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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귀국길 (이스탄불&두바이 여행) [12편] 이스탄불 탈출, 두바이로 (셋째날/14.1.16)동부역사(외국여행)/14년 터키이스탄불&UAE두바이 2014. 11. 15. 17:51
(터키 / Turkey)
이 포스트에서 다룰 여행지 '이스탄불'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2014. 11. 15. 기준)
외교부에서 지정한 터키의 지역별 여행경보 단계는 무스 주, 엘라직 주, 아그리 주, 오스마니아 주가 '1단계/여행유의(남색경보)'로, 툰셀리 주, 빙골 주, 비트리스 주, 바트만 주, 마르딘 주가 '2단계/여행자제(황색경보)'로, 하카리 주, 시르트 주, 시르낙 주, 반 주, 디야르바커 주, 그리고 터키-시리아 국경으로부터 10km 이내 전지역이 '3단계/즉시대피(적색경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번 여행기에서 다룰 이스탄불을 포함한 나머지 전지역은 여행경보가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행경보가 지정되어 있는 지역은 터키 남동부의 시리아, 이라크 국경 지역으로 쿠르드족 무장단체인 '쿠르드 노동자당(PKK)'이 쿠르드 족 국가 설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터키 정부군과 쿠르드 노동자당 무장대원들 간의 게릴라 전이 자주 벌어지므로 여행 중 각별히 주의하거나 여행을 삼가야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 광범위하게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터키 정부에서는 터키 동남부 지역에 IS 세력이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들어 미국이 IS 세력 소탕을 위해 시리아 내 IS 거점 지역으로 생각되는 곳을 공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리아 내의 정세가 더욱 불안해져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10월 3일 외교부에서는 기존에 여행경보가 지정되어 있지 않았던 지역을 포함해 터키-시리아 국경으로부터 10km 이내의 전지역을 새롭게 '3단계/즉시대피(적색경보)'로 지정한 상태입니다.
여행경보가 지정되지 않은 다른 지역은 군사적으로 큰 위협은 존재하지 않고 정세가 매우 안정되어 있어서 여행하는 데 있어 무리는 없지만,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의 경우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강도, 소매치기, 도난, 사기 등의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간혹 PKK가 이스탄불 등 주요 대도시 도심에서 테러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기 떄문에 주요 도시를 여행할 때는 여러모로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
제가 여행할 당시(2014. 1. 16) '이스탄불'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지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여행경보 단계는 현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아랍에미리트 / United Arab Emirates)
이 포스트에서 다룰 여행지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두바이'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2014. 11. 15. 기준)
외교부에서는 아랍에미리트 전지역에 여행경보단계를 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여행에 위험이 될만한 요소가 거의 없으며, 치안도 매우 안정적인 상황입니다. 다만 최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가 아랍 국가 내 영국인, 미국인 학교 및 관련 시설들에 대한 테러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에서도 이러한 시설을 방문하거나 근처에 가실 경우 신변 안전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
제가 여행할 당시(2014. 1. 16)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두바이'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지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여행경보 단계는 현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오늘은 드디어 귀국길 이스탄불&두바이 여행기 셋째날 시작이네요^^ 그럼 여행기 시작하겠습니다~
전날 밤 정신 없는 일을 겪고 나서 정신 없이 잠든 뒤... 눈을 떠보니 어느 새 창 밖이 밝아 있었습니다. 오잉? 근데 지금 몇 시지?? 헉!!! 벌써 9시 반이라니!!!!!! 그러고 보니까 제가 전날 밤에 정말 걱정에 파묻혀 침대 속으로 파고든 뒤 휴대폰 알람도 안 켜고 그냥 자 버린 거예요...ㅠ.ㅜ 오늘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 시간은 2시인데!!! 원래 적어도 2시간 전인 12시에는 공항에 도착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45kg의 짐을 몸에 휘감은 채 가장 가까운 트램 역인 쳄베를리타슈 역으로 가서 트램을 타고 또 지하철을 갈아타고 공항으로 가려면 최대 1시간 반은 넘게 걸릴텐데... 그러면 10시에는 출발해야 여유로운데... 물론 9시 반에 일어났어도 얼른 씻고 옷 입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면 얼른얼른 하면 될텐데 문제는 짐을 다 다시 싸야 했다는 거죠...
제가 요르단에서 카이로를 경유해 이스탄불로 올 때 이용했던 이집트 항공의 이코노미 클래스 수하물 규정은 23kg짜리 가방 두 개를 수하물로 부칠 수 있었기 때문에 제 배낭과 노트북 가방을 휴대하고, 또 다른 배낭에 9kg정도, 그리고 엄청 큰 캐리어에 21kg의 짐을 담았는데, 이스탄불에서 아부다비로 가는(그리고 두바이 여행을 마친 뒤 한국으로 갈 때 이용할) 에티하드 항공의 이코노미 클래스 수하물 규정은 30kg 이하의 수하물 하나만 부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짐을 다시 싸야 했습니다. 이집트 항공을 이용할 때 수하물로 붙였던 두 개의 가방 무게를 더하면 거의 정확히 30kg 정도였기 떄문에 두 개의 가방 중 배낭에 들어있던 물품들을 캐리어에 다 옮겨 담은 뒤 배낭도 캐리어에 넣으면 끝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면 왠지 30kg이 넘을 것 같아서 이리저리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며 겨우겨우 짐을 다시 쌌습니다. 그러고 나서 씻고 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니 이미 오전 11시...
사실 전날 저녁에 있었던 일(여행기 11편 참고) 때문에 그럴 기분이 아니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주변 동네라도 조금 더 돌아보면서 짧은 일정으로 인한 아쉬움을 조금 달래볼까 했는데, 이마저도 늦잠을 자는 바람에 날아가버렸네요. 하긴 만약 일찍 일어났다고 해도 엄마한테 전화해서 전날 밤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냐고 막 한탄하고... 돌아다닐 기분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어쨌든 12시까지는 공항으로 가려고 했는데 짐 챙기고 체크아웃하고 호텔 밖으로 나오니 11시가 더 넘어 있더라고요. 이스탄불 도착하던 날처럼 짐은 너무 무거워서 그냥 걸어다니는 것조차도 힘이 들고... 안 그래도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있는데...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호텔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택시 아저씨는 제 짐들을 트렁크에 실어주시면서 'Airport?'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아마 제가 많은 짐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얘가 공항에 가겠구나.' 하고 생각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가는데 자꾸 전날 밤에 20만원 뺏긴(?) 일만 생각나고... 그렇게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며 딴 데 정신이 팔려있다보니 어느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을 보니까 더더욱 빨리 이스탄불을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전날 저녁에 이 도시에 대한 정이 완전히 떨어져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공항에 진입하는데, 미터기를 보니 66리라(한화 약 33,000원) 정도의 요금이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첫날 공항에서 환전한 뒤 환전한 돈을 보관해 놓은 봉투를 꺼내 보았더니 남은 현금이 40리라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택시 기사 아저씨께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현금이 40리라밖에 없는데 택시에서 카드로 결제할 수는 없나요?"라고 여쭤보았더니 그건 안 된다며 자기가 가장 가까운 ATM에 데려다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공항까지 왔으니 공항 안에 있는 ATM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타튀르크 공항은 테러 대비 이유인지 입구부터 엄청나게 깐깐하게 짐 검사와 몸 검사를 해서 들어가는 데만 한나절이 걸릴 것 같아서 결국은 알았다고 했습니다. 공항 입구에서 5분 정도를 더 가니 ATM이 나왔고, 저는 거기서 돈을 100리라(한화 약 50,000원) 찾았습니다.
택시에 탔더니 아저씨께서 "공항에서 여기 ATM까지 왔다갔다 한 요금도 더해서 받을 거예요." 그러시더라고요. 뭐 당연하죠... 현금을 미리 준비 안 한 것은 제 실수니까요... 그래서 결국 공항에 도착해서 방금 인출한 100리라 짜리를 아저씨께 건내고 거스름돈을 기다리며 가방 지퍼를 닫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택시 기사 아저씨가 가방 지퍼를 닫고 있던 제 어깨를 툭툭 치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요?'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더니 그 아저씨가 제가 방금 드린 100리라를 받은 손에 20리라짜리 지폐 한 장을 덜렁 들고 흔들고 계신 거예요. "손님이 20리라짜리 줬어요. 요금은 75리라가 나왔습니다. 빨리 돈을 더 주세요." 그래서 저는 제가 실수한 줄 알고 "Oh! Sorry~" 하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지갑에는 아까 ATM에서 돈을 찾기 이전의 상태인 40리라(20리라 지폐 두 장)만 덜렁 들어있는 거예요. 그리고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저는 분명히 지갑에서 '100'이라는 숫자가 쓰여진 지폐를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면서 아저씨에게 건네주었거든요. 그래서 '아 이 아저씨가 또 사기를 치려고 그러는구나!' 싶어서 "저는 당신에게 분명히 100리라짜리를 줬어요. 여기를 봐요. 아까 내가 ATM에 가기 전의 상태에요. 저는 방금 인출한 100리라 지폐를 드렸고요." 했지만 그 택시 기사 아저씨는 막무가내로 "그럼 내가 들고 있는 20리라는 뭐지~~" 계속 이런 반응을 보이며 20리라 짜리 지폐를 오른 손에 들고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완전 벙찐 상태로 "No.... No....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내가 분명 100리라를 줬는데요... 아닌데..." 계속 그랬지만, 막상 제가 100리라 짜리를 줬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택시 기사 아저씨는 저를 마치 돈도 제대로 안 내고 택시를 타려는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그럼 네 지갑에 남은 40리라라도 줘요. 그럼 아까 당신이 준 20리라까지 해서 60리라로 합의해 줄테니까." 그러는 거예요. 저는 어제 저녁 일로 안 그래도 짜증이 난 상태인데, 공항 가는 택시에서까지 이런 일을 당하니까 거의 울 것 같은 상황이 되었어요. 그래서 결국은 40리라를 건네주었더니 아저씨가 트렁크에서 짐들을 꺼내주더라고요. 택시 기사 아저씨는 그러고 그냥 갈 생각이었더너 것 같아요.
하지만 전 날 밤에 있었던 일부터 시작해서 완전 서러움+분노 폭발 상태가 된 저는 '더 이상 이렇게 바보같이 당할 수만은 없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 택시 기사한테 마구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아까 당신한테 나 현금이 없다고 이야기할 때 지갑에 40리라밖에 없는 거 보여줬잖아. 그래고 난 100리라를 뽑아서 지갑에는 100리라 1장, 20리라 2장이 있었고, 내가 당신한테 100리라를 줘서 아까 상태 그대로 지갑에는 20리라 두 장이 남은 건데, 내가 너한테 20리라를 줬으면 내 지갑에는 20리라가 한 장밖에 없어야 하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큰 돈을 속이려고 해요? 나한테 100리라 받아서 어디다 숨기고 40리라 더 받아서 75리라 나온 택시 요금을 지금 140리라로 받아챙기겠다는 거잖아요. 당신은 거짓말쟁이에요." 이렇게 제가 거의 화가 나서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마구 따지니까(태어나서 영어를 가장 유창하게 했던 순간ㅋㅋㅋ) 택시 기사가 당황하더니,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에요! 당신이 정 그렇게 나온다면 할 수 없지. 나는 분명히 널 여기까지 태워다줬는데 넌 20리라만 내고 말겠다는 거야? 뭐 그렇다면 그러든지. 당신은 언젠가 이것에 대한 벌을 받을 거야." 이러면서 40리라를 다시 돌려주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죠. 택시 요금은 분명 ATM 다녀온 것까지 합해서 75리라였고 저는 100리라를 줬는데 거스름돈 25리라는 왜 안 돌려주는건데요. 그래서 제가 또 이걸 따졌더니 택시기사가 화난 연기를 하면서(속으로는 바가지 요금 받았다고 좋아했으면서ㅡㅡ), "당신은 나한테 20리라만 줬어. 그런데 나한테 25리라를 더 내놓으라고? 택시를 타고 택시기사한테 5리라를 더 받겠다는 거야? 당신이야 말로 거짓말쟁이야!" 이러면서 택시 문을 쾅 닫고 출발해 버리더라고요..... 그렇게 또 택시에서 거스름돈 12,500원을 못 받았네요... 그나마 나중에 냈던 40리라 돌려받은 게 다행...
아 정말 어쨌거나 저는 마지막 택시 일까지 해서 이스탄불에 대한 모든 좋은 감정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다시는 터키 같은 나라에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공항에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아타튀르크 공항은 청사 안에 들어갈 때부터 보안 검사를 매우 철저히 하기 때문에 줄이 너무 길더라고요. 그래서 또 그 무거운 짐들을 가지고 거의 20분인가 줄을 서 있었습니다. 짜증은 더욱 증폭.
아 그리고 줄 서는 동안 드디어 엄마께 전화를 해서 전날 저녁에 있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저는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죄송한 마음뿐이었어요. 아빠, 엄마가 힘들게 고생하셔서 번 돈을 아들이 이렇게 사기나 당해서 한꺼번에 잃어버리고...ㅠ.ㅜ 그래서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막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엄마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만 깜짝 놀라셔서 몇 마디 하시더니, 곧바로 제 걱정을 해 주시고, 이것도 좋은 경험이다. 값이 꽤 나가기는 하지만, 앞으로 여행다닐 때 이런 경험으로 인해서 더욱 조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여행이 3일이나 남았는데, 그것 때문에 괜히 끙끙 앓지 말고 엄마가 용돈을 더 넣어줄테니 그 일은 다 잊어버리고, 하지만 더 조심하면서 남은 여행 잘 하고 오렴 아들~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거든요. 정말 죄송한 마음도 들었고, 굉장히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들이 또 이 일 때문에 괜히 걱정하느라 의기소침해져서 멀리까지 갔는데 제대로 여행도 못하고 올까봐 걱정을 하시다니... 어쨌든 그래서 엄마와의 통화 직후 잔뜩 긴장하고 서러웠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어요.
하지만 완전히 녹아내리지는 못했는지 여전히 출국 심사대에 있는 터키인들을 봐도 짜증이 나고, 공항 면세 구역에서 팔던 터키 아이스크림을 봐도 짜증이 나고... 일단은 빨리 터키를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정말 안 들더라고요. 어쨌든 생각해 보니 일어나서 아무것도 안 먹었다는 게 생각나서 푸드 코트에 있는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로 아점(이라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지만)을 먹고 아부다비로 가는 비행기에 탔습니다.
작년(2013년) 9월 초에 요르단으로 갈 때 탄 이후 처음으로 에티하드 항공을 오랜만에 이용하니까 좋더라고요! 더군다나 이집트 항공을 이용한 후 며칠 뒤에 탔더니 정말 두 항공사가 엄청나게 비교가 되었습니다.ㅋㅋㅋ 어쨌든 제 자리는 다행히도 복도측! 한가운데면 어떡하나 정말 걱정했거든요. 이스탄불에서 아부다비까지는 4시간 반 정도가 걸립니다. 그나저나 그렇게 빨리 탈출해야겠다 정 떨어졌다 터키 완전 싫다 이러면서 비행기에 탔지만, 막상 타니까 '언젠가는 꼭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터키에 다시 와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정말 이스탄불이라는 도시 자체가 맘에 들기는 했었거든요... 지금은 다시 가 볼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여러분도 꼭 터키 가 보세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사기꾼만 조심하면요...
그나저나 제가 살아본 곳도 아니고 별다른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스탄불에서 이 난리를 경험하고 아랍 국가로 향하니까 단지 '아랍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지더라고요. 22개 아랍 국가들끼리는 서로 나라가 달라도 어떤 끈끈한 동질감 같은 것이 있는데 그런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터키에서 아부다비로 가는데 익숙한 요르단, 혹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만큼 편안한 느낌이 드는 건 참 신기했어요.
어쨌든 그렇게 마음을 추스리며 비행을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창밖은 깜깜해져 있고 저녁식사가 나오더라고요. 오! 이 기내식ㅠ.ㅜ 정말 이집트 항공의 기내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질의 기내식! 완전 맛있게 먹고 나니 잠이 안와서 앞에 있는 화면을 이리저리 눌러보며 구경했습니다.
오! 음악 듣는 메뉴에 North Asia를 눌렀더니 아이유의 정규 2집인 Last Fantasy가 나왔습니다! 저 군대 있을 때 나온 건데 저도 휴가 나와서 앨범을 샀었거든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져서 오랜만에 들어볼까? 하고 전곡을 열심히 들으면서,
가방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2013년 작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네 번째 읽었습니다. 요르단에서 한국어 소설책을 못 구해서 이 책만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었거든요. 그런데 여러번 읽어도 재미있었어요. 여러분도 꼭 읽어보세요~!!^^
하지만 읽다가 눈이 피로해져서 또 다시 앞에 있는 화면을 구경하다가 한국 영화인 '감시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전혀 모르는 영화였는데, 출연진은 꽤 유명한 배우들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제가 잘 모르고 넘어갔던 영화인가 해서 보았습니다. 오~ 만약 영화관에서 개봉을 했다면 제가 굳이 찾아서 보지 않았을 장르이기는 했는데, 막상 보니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 중 일단 첫인상이 별로 흥미가 안 가도 좀 봐 보도록 노력해야겠어요.ㅋㅋㅋ
영화를 다 봤는데도 아직 도착할 기미가 안 보여서 혼자 몸을 비비 꼬고 난리치다보니 드디어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 도대체 얼마만인가.ㅠ.ㅜ(5개월만임), 한국에서 요르단으로 갈 때 아부다비에서 환승을 해서 아부다비에만 왔는데 막 한국에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티하드를 이용해 아부다비 경유로 유럽에 가는 승객들이 많아서 공항에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눈에 띄었어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그리고 여러 안내판, 간판 들에 보이는 아랍어들도 너무나 반갑더라고요.
하지만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기온...ㅠ.ㅜ 물론 두바이도 겨울이라 아주 심하게 덥지는 않았고 또 해가진 뒤 도착한 터라 밖이 서늘한 편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20도는 넘고요, 이스탄불에서 0도에 가까운 겨울날씨에 맞춰 셔츠 위에 니트, 그리고 코트까지 입고 있었던 저는 무거운 짐들 때문에도 더 땀이 뻘뻘 나더라고요. 그래서 급하게 코트를 벗어들었지만 더운 건 마찬가지...
저는 오늘 당장 환승을 할 것은 아니고, 이대로 아랍에미리트로 입국을 할 것입니다! 입국장으로 갔는데 오올! 잘생긴 아랍 형들이 흰색 아랍 전통 의상을 입고 여권에 아랍에미리트 입국 도장을 쾅쾅 찍어주었습니다. 저도 그 옷 한 번 입어보고 싶었는데..ㅠ.ㅜ 나중에 걸프 국가들로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가서 지내볼 기회가 있겠죠? 요르단은 그 옷을 잘 안 입어서요...
그런데 두바이에 가는데 왜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안 가고 아부다비 국제공항으로 왔냐고요? 제가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하기 위해 국제학생증 여행사를 이용해서 항공권을 구매했는데요, 이스탄불-아부다비 경유-인천으로 구매를 했거든요. 거기서 아부다비 경유를 이틀 틀려서 이렇게 두바이를 가게될 수 있었던 거랍니다. 물론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하면 두바이를 경유해서 똑같이 갈 수 있기는 했는데, 에미레이트 항공이랑 에티하드 항공 운임 차이가 만만치 않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티하드 항공에서는 아부다비-두바이 무료 셔틀 리무진 버스를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두바이로 이동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단지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 빼고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에티하드 항공에서는 '에티하드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아부다비 국제공항-두바이 간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 버스는 약간 아부다비를 경유해 두바이로 가는 연계편을 탄 것같이 서비스를 해 줘서 재미있었습니다. 무거운 짐들도 직원분들이 버스에 일일이 실어주시고요, 버스에 탑승하면 에티하드 항공 로고가 박힌 고급스러운 생수병과 물티슈를 제공해 줍니다. 버스 내에는 텔레비전 방송도 나오고요.
이 버스는 버스 운행 시간대의 에티하드 항공 항공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무료로 탑승이 가능한데요, 그냥 가도 탑승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자리가 없는 경우에는 탑승이 불가능해서 여행 일정이 꼬일 수도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예약을 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버스 예약은 에티하드 항공 웹사이트에서 하실 수 있고요, 자세한 예약 방법은 http://jidolv.blog.me/220060344696 이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예약을 안 하고 그냥 가서 탔습니다.ㅋㅋㅋ 이스탄불에 있을 때 미리 예약을 좀 해 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아이폰으로도 제 노트북으로도 계속 예악 버튼이 안 눌러져서 결국 포기했었거든요.
제 팔목에 니트가 살짝 보이시나요? 공항 밖은 나름 서늘해서 그냥 그러고 버스를 탔는데 버스 안에 앉아있다보니 더워서 또 땀이 계속 나더라고요...
그렇게 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밟고 한참 헤매다가 버스를 타고 드디어 두바이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아 확실히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면 뭔가 시간을 손해보는 느낌이에요.ㅠ.ㅜ
아부다비 국제공항-두바이 셔틀버스는 '두바이 에티하드 트래블 몰'이라는 곳에 승객을 내려줍니다.
이곳에 내리면 바로 이렇게 '누르 뱅크 역'이라는 지하철역이 보입니다.
철도 동호인으로서는 또 두근두근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과연 두바이의 지하철은 어떤 느낌일까! (물론 지상구간이 많아서 지하철이라고 부르기는 좀 애매하지만 편의상 지하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두바이 지하철은 2009년 9월 9일에 첫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개통된지 얼마 안 되었죠? 그래서 그런지 시설이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두바이가 돈이 많으니까 그렇기도 하겠지만요.^^ 정말 역마다 아주 삐까뻔쩍 하더라고요. 현재 두바이 지하철은 레드 라인과 그린 라인, 이렇게 두 개의 노선이 운행 중인데요, 바닷가를 따라 길게 발달한 두바이 시가지를 쭉 이어주는 노선이 레드 라인이고요, 두바이 구시가지 지역을 이리저리 지나는 것이 그린 라인입니다. 누르 뱅크 역은 레드 라인에 있는 역이고요.
두바이 지하철 승차권을 구입하겠습니다! 두바이 교통카드 겸 승차권은 놀(nol)이라고 하는데요, 실버-골드-블루-레드 이렇게 네 개의 종류가 있습니다. 사실 여행객 분들은 지하철을 이용하실 떄는 다른 카드는 모르셔도 되고요(사실 제가 모르고요), 레드 카드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레드 카드는 16디르함짜리 1일권과 6.5디르함(1구간 기준)짜리 1회권이 있습니다. 1디르함이 300원 정도이니, 1일권은 약 4,800원, 1회권은 2,000원 정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일단 오늘은 숙소로 가는 데까지만 지하철을 탈 것이기 때문에 1회권을 구입했습니다.
역내 안내판은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역 주변 안내 지도와 지하철 전체 노선도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아까 1회권이 6.5디르함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1구간 기준이고요, 위의 노선도에서 보실 수 있듯이 구간이 나누어져서 구간을 넘어가면 운임이 더 비쌉니다. 그래서 1회권의 경우 애초에 승차권을 구입하실 때 구간 수를 선택해서 내라는 요금을 내셔야 합니다. 옛날 서울지하철 운임 징수 방식과 비슷하죠? 물론 지금은 그냥 거리비례로 운임이 올라가지만요.
그리고 'Gold'라는 이름이 부른 칸이 따로 있는데, 그곳은 좌석도 고급 좌석이고 운임도 훨씬 비싸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두바이 부자들이 그 칸을 이용한다고 하네요. 나머지 일반 칸은 주로 여행객들이나 수많은 외국인(주로 동남아인, 인도인) 노동자들이 이용하고 있고요.
드디어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열차 내부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무인 운전 시스템이더라고요! 오!! 우리나라에서도 신분당선 전철과 의정부경전철, 용인경전철, 부산김해경전철이 무인으로 운행되고 있기는 한데, 아랍 국가에서 무인 운행 중전철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제 숙소는 두바이 유스호스텔이었는데요, 터키에서처럼 저렴하면서도 편안한 자그마한 호텔 비슷한 게 있나 아무리 찾아봐도 그 정도 시설은 너무 비싸고, 좀 싸다 싶으면 다 평가가 최악이고... 그래서 결국은 유스호스텔에서 자기로 했답니다. 숙박비는 이스탄불 블루 아이 스위츠 버금 가는 수준인데 시설은..ㅠ.ㅜ 모르는 사람 3명이랑 같이 자야 하고... 근데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은 방에서 자고 이야기 하고 그러는 것도 여행의 재미인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누르 뱅크 역에서 레드 라인을 탔고 두바이 유스호스텔로 가려면 그린 라인을 타야 했기 때문에 '유니온(Union) 역'에서 그린 라인으로 환승을 해야 했습니다. 확실히 이스탄불보다는 편했던 게,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매우 잘 갖추어져 있어서 지하철을 환승하는데도 상대적으로 훨씬 편하더라고요. 이스탄불에서 그 무거운 짐들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낑낑댔던 걸 생각하면...ㅠ.ㅜ 그리고 두바이는 바닷가 사막에 지어진 도시라 그런지 일단 신기할만큼 도시 전체가 평평했고요.ㅎㅎㅎ 언덕이 없으니 짐 들고 다니기도 덜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린 라인을 탔는데 제 마음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두바이 유스호스텔을 예약할 때 호스텔 체크인 시간이 밤 12시까지라고 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12시까지 두바이 유스호스텔에 도착하는 건 무리였고, 만약 12시 넘어서 왔다고 안 받아주면 전혀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유스호스텔 근처 스타디움(Stadium) 역에 내렸는데, 유스호스텔이 바로 근처라는데 주변은 완전 휑하고 안내판도 하나 없더라고요... 큰 길을 따라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어렴풋이 간판이 보여서 방향은 잡았는데, 이미 12시 30분이 다 되어 가는 시간...
그래서 급한 마음에 얼른 두바이 유스호스텔로 전화를 해서 "지금 체크인 가능한가요?" 그랬더니, 이 아저씨가. "안 돼요. 이미 남은 침대가 없습니다." 이러는 거예요. 헐! 완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ㅠ.ㅜ 12시까지 안 왔다고 이렇게 버리는 건가!!!ㅠ.ㅜ 어헝헝 엄마 나 이제 어떡하면 좋아요. 그래도 예약 손님인데 이렇게 쉽게 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근데 저 예약했는데요..."라고 말했더니 "아! 그러면 지금 와도 됩니다! 체크인 할 수 있어요~ 어서 오세요!" 그러더라고요. 휴... 큰일 나는 줄 알았네... 늦게 오고 싶어서 늦게 온 게 아니라 비행기 도착하자마자 아부다비에서 열심히 온다고 온 게 그 시간에 왔는데 거부당했으면 울어버렸을지도 몰라요. 저는 '지금 12시가 넘었는데도 체크인 가능한가요?'라는 의미로 물었는데 그 쪽에서는 '빈 침대나 방 있나요?'라는 의미로 이해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체크인을 하고 숙박료를 냈는데, 거스름돈이 없다고 다음날 아침에 찾으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안내해 주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헉. 근데 또 이스탄불 블루 아이 스위츠에서처럼 제 짐을 들어주시려고 다가오셨습니다. '아흑... 저거 엄청 무거울텐데 어떡하지...ㅠ.ㅜ(심지어 수화물 규정 맞추느라 짐 정리를 새로 해서 이스탄불에서보다 거의 8kg이 더 무거워짐)' 아니나 다를까, 그 분은 가방을 손으로 훅 드시다 말고 '헉!' 하는 숨소리를 내시더라고요. 더군다나 제 방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또 3층... 그 분이 너무 힘들어보이셔서 제가 밑에서 같이 들어드렸습니다. 정말 제 무거운 짐 때문에 저를 포함해 세 분이나 여행 중에 고생을 하시다니...ㅠ.ㅜ 죄송합니다.
방에 들어갔더니 이미 불은 꺼져 있는데 각자의 침대에 누워서 신나게 영어로 수다떨고 있는 두 사람... 나머지 한 사람은 먼저 자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들어가도 다들 관심도 없고;; 수다에 너무 열중하셨는지... 저는 짐을 들고 오느라 땀이 너무 많이 나서(거기다가 코트를 손에 드니 너무 걸리적거려서 다시 입었었거든요.)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른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샤워를 한 뒤 정말 정신없었던 하루를 되뇌이며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행 셋째날도 지나갔습니다.
To Be Continued...
2014. 11. 15.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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