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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태국 방콕&파타야 여행 [5편] 파타야 트렌스젠더 쇼 - 알카자쇼(Alcazar Show) (둘째날/2014.1.27)동부역사(외국여행)/14년 태국방콕,파타야 2015. 5. 2. 16:53
안녕하세요! 제가 블로그를 2주가 넘게 비운 사이에 날씨가 완전 찜통이 되었네요... 근데 낮에만 찜통이고 또 새벽에는 서늘해서 저처럼 아침 일찍 나서셔야 하는 분들은 옷 입기가 살짝 난감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낮에는 옷을 한 겹만 입어도 땀이 줄줄 흐르네요. 근데 이번 주말 지나면 다시 평년 기온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날씨 때문에 괴로우신 분들은 다음주를 기다리시는 수 밖에... 그럼 오랜만에 계속 태국 방콕&파타야 여행기 이어가겠습니다.
B&S(Bangkok&Seoul) 식당에서 태국 전통 음식인 수끼를 먹은 저희는 다음 목적지인 '알카자 쇼(Alcazar Show)' 공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알카자 쇼는 파타야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꼭 한번 볼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인데요, 이 공연이 그렇게 유명한 이유는 공연 내용이 굉장하다기보다는 출연하는 여성 역할의 사람들 대부분이 트랜스젠더이거나 여장남자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알카자 쇼' 하면 몰라도 '태국의 트렌스젠더 쇼' 하면 다 아시더라고요.
알카자 쇼 외에도 태국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한 트랜스젠더 쇼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트랜스젠더 쇼들이 발달한 이유는 널리 알려져있다시피 태국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전환한 사람들, 그리고 남성이지만 여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태국에는 왜 그렇게 트랜스젠더나 여장남자가 많을까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국인 가이드 아저씨께서 설명을 해 주신 내용이 있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태국은 과거에 버마 등 주변국들로부터 침공을 많이 받아 전쟁이 잦았다. 그 와중에 태국 남성들이 전쟁에 나가 많이 사망하면서 남자가 모자라 근친상간이 자주 발생했고,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사람들의 비율이 유난히 높아지게 되어 지금 이 상황이 된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아~ 그런 태국의 역사가 있었구나!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에 블로그에 글을 쓰려다가 그래도 몰라서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그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태국인들도 전혀 모르는 이야기이고요. 전세계 중 한국인들만 유난히 그런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바로 과거 KBS에서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남성이 태국에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가 많은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고, 당시 이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던 탓에 나름 설득력 있는듯이 들렸던 이러한 잘못된 지식이 한국인들 사이에 정설인 것처럼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 태국 현지의 한국인 가이드들 또한 태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그렇게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는 더욱 더 한국인들 사이에 퍼지게 된 것이죠. 막상 한국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은 이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전혀 없고, 태국인들 또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진짜냐고 물으면 전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반응한다고 합니다.
그럼 태국에는 왜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들이 많은 것일까요? 이는 태국이 전통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인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타이'라는 국명 자체가 태국어로 '자유'를 뜻한다고 하고요, 과거부터 태국인들은 성 정체성이 달라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차별하지 않았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고, 혹은 성 정체성에 혼란이 있는 경우 성 전환하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또한 이러한 문화가 계속 이어져 현대에도 성 소수자들이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태국 일부 공공시설에는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 외에 여장남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도 따로 설치될만큼 성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정착되어 있는 국가이죠. 그리고 태국은 부분적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인데(제비뽑기로 징병 여부가 결정됩니다.), 징병될 나이가 되었을 때, 여장 남자들의 경우 자신이 오랫동안 여성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증명만 하면 대부분 병역이 면제된다고 합니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에 대해 명시적으로 처벌을 하거나 차별을 유발하는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군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죠. 또한 일상에서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이상한 게 사실이니까요. 2000년대 초반 홍석천 씨의 커밍아웃 이후로 급격하게 인식이 바뀌긴 했지만, 역시나 여전히 (특히 중장년층 이상에게는) 트랜스젠더, 성소수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이 오고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 글을 쓰려고 준비를 하면서 다른 분들이 알카자쇼를 관람하고 블로그에 올려 놓으신 글들을 조금 읽어 보았는데, 중년층 이상의 아저씨들이 운영하시는 블로그에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신기하게 봤지만 한편으로는 역겨웠다', '인간이라고 살아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측은했다', 아니면 '놀랍게도 이 공연 출연진들은 다 게이(게이가 아니라 트랜스젠더와 여장남자들인데)들이란다. 꺼림칙하지만 흥미롭게 보았다'라는 등의 나름의 감상평들을 자랑스럽게 올려놓았더라고요. 성소수자를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신기한 구경거리 정도로만 인식을 한 거죠... 물론 그 세대 분들에게는 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좀 인식을 바꿀 기회가 그런 분들에게도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종교적 신념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에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대놓고 차별을 하거나 해서는 안 되겠죠.
어쨌거나 저희가 알카자쇼 전용 극장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공연이 임박한 시간이라 공연장 앞이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외국인 여행객들이더라고요. 그나저나 공연장 앞에도 역시 중국어와 중국식 등이... 정말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는 중국 자본의 손이 뻗치지 않은 곳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이나 제주도, 그리고 제가 사는 춘천 명동만 해도 길거리에 온통 중국어로 된 현수막과 간판, 안내문, 그리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알바생들, 혹은 아예 중국인 유학생 신분의 알바생들... 중국어가 없는 곳이 없으니까요. 이걸 나쁘게 받아들이든 좋게 받아들이든 어쨌든 중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대단히 큰 나라이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출연진들이 미리 공연장 앞에 의상을 차려입고 나와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연은 1시간 정도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화장실에 들렀다가 공연 시작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처음에 '알카자(Alcazar)'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알'로 시작하는 걸 보니 혹시 제 전공언어인 아랍어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결국 전혀 연결되는 지점을 못 찾았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Alcazar'가 고유명사가 아니라 스페인어로 '성(Castle/城)'이라는 뜻이더라고요. 그니까 발음도 정확히는 '알카사르'가 되는 것이죠. 오! 이쯤되니 역시 제 예상대로 아랍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아랍어로 '성(城)'이 'القصر[al-qaSr]'이거든요. 한글로 표기해 본다면 '알까스르'정도가 됩니다. 한편, 스페인은 과거 이슬람 제국의 지배를 받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아랍어에서 유래된 단어가 여전히 어느정도 남아 있는데, 'alcazar' 역시 그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았더니 역시 아랍어의 'al-qaSr'에서 유래된 단어가 맞더라고요. 그나저나 근데 이 공연 이름이 왜 스페인어로 '성(城)'을 뜻하는 단어인건지...? 그건 잘 모르겠네요.
곧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좀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공연 구성이나 의상이 생각 외로 다채로워서 지루하지는 않았어요!
중간에 이 분 진짜 웃겼어요.ㅋㅋㅋ 관람객들을 놀리는 재주가ㅎㅎㅎ 근데 의상이 또 중국전통의상이네요... 어째 메인이 되는 부분은 다 중국...
그리고 흥미로웠던 부분이 또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의 의상 및 음악을 이용한 공연이 번갈아가면서 펼쳐져서, 각국에서 온 외국인 여행객들은 자신의 나라가 나올 때 환호성을 지르는 등 열심히 반응을 해 주시더라고요. 아 물론 아시아 국가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러시아 등 일부 아시아와 가까운 국가들의 전통 의상과 전통 음악을 이용한 공연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가 가장 많았어요.
근데 동남아시아에 대해 잘 모르는 저는 어느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잘 구별을 못해서.ㅠ.ㅜ
윗사진은 확실히 동남아시아가 아니라 중국인 것 같네요.ㅋㅋㅋ
이건 알겠어요.ㅋㅋ 베트남!
이건 인도일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은 안 나오려나 하는 순간...
아리랑에 맞춰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태국인들이 부채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나저나 무대배경의 큰 문 뒤로 살짝 보이는 곳은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가 있는 부분인 것 같네요.ㅋㅋ
이번에는 장구를 맨 분들이...
근데 조금 있다 보니 갑자기 우리나라 가수 현아의 change가 흘러나오면서 현대식 의상을 차려입은 분들이 격한 춤사위를 선보이셨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번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ㅋㅋㅋ 싸이 강남스타일은 요르단 사막 베두인 파티에서도 들을 수 있더니, 태국 알카자 쇼에서도 들을 수 있네요.ㅋㅋㅋ 그런데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싸이 씨에게는 막상 강남스타일의 대흥행이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펭귄같은 옷을 입으신 분들이.ㅎㅎㅎ
이 컨셉은 조금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 동상같은 분들은 다 사람인데, 이 부분에서는 상의를 하나도 안 입고 오로지 바디페인팅으로 처리한 것 같더라고요. 살짝 민망.ㅋㅋㅋ(미성년자인 사촌동생들도 있었는데!) 어쨌거나 온몸을 금색, 은색, 동색 등을 칠하고 나오셨는데 굉장히 특이한 느낌이었어요.
이번에는 러시아! 뒤의 모스크바에 있는 크렘린 궁전의 모습이 보이네요. 저 남자분들이 추는 춤은 저희학교 세계민속문화축전이나 학교 축제 때 러시아학과 남학생들이 추는 거 많이 봤는데.ㅎㅎㅎ
어쨌든 그렇게 러시아를 끝으로 알카자 쇼가 끝났습니다!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인사 중인 출연진들.
끝나고는 출연진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무료는 아니고 돈을 내고 사진을 찍는 것이더라고요.
어쨌든 그렇게 9시 조금 넘어서 공연이 끝났고, 저희는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To Be Continued...
Pray for Nepal
지난 4월 25일 네팔에서 발생한 대지진 희생자 여러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더 이상 피해자가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하루빨리 네팔 국민 여러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2015. 5. 2.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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