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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귀국길 (터키 이스탄불 여행) [11편] 탁심 광장, 이스티클랄 거리, 퓨니큘러, 그리고 사기꾼들 - 이스탄불 술값 바가지 경험 (둘째날/14.1.15)동부역사(외국여행)/14년 터키이스탄불&UAE두바이 2014. 11. 13. 13:33
(터키 / Turkey)
이 포스트에서 다룰 여행지 '이스탄불'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2014. 11. 13. 기준)
외교부에서 지정한 터키의 지역별 여행경보 단계는 무스 주, 엘라직 주, 아그리 주, 오스마니아 주가 '1단계/여행유의(남색경보)'로, 툰셀리 주, 빙골 주, 비트리스 주, 바트만 주, 마르딘 주가 '2단계/여행자제(황색경보)'로, 하카리 주, 시르트 주, 시르낙 주, 반 주, 디야르바커 주, 그리고 터키-시리아 국경으로부터 10km 이내 전지역이 '3단계/즉시대피(적색경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번 여행기에서 다룰 이스탄불을 포함한 나머지 전지역은 여행경보가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행경보가 지정되어 있는 지역은 터키 남동부의 시리아, 이라크 국경 지역으로 쿠르드족 무장단체인 '쿠르드 노동자당(PKK)'이 쿠르드 족 국가 설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터키 정부군과 쿠르드 노동자당 무장대원들 간의 게릴라 전이 자주 벌어지므로 여행 중 각별히 주의하거나 여행을 삼가야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 광범위하게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터키 정부에서는 터키 동남부 지역에 IS 세력이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들어 미국이 IS 세력 소탕을 위해 시리아 내 IS 거점 지역으로 생각되는 곳을 공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리아 내의 정세가 더욱 불안해져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10월 3일 외교부에서는 기존에 여행경보가 지정되어 있지 않았던 지역을 포함해 터키-시리아 국경으로부터 10km 이내의 전지역을 새롭게 '3단계/즉시대피(적색경보)'로 지정한 상태입니다.
여행경보가 지정되지 않은 다른 지역은 군사적으로 큰 위협은 존재하지 않고 정세가 매우 안정되어 있어서 여행하는 데 있어 무리는 없지만,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의 경우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강도, 소매치기, 도난, 사기 등의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간혹 PKK가 이스탄불 등 주요 대도시 도심에서 테러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기 떄문에 주요 도시를 여행할 때는 여러모로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
제가 여행할 당시(2014. 1. 14) '이스탄불'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지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여행경보 단계는 현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이제 11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확실히 겨울같은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오늘은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네요.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 쯤이면 아마 2교시 수학 영역을 보고 있겠죠? 저도 수능 본지 벌써 6년이 지났네요... 그래도 아직 수능날 기억은 정말 생생해요. 그래서 여전히 수능날 벌벌 떨며 고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고3 학생들 모습을 보면 마음이 괜히 짠해지고 그래요... 모두들 힘내요! 그럼 이스탄불 여행기 계속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내용은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어요.ㅠ.ㅜ
에미뇨뉘 역에서 트램을 탔더니 계속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해변 도로 한 가운데를 트램이 지나가더라고요. 또 풍경에 취해서 과연 이스탄불 최대 번화가는 어떤 느낌일까 기대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탁심 광장에 가려면 카바타슈 역에 내려서 퓨니큘러(이스탄불에서는 '튀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라는 교통수단으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일단 내렸습니다.
제가 탈 구간을 미리 알아보니 카바타슈-탁심 단 한 구간만을 왔다갔다 하는 지하철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때는 퓨니큘러가 뭔지 몰라서 '아~ 이렇게 한 구간만 왔다갔다 하는 지하철을 퓨니큘러라고 하나?'하고 일단 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오잉? 근데 퓨니큘러를 타는 승강장으로 내려갔더니 승강장이 기울어져 있는 거예요! 그래서 스크린도어 쪽을 살펴보니 완전 신기하더라고요! 뭐가 신기했냐고요?
열린 스크린도어 사이로 열차 출입문이 보이시나요? 기우뚱 기울어져 있죠? 알고 보니 퓨니큘러는 강삭철도를 이야기하는 것이더라고요. 일본에서는 '케이블카'라고 부르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케이블카' 하면 흔히 산 같은 곳에서 줄에 매달려 다니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일본에서는 열차를 줄에 고정시켜서 줄을 이용해 끌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방식의 철도교통수단을 케이블카라고 하더라고요. 뭐 어쨌든 줄에 고정되어 다닌다는 점은 같지만요.^^) 해변에 있는 카바타슈역과 더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있는 탁심 역을 직선으로 쭉 올라가도록 연결한 노선이 제가 탈 이스탄불 퓨니큘러 F1 라인이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런 식의 교통수단은 처음 봤기 때문에 매우 신기해서 열차에 탈 생각은 안 하고 이리저리 사진찍으면서 신기해하기 바빴답니다^^
단 두 역만 운행하기 때문에 양쪽 역(카바타슈 역, 탁심 역) 모두 승강장 끝이 이렇게 되어 있답니다. 열차도 단 한 대가 왔다갔다 하는 형식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서 그런지 배차 간격이 길지는 않더라고요. 카바타슈 역과 탁심 역 사이는 2분이 조금 안 걸립니다.
그나저나 탁심 광장과 이스티클랄 거리가 번화가라 그런지 우리나라 퇴근 시간 서울 2호선 못지 않은 혼잡도를 보여주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승강장과 선로가 경사져 있는 것이 보이시죠? 그리고 철로 가운데에 줄도 보이시나요? 그 줄에 열차가 고정되어 운행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곧 열차가 들어왔고, 또 열차는 사람을 꽉꽉 채우고 줄에 딸려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열차 자체가 기울어져서 운행되다 보니 열차 내부는 신기하게도 계단식으로 생겼더라고요. 그러니까 열차가 그냥 평평해서 승강장처럼 열차 내 부에 서 있어도 선로에 따라 경사진 것이 아니라, 열차에 타면 바닥이 선로와는 관계 없이 멀쩡히 수평으로 되어 있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맨 윗부분부터 아랫부분까지 한 객차 내에서도 계단식으로 열차 내부 바닥이 구성되어 있고요. 완전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폰을 꺼낼 엄두도 못 냈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탁심 역 도착! 탁심 역은 카바타슈 역과는 달리 스크린도어가 없었기 떄문에 퓨니큘러에서 운행되는 열차의 모습을 고스란히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열차 출입문 쪽을 보시면 경사진 승강장과는 달리 열차 내부는 계단식으로 되어 수평이 맞는 것을 보실 수가 있죠? 정말 신기했어요!
손님을 가득 채운 퓨니큘러 열차가 출입문을 닫고 카바타슈 역으로 출발합니다~
이게 바로 그 많은 사람들이 탄 거대한 열차를 끌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치입니다~ 케이블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요!
우와 탁심 광장과 이스티클랄 거리가 정말 번화가이긴 한 것 같았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을 보세요!
드디어 탁심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잠시 먼저 탁심 광장이 어떤 곳인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탁심 광장은 이스탄불의 문화적, 경제적 중심지이자 교통, 관광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이스탄불 최대의 번화가인만큼 유명한 음식점, 카페, 호텔 등이 많이 위치하고 있고요, 또 터키 시내의 주요 대중교통수단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잠시 후 살펴볼 이스티클랄 거리의 시작도 바로 이곳 탁심 광장이고요. 그리고 탁심 광장 한 켠에는 '탁심 게지 공원'이라는 잔디밭으로 이루어진 공원도 있습니다.
'탁심'이라는 지명은 아랍어 단어에서 유래되었는데요, 아랍어 قسم[qasama] 동사의 2형인 'قَسَّمَ[qassama]'의 동명사형 'تَقْسِيم[taqsi:m]'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 단어는 '분리'라는 뜻인데요, 원래 현재 탁심 광장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이 과거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에 저수지가 있는 수도 공급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스탄불 시내 다른 지역과는 분리되어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분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합니다. 지명을 좀 독특(?)하게 지은 것 같네요^^;;
'탁심' 광장은 얼마 전에는 반정부 시위 장소로도 언론에 많이 오르내렸죠. 터키의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탁심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시위를 벌였는데, 터키 정부는 시민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하고 물대포를 쏘며 강경 진압했죠. 그 과정에서 경찰이 쏘는 최루탄을 정면으로 맞는 한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평화적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게 강제로 물대포를 발사하며 진압하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한데요...
탁심 광장에는 '피에트로 카노니카'라고 불리는 조형물도 있는데요, 이것은 터키 공화국 수립을 기념하여 1928년에 세운 기념탑이라고 합니다.
스타벅스도 탁심 광장에서 보이는 곳만 두 개나 되더라고요. 확실히 번화가가 맞긴 한 것 같았어요. 그럼 이제 이스티클랄 거리로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계획은 이스티클랄 거리를 구경하면서 중간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이 나오면 터키 케밥을 먹어보는 것이었어요!
이 곳이 바로 이스티클랄 거리입니다! 이스티클랄 거리는 우리나라의 명동처럼 차량이 다닐 수 없는 보행자 전용 거리인데요, 큰 길이 가운데 있고 그 안쪽 골목골목으로도 상점가가 꽤 잘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이스티클랄'이라는 이름 역시 아랍어에서 유래된 이름인데요, 아랍어로 '독립'을 뜻하는 'استقلال[istiqlal]'과 같은 음입니다. 물론 터키어에서도 독립을 뜻하는 단어가 비슷한 음의 'istiklal'인데요, 이 단어 자체가 아랍어에서 유래된 단어인 것이죠. 그러고 보면 아랍어가 이슬람의 공식 언어라 그런지 아랍 국가가 아닌 이슬람 국가의 언어들(터키어, 이란어 등)에는 아랍어에서 유래된 표현이나 단어, 혹은 지명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물론 반대로 터키어, 이란어에서 유래된 아랍어 단어도 일부 있지만요. 기본적으로 무슬림이라면 코란을 아랍어로 소리내어 읽을 수 있어야 하니 아랍어를 배우지 않을 수는 없겠죠...
어쨌든 잔뜩 들뜬 마음으로 그렇게 이스티클랄 거리를 혼자 신나게 걷고 있는데 갑자기 터키인 남자분이 저에게 "Hello! Are you Korean?" 하고 말을 거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한창 새로운 외국인과 이야기를 하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었기 때문에(그리고 요르단에서는 이게 전혀 위험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죠. 처음에는 영어로 하다가 알고 보니 그분이 아랍어를 할 줄 아시더라고요. 직장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고, 그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아랍어를 할 줄 안다고 했어요. 저도 요르단에서 공부하고 귀국하는 길이고, 아랍어를 할 줄 안다고 했죠. 그래서 그 뒤에는 거의 아랍어로 이야기를 했죠.(사실 영어를 너무 못해서 아랍어가 오히려 조금 더 편해요.)
터키인 : 터키 어디어디를 다닐 예정이에요?
통일호 : 이스탄불만 아주 잠깐 보고 갈 거예요. 일정을 길게 잡지 않았거든요.
터키인 : 그렇군요. 이스탄불 어디어디에 가 봤나요?
통일호 : 오늘 하루 동안 술탄아흐메트 모스크, 아야 소피아 박물관, 토프카프 궁전 박물관, 아라스타 바자르, 갈라타 타워, 갈라타 다리, 이집션 바자르를 갔었어요.
터키인 : 와우! 하루 동안 많은 곳을 다녔네요!
통일호 : 조금 부지런히 다녔죠.^^
터키인 : 나는 사실 집은 앙카라(수도)에요. 사우디에 있다가 사촌동생 결혼식 때문에 앙카라에 가는 길이에요.
통일호 : 아~ (아!! 말도 안 돼.ㅠ.ㅜ 지금 생각해 보니 사우디에서 앙카라 가는데 이스탄불 이스티클랄 거리를 왜 걸어다니고 있어.ㅠ.ㅜ 그럴리가 없잖아...ㅠ.ㅜ 이걸 왜 자연스럽게 믿었지....)
터키인 : 이스탄불에 온 걸 정말 환영해요! 제가 차 한 잔만 대접해도 될까요?
통일호 : 저야 좋죠!
터키인 : 그래요~ 제가 유명한 찻집을 한 곳 알아요. 같이 가요!
그래서 저는 '와! 네딤 카야에 이어서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친구라기엔 너무 아저씨같았지만)'라는 생각을 하며 쫄래쫄래 찻집을 따라갔죠. 찻집은 분위기가 참 좋더라고요. 사람도 꽤 많았고요. 그리고 어떤 중후한 매력의(?) 터키인 중년 아저씨에게 사람들이 계속 가서 사인을 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뭐지?' 하고 쳐다보고 있으니까,
터키인 : 저 사람은 터키의 유명한 영화배우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사인을 받는 거예요. 사인 하나 받아다 줄까요?
통일호 : 아니요, 괜찮아요. (저는 어차피 누군지도 모르는걸요.)
터키인 : 차 맛이 어때요? 괜찮죠?
통일호 : 네! 맛있네요~ (사실 중동 지방쪽 차는 제 입맛에 잘 안 맞지만 얻어먹는 입장이니까...)
터키인 : 터키 맥주 먹어봤어요?
통일호 : 아니요? 아! 에페스(EFES)요! 길 가다가 간판에서 많이 봤어요. (터키는 이슬람 국가지만 세속주의 국가라 그런지 술 파는 곳이 꽤 많이 보입니다.)
터키인 : 그럼 이 차 다 마시고 맥주 한 잔 마시러 갈래요? 차는 제가 샀으니까 맥주는 더치페이!
통일호 : 좋아요!
술을 먹어본지도 마침 엄청 오래되었고, 생맥주 한 잔에 얼마나 하랴 싶어서 맥주 한 잔만 하고 헤어져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분하고 말도 정말 잘 통하고 이야기할수록 재미있었거든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때 당시에는 엄청나게 재밌게 한참을 수다를 떨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그렇게 그 사람과 맥주를 마시러 가는데, 이상하게 자꾸 뒷골목으로 들어가더니 뭔 건물 입구에서 한참을 계단을 올라가는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겁도 없이 그런 곳을 막 따라갔는지 몰라요. 그 사람과 얘기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이슬람 국가라 술집이 좀 깊숙한 곳에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런데 그 남자분이 가게 문을 딱 여는데 입구부터 그 추운 겨울에 민소매티를 입고 히잡도 안 쓰고 머리를 노랗게 빨갛게 염색하고 화장도 이상하게 하고 계신 여자분들이 묘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저희 둘을 바라보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아 이건 뭔가 아닌데' 싶었지만, 일단은 분위기 파악을 좀 해 보고 정 이상하면 나가야겠다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고는 생맥주 두 잔을 시켰죠.
그렇게 생맥주가 나와서 마시며 또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계속 눈치를 보면서) 갑자기 입구쪽에 앉아있던 무서운 여자분 둘이 와서 같이 앉아도 되냐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를 이곳으로 안내한(?) 그 남자가 자연스럽게 수락을 하더라고요. 제 옆에는 머리를 금발처럼 염색한 민소매티를 입은 터키인 여자분이 앉았는데 저는 이런 경험이 없어서 너무 무서웠어요.ㅠ.ㅜ 더군다나 그 여자분이 자꾸 제 손을 잡으려고 하고 제 몸에 손을 대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ㅠ.ㅜ 이러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닌데..ㅠ.ㅜ'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머리를 굴려 "7시 반에 탁심 광장에서 아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어요."라고 거짓말을 하고, 7시 15분 경이 됐을 때 얼른 나가봐야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리 더치페이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맥주값은 내고 나가려고 얼마인지 물어봤는데 저를 데리고 간 그 남자가 가게 직원에게 계산서를 부탁했거든요. 그런데 무려 40만원 정도가 나온 거예요! 생맥주 두 잔을 시켰는데! 그래서 제가 내야 할 돈은 그 반인 20만원 정도! 어떻게 이런 일이! 저는 너무 당황해서 '헉!' 하는 소리를 내며 그 남자랑 여자 두 분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는데, 그 사람들은 웃기다는 표정으로 절 쳐다보면서 메뉴판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맥주 가격이 그런 거예요. 헐!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정신이 번쩍 들어 보니 가게 사장이나 주인들 모두 까만 양복을 잘 차려 입었고 덩치가 좋은 터키인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럼 결제를 하겠다고 체크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그랬더니 가게 주인이 'No Card, only Cash'라고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무슨 돈을 20만원씩이나 가지고 다니겠어요..ㅠ.ㅜ 그래서 어떻게 하냐니까 ATM에서 돈을 뽑아 오래요. 그래서 제가 "난 이 근처에 ATM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라고 했더니 직원 한 명이 저를 ATM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벌벌 떨면서 ATM에 가서 20만원 가까운 돈을 뽑아서 가게로 돌아와 가게 주인에게 넘겨주고 얼른 가방을 들었죠. 그런데 갑자기 저를 거기까지 데리고 간 남자가 저를 부르더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서로 연락처나 교환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이 자기 번호를 알려주면서 꼭 문자 달라고 했어요. "지금 날 놀리는 거야?! 이건 사기라고! 말도 안 돼!"라고 난동이라도 부리고 싶었지만 그냥 일단은 "응 알았어 바이바이! 씨 유 넥스트 타임" 하고 그냥 도망치듯 나왔어요...
아.ㅠ.ㅜ 이게 뭐야.ㅠ.ㅜ 이스티클랄 거리고 뭐고.ㅠ.ㅜ 아 완전 말도 안 돼! 이렇게 20만원을 날리다니...ㅠ.ㅜ 완전 저는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되어 호텔로 돌아갈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호텔도 아니고 그냥 한국으로 가고 싶었어요. 내가 왜 괜히 이스탄불에 와서... 이게 뭐야........ 그냥 이스탄불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어요. 이스티클랄 거리에 들어섰을 때까지의 들뜸과 즐거움과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 대한 호감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그때 이렇게 당황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대사관에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왜 현금만 받는다는 건지도 그 뒤에 알았어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결제 기록이 남을테니까요. 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면 그래도 이렇게 억울하지 않았을텐데... 마침 길눈도 밝아서 탁심 광장에서 그 술집까지 한 번에 찾아가라면 찾아갈 수도 있었을텐데... 왜 그때는 그냥 정신을 놓아버리고 호텔로 무작정 돌아왔는지... 정말 지금 생각해도 후회되는 일 투성이에요.
사실 제가 요르단에서 기말고사 끝나자마자 나갈 준비 하느라 여행 준비를 철저히 못 했는데, 이스탄불의 술값 사기는 정말 유명하더라고요. 조금만 찾아봤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얼마 전에 한국 외교부에서도 이에 대해 주의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었습니다. 외교부 블로그에도 관련 내용이 있어서 링크를 걸겠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이스탄불을 여행하실 일이 있으신 분께서는 꼭 주의하세요! 특히 남자분들! http://mofakr.blog.me/220105368946
외교부에서 이 블로그에 나온 사례들 말고도 비슷한 여러 사례들을 올려 놓았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20만원이나 잃은 게 너무 억울했지만, 제가 경험한 일 정도는 아주 약과더라고요. 보통은 술값으로 100만원~200만원을 내고 심지어는 술에 약을 타서 짐을 다 뺏긴 채 광장 한 켠 벤치에 버려지거나 하는 일들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스탄불에서는 낯선 현지인이 말을 걸며 친한척을 하며 다가오면 절대로 대화를 이어나가지 마시고요, 특히 이야기를 했더라도 '술을 먹자'고 하면 거절하고 바로 빠져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제가 이걸 몰라서 이런 일을 당했죠..ㅠ.ㅜ 더군다나 '형제의 나라'에 홀딱 넘어가서... 형제의 나라는 무슨!
어쨌든 그렇게 '완전 신경이 곤두선 상태'와 '멍한 상태'가 공존하는 이상한 상태로 다시 이스티클랄 거리로 나섰습니다. 원래 계획이라면 저녁 내내 이 거리를 쭉 걸어서 구경하고 저녁으로 맛있는 터키 케밥을 먹었겠지만, 저는 그냥 너무 힘이 빠져서 무작정 다시 퓨니큘러를 타러 탁심 광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그 와중에도 사진은 열심히 찍었네요. 바로 위의 사진은 이스티클랄 거리를 따라 운행하는 트램인데요, 이스탄불 시내 다른 곳의 현대식 트램과는 달리 아주 오래되었고 작답니다. 그래서 사실 교통수단의 목적보다는 관광용 열차(?) 목적으로 더 많이 이용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역시 한국인이 많은 이스탄불답게 이스티클랄 거리에도 한국인이 참 많더라고요. 부디 다들 사기 당하지 말고 바가지 쓰지 말고 이스탄불의 아름다운 모습만 잘 기억하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시길....
연초라 이스티클랄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들떠 있었고,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웃으며 걸어다니고 있었지만, 저만 영혼 없는 표정으로 터덜터덜 걸어다니며 사진이나 몇 장 찍고 있었습니다.
다시 탁심 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대로 그냥 퓨니큘러를 타러 들어가려다가 그래도 스타벅스는 들렀습니다. 그 기분에 커피를 마시고 싶었던 것은 절대 아니고 제가 사실 세계 여러 나라를 갈 때마다 각 나라 이름이나, 도시 이름이 적힌 스타벅스 텀블러를 사서 모으는 것을 취미로 삼으려 하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일본 홋카이도 텀블로, 요르단 텀블러 이렇게 두 개 밖에 없어요. 사실 머그컵은 다 있는데 텀블러는 없는 곳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머그컵으로 목표를 바꿨답니다.^^;; 진작 바꿨으면 이스탄불에서 멋진 이스탄불 머그컵을 샀을텐데, 그때는 텀블러가 없어서 그냥 나왔어요. 더 이상 이 동네에 있고 싶은 마음도 사실 없었고요.
그래서 얼른 퓨니큘러를 타고 트램을 타러 카바타슈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신기한 퓨니큘러의 모습도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카바타슈 역에서 트램을 타고 한 번에 술탄아흐메트 역까지 쭉 왔습니다.
술탄아흐메트 역에 내려서 호텔로 가기 위해 술탄아흐메트 공원으로 걸어왔는데, 그 상황에서도 술탄아흐메트 모스크(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박물관은 정말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정말 울고 싶은 기분이었지만요... 그리고 그제서야 사기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낮에는 길가던 남자가 'Are you Korean?' 하고 물으면 'Yes~' 하고 쿨하게 무시하고 지나갔거든요. 제 일정도 바빴으니까요. 하지만 저녁에는 이스티클랄 거리만 구경하다 호텔로 돌아갈 생각을 해서 그런지 무시를 안 하고 그냥 즐겁게 따라갔네요... 낮처럼 무시했으면 될텐데... 한번 직접 경험하고 보니 술탄아흐메트 공원 근처에서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Are you Korean?', 'Do you want drink?' 이런 말들을 던지는 사람들이 사기꾼이라는 게 눈에 확 들어왔어요. 심지어는 'Soju?? Do you wanna drink Soju?' 하고 묻는 터키인도 있더라고요... 아 이 사기꾼들...ㅠ.ㅜ
이대로 호텔로 가면 너무 우울하고 속이 답답할 것 같아서 술탄아흐메트 공원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서 휴대폰이나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집에 전화해서 이 상황에 대해 엄마에게 얼른 설명하고 엉엉 나 어떡해! 하고 싶은데, 시차 때문에 한국은 새벽이고....
그래서 그냥 멍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추레한 차림의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다가오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영어로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I'm Palestinian, and I didn't eat anything. I'm so hungry." 막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미 탈탈 털린데다 현금도 별로 없는 저는 지갑을 보여주며, 저는 3리라(한화 약 1,500원)밖에 없어요... 그랬더니 혹시 그거라도 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안 그래도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20만원 뺏겨서 민감해져 있는데 또 돈을 달라니!!!!ㅠ.ㅜ 하지만 보니까 그분은 팔레스타인 난민이신 것 같았고, 평소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그냥 외면하기가 힘들어서 '그래 1,500원도 못 도와드리나... 이건 바가지도 아니잖아!'하고 드렸어요. 그분이 정말 너무 Thank you라는 말을 여러번 하시더라고요. 힘도 하나도 없어보이시고 그 추운 겨울에 공원에서 주무셔서 몸도 정말 안 좋아보였어요.
돈을 드린 뒤 감사하다고 말씀하시고 계신 할아버지께 갑자기 불쑥 말이 걸고 싶어졌어요. 제가 당한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지만, 무슨 이야기라도 누구랑 좀 하고 싶은 기분이 갑자기 들어서요... 마침 또 팔레스타인분이라고 하시니까... 그래서 그 아저씨께 말을 걸었죠.
경춘선통일호 : (영어로 이야기) 사실 저는 요르단에서 아랍어를 공부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스탄불에 잠시 들렀어요.
팔레스타인인 : 아! 진짜요? 그럼, 할 타타칼라물 아라비?(당신 아랍어 할 줄 알아요?)
경춘선통일호 : 나암!(네! -> 이 뒤로는 아랍어로 대화)
팔레스타인인 : 요르단이면 팔레스타인인들도 정말 많을텐데! 정말 반가워요~ 아랍어를 할 줄 아는 동양인은 처음 봤어요! 당신은 씌니(중국인)인가요?
경춘선통일호 : 아니요^^;; 저는 쿠리(한국인)이에요!
팔레스타인인 : 아! 그렇군요~ 당신은 아랍어 배우는 게 재밌나요?
경춘선통일호 : 네! 재미있어요. 한국의 대학교에서도 아랍어를 전공하고 있어요.
팔레스타인인 : 정말 고마워요! 장래 희망이 뭐예요?
경춘선통일호 : 확실하진 않은데 외교관이 되고 싶기도 해요! 아랍 국가에서 일하고 싶고요.
팔레스타인인 : 정말 좋네요! 꼭 아랍 국가에서 일하게 되길 바랍니다! 이스탄불 여행이 끝나면 어디에 가나요?
경춘선통일호 : 사실, 내일 두바이로 갈 거예요.
팔레스타인인 : 아! 두바이! 당신은 아랍을 정말 사랑하는군요!
경춘선통일호 : 네. 저는 아랍을 정말 좋아해요. 꼭 아랍에서 일하고 싶어요. 저는 팔레스타인 문제에도 관심이 있어요.
팔레스타인인 : 꼭 그렇게 되길 바라요. 당신은 정말 훌륭한 외교관이 될 거예요. 우리 팔레스타인은 정말 어려운 상태에요. 너무 살기가 힘들어요. 저는 우리 가족을 모두 잃어버렸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요.(눈물을 훔치며) 나도 한때는 집에서 가족들고 행복하게 살았었어요. 근데 지금은 말도 안 통하는 이곳에 와서 이렇게 배고파하고, 추워하며 지내고 있어요. 당신같이 아랍을 사랑하는 사람이 훌륭한 외교관이 되어 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랍을 사랑하고 팔레스타인을 사랑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꼭 훌륭한 외교관이 될 거예요!
경춘선통일호 : 정말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많이 못 도와드렸지만 꼭 따뜻한 잠자리를 구하실 수 있길 바라요!
팔레스타인인 : 정말 고마워요. 이 돈으로 저 샌드위칙 가게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사먹을 수 있어요. 정말 고마워요! 잠은 어디서 잘 지 모르겠지만, 당신처럼 아랍을 사랑해 주는 외국인을 만나서 정말 기뻤어요. 여행하느라 피곤하죠. 쉬는데 방해해서 미안해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경춘선통일호 :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야말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하고 그렇게 헤어졌답니다. 저도 이분이랑 얘기하다가 어느 정도 기분이 풀려서 호텔까지 열심히 걸어갔죠. 근데 걸어가다보니 갑자기 배가 고프더라고요... 아까 저녁을 안 먹고 그냥 와서요... 하지만 여전히 맛있는 케밥 가게를 찾아다닐 기분은 아니었고, 그냥 돌아가는 길에 과자 몇 봉지를 사서 블루 아이 스위츠로 들어가 침대 위에서 우그적 우그적 먹고 씻고 그냥 일찍 잤답니다... 엄마한테 이걸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난 앞으로 무서워서 여행을 어떻게 하나... 잔뜩 걱정을 안고요.
To Be Continued...
2014. 11. 13. 경춘선통일호™'동부역사(외국여행) > 14년 터키이스탄불&UAE두바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