뜻하는 단어인데, 터키에서도 목욕탕을 '함맘'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터키어를 자세히 보면 터키고유단어+아랍어단어+유럽언어단어가 마구 섞인 것 같아요. 역을 'İstasyon'이라고 하는 건 'station'과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또 공화국을 뜻하는 'cumhuriyet[줌후리예트]'라는 단어는 아랍어의 같은 뜻 단어인 'جمهورية[Jumhuriyat]'에서, 이슬람 사원을 뜻하는 'cami[자미]'는 역시 아랍어의 같은 뜻 단어인 'جامع[Jaami']에서 가져온 단어인 것 같더라고요.
옆에는 멋지게 생긴 모스크(이슬람 사원)도 있었습니다. 터키의 모스크는 유럽 건축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랍의 모스크들과는 모양이 묘하게 다르고, 더 신비롭게(?) 생겼습니다. 요르단에서 동네마다 콘크리트로 마구 지어놓은 모스크만보다가 이스탄불 시내의 모스크들을 보니 다들 예술작품같아 보이더라고요.
어쨌든 구글 지도의 네비게이션 기능을 켜고 큰 길을 조금 따라가다가 안내하는 골목길로 들어가려고 돌아섰는데.... 세상에나! 무슨 골목길이 경사가;;; 그나마 내리막길이라 다행이기는 했는데, 아무리 내리막길이라도 경사가 45도도 더 되어보이는 급경사다 보니까 그 무거운 짐들을 끌고 내려가는 것도 정말 무리더라고요. 짐을 앞으로 하니까 제 몸이 딸려내려갈 정도로 가속도가 붙고, 짐을 뒤로 하니까 자세가 너무 불편한 건 둘째치더라고 짐이 알아서 자꾸 앞으로 쏠려 미끄러지려고 하고... 더군다나 오래된 유럽 도시들의 골목길이 다 그렇듯이 길 포장이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니라 자잘한 돌 타일들로 되어 있어 가방이 덜덜덜대고 캐리어 바퀴는 자꾸 틈에 걸려서 자기 맘대로 왔다갔다 하고. 또 골목은 왜 그렇게 좁던지 차들이 올 때마다 어쩔줄 모르고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째 경사는 완만해질 생각을 안하고 점점 골목길은 어두컴컴해지고... 솔직히 조금 겁을 먹었었어요. 짐이 너무 많아 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데 비상상황이라도 만나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이 골목길에서 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열심히 찍던 사진도 하나도 안 남겨 놨네요.ㅋㅋㅋ 그 골목길 사진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ㅎㅎㅎ
어쨌거나 그렇게 한 20분을 내려오니(20분이나 걸릴 거리가 아닌데 헤매다가보니 시간이 그렇게 지났더라고요.) 갑자기 평지가 나왔습니다. 그 평지에는 공원이랑 대학가가 있었는데요, 역시 대학가는 대학가라 대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즐겁게 놀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렇게 규모가 큰 대학교같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더 가다보니,
이런 골목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구글 지도 네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해 여기까지 오기는 했는데...
??? 구글 지도가 안내하는대로 아무리 가도 Blue Eye Suites라는 호텔은 보이지를 않더라고요... 그래도 구글 지도를 믿으며 계속 그 동네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짐은 무겁고 짜증은 나고 그래서 구글 지도를 아예 꺼버리고 혼자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위치를 철썩같이 믿었기 때문에 '분명히 이 동네 집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보면 Blue Eye Suites가 나올 거야!'라고 생각했거든요.(왜 호텔에 전화해서 물어볼 생각은 못했는지 몰라요.) 근데 아무리 봐도 그냥 다 가정집들 같았고 호텔 간판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점점 더 저의 행동반경(?)은 커졌고 골목길에서 꽤 나간 곳까지 갔더니 큰 호텔 건물이 하나 보이기는 했지만 그 곳은 아니었고, 저는 한밤중에 사람도 없던 그 골목길을 거의 30분이 넘게 45kg의 집을 온 몸에 휘감고 헤맸습니다. 그러다 중간중간 동네 사람들이랑 깜깜한 골목길에서 마주치면 둘 다 서로 놀라고.ㅋㅋㅋ
어쨌거나 그렇게 거의 울 것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갑자기 동네 꼬마 둘이 나타나 영어로 '어느 호텔?'이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마침 잘됐다 싶어서 'Blue Eye Suites!'라고 말했고, 그 아이들은 서로 'Blue Eye?'하며 마주보더니 "너 거기 알아?",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터키어라 못 알아들음), 그러더니 한 아이가 "아! Blue Eye! 거기 알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고, 그 아이가 저에게 "Come on!"하더니 갑자기 그 두 아이가 제 짐을 나눠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괜찮아! 내가 들게~" 했지만 그 아이들은 "괜찮아, 아임 스트롱!" 이러더라고요. 기껏해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밖에 안 되보는 아이들이었는데 제 무거운 짐을 갑자기 막 들어주고... 결국 어느 가정집 같은 곳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더니 터키어로 "손님이 왔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 문에는 아무것도 안 붙어 있었는데... 여기가 Blue Eye Suites가 맞기는 맞는 건가... 싶었는데 초인종에서 또 터키어로 뭐라뭐라 하더라고요. 그 아이들은 저보고 다시 따라오라고 하더니 그 건물을 빙 돌아 반대편 입구로 갔고 거기에 드디어 'Blue Eye Suites'라고 쓰여진 아주 코딱지만한 간판이 나타났습니다.(코딱지까지는 아니고 아이패드 세 개를 연결해 놓은 것 정도의 크기... 조명도 없어서 깜깜한 밤에 자세히 안 보면 보이지도 않을 크기로.ㅠ.ㅜ)
어쨌든 그 아이들은 그렇게 저를 무사히 Blue Eye Suites까지 안내해 주었고, Blue Eye Suites 문 안으로 들어서자 매우 아늑해 보이는 호텔 로비가 나왔습니다. 숙박료는 1박에 3만 5천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방도 크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고 있을 것 다 있었고요. 딱 일본 비지니스 호텔 정도의 숙박료와 시설이었습니다.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체크인을 해 주시던 직원분이 여권을 보더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하고 비교적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말씀하시더니, Blue Eye Suites에 온 것을 환영한다. 터키와 한국은 형제의 나라다 편안하게 잘 쉬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식당은 어디고 아침은 몇시 부터 먹을 수 있다. 열쇠는 이렇게 사용한다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더니 방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제 방은 3층이었는데요, 호텔보다는 그냥 소규모 아파트 형태의 숙소여서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더라고요. 그 직원분이 제 캐리어를 들어주시겠다고 해서 제 캐리어가 얼마나 무거운 지 잘 아는 저는 "괜찮아요! 제가 들게요!"라고 했지만, 그 분이 "괜찮아요! 원래 손님이 오면 제가 들어줘야 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으으 어떡하지...'하고 있는데 역시나 계단 앞에서 손으로 캐리어를 번쩍 들어올리시려다가 "오우! 헤비!"하며 약간의 탄식을..ㅠ.ㅜ 완전 낑낑대며 3층까지 올라가시더라고요. 괜히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죄송했어요..ㅠ.ㅜ 어쨌든 정말 감사했습니다.
호텔방 앞에서 열쇠 사용법을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었는데요, 요르단과 마찬가지로 열쇠는 반드시 두 번 돌려 잠그고, 두번 돌려 열어야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요르단에 갔을 때 첫 날 묵었던 호텔에서 열쇠를 두 번 돌려야 문이 열리는 것을 몰라 고생했었고, 자취방도 두 번 돌려 따는 아주 뻑뻑한 열쇠였기 때문에, 이미 익숙해져서 아주 능숙하게 문을 잠그고 열었답니다.(이상한 것을 자랑스러워함)
어쨌든 그렇게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 반 경이었습니다. 오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밤 10시가 되었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별로 안 지났어요.ㅋㅋㅋ 어쨌든 일단은 호텔에 짐을 다 풀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오느라 정신이 없어서 배고픈 줄도 몰랐는데 침대에 딱 앉았는데 갑자기 배고픔이 밀려오더라고요.
2인용 침대를 혼자 쓰는 즐거움!
방이 넓지는 않았지만 아주 아늑하고 좋았어요!
이걸 혼자 들고 돌아다니느라 정말 고생...ㅠ.ㅜ 저 보라색 가방 안에 전기밥솥도 있고 프라이팬도 있고 냄비도 들어 있고.ㅋㅋㅋ
호텔에 잠시 앉아서 쉬면서 공항에서 바꿔 온 터키 지폐도 한 번 찍어 봤습니다. 요르단 돈이 사실 조금 촌스럽게 생겨서 그런지 오랜만에 본 다른나라 돈인 터키 지폐는 엄청 예뻐보이더라고요.
어쨌든 배도 고프고 아직 초저녁인데 이대로 호텔에 앉아있기는 아쉬워서 이미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그래도 나가서 구경도 하고 저녁으로 뭐라도 먹자 싶어서 배낭하나에서 무거운 짐을 다 빼고 지갑, 디지털 카메라, 지도 등등 필요한 것 몇 개만 챙겨서 다시 호텔방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스탄불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인 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가 있었거든요. 어차피 다음날 낮에 다시 볼 것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단 한 번 보고 싶어서 그 곳을 목적지로 정하고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To Be Continued...
2014. 9. 13. 경춘선통일호™
'동부역사(외국여행) > 14년 터키이스탄불&UAE두바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귀국길 (터키 이스탄불 여행) [5편] 술탄아흐메트 모스크 (블루 모스크) (둘째날/14.1.15) (0) 2014.10.04 2014 귀국길 (터키 이스탄불 여행) [4편] 이스탄불의 아침 - 이스탄불 골목길 풍경과 히포드롬 광장 (둘째날/14.1.15) (0) 2014.09.27 2014 귀국길 (터키 이스탄불 여행) [3편] 술탄아흐메트 모스크(블루모스크)&아야 소피아의 야경 (첫째날/14.1.14) (0) 2014.09.21 2014 귀국길 (터키 이스탄불 여행) [1편] 안녕, 요르단! - 이스탄불로 가는 길 (첫째날/14.1.14) (0) 2014.09.06 2014 귀국길 (이스탄불&두바이 여행) [0편]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0)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