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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여름 내일로] (9편)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2014.8.15 / 여행 둘째날)동부역사(한국여행)/14년 8월 내일로 2015. 10. 2. 18:00
애국동산에서 왜관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왜관역에서 애국동산까지 온만큼을 다시 돌아간 다음 그만큼을 또 더 가야 하는 거리였는데요, 걸어가기에 아주 무리가 되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날씨도 워낙 후텁지근했고, 약간 먼 감도 없지는 않아서 버스를 탈까 한참을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 위치도 뭔가 애매하고 버스 타고 가는 것 자체가 더 애매하고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그냥 쭉 걷기로 했습니다.
다시 왜관역 앞을 지나서 계속 걸어갑니다.
오잉! 반월당 고로케!! 전날에 동대구역에서 맛있게 먹었는데 여기도 있네요~ 이 지역에서는 유명한가봐요. 요즘엔 수제 고로케를 파는 유명한 가게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서 고로케 덕후인 저에게는 아주 좋답니다.ㅎㅎㅎ
왜관에는 '캠프 캐럴(Camp Carroll)'이라는 미군부대가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길거리에 미군들이 은근히 많더라고요. 이 부대는 과거에 미국이 고엽제 등 독극물을 매장한 부대라는 게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설빙도 있고 던킨도 있고... 작은 읍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더라고요. (저는 설빙을 아직 한번도 못 가본 게 함정)
어쨌든 왜관역에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방금 위의 설빙이 있는 건물을 끼고 좌회전 하면 철로 위를 지나는 다리가 나옵니다. 그 다리를 건너 횡단보도를 하나만 지나면,
바로 이렇게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입구가 나옵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은 사실 제가 천주교 신자여서라든가, 순례의 목적이 있었거나 해서 온 건 아니었고, 왜관이라는 낯선 역에 내려보고 싶은데, 그곳에 내리면 갈 곳이 어디가 있을까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니 나온 곳이었습니다. 저는 이때나 지금이나 천주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때는 성당을 별로 열심히 안 다니고 있을 때였거든요. (육군훈련소에서 세례를 받고 군 복무 하는 동안에는 열심히 다니다가 전역 후에 소홀해졌었어요. 하지만 올해 초부터는 교리도 다시 받고 열심히 다니는 중이랍니다.^^) 사실 천주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동성애라든가 몇몇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교리와 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달라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많아요. 이건 앞으로 제가 스스로 많이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 그래도 저는 기본적으로 동성애자들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제가 동성애자는 아니지만요). 아니 얘기가 엉뚱한 곳으로 샜네요.ㅎㅎㅎ 사실 어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 방문 중 동성애 포용 부분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뉴스를 봤거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이야기가 이런 쪽으로.ㅋㅋㅋ
어쨌든 이때는 사실 세례만 받았지 아는 것도 없고 그냥 천주교 수도원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간 게 더 컸어요. 오랜만에 성당에 가보고 싶기도 했고요.
예전에 혜화역 근처에 있는 신학대학이 있는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을 구경하겠다고 무작정 들어가겠다가 입구에서부터 거부당한 경험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문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갔는데 아무도 안 막더라고요. 그리고 저 외에도 외부인으로 보이시는 분들이 슝슝 들어가시길래 저도 같이 들어갔습니다.
왜관 수도원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도회 중 하나인 성 베네딕도회(Ordo Sancti Benedicti)의 자치 수도원입니다. 왜관 수도원 소속 수도자 분들은 전체적으로 2014년 7월 기준으로 130여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모두 여기 왜관에 계신 건 아니고, 전국 이곳저곳, 그리고 미국에 있는 왜관 수도원의 분원들이나, 본당(일반적으로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당을 말해요), 수녀원 등에 파견되어 있다고 합니다.
왜관 수도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건물은 구 성당입니다.
구 성당은 원래 수도원에 속한 건물은 아니었고요, 1928년에 지어진 왜관 지역 최초의 성당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쭉 왜관 성당으로 사용되다가, 1952년에 북한과 만주에서 추방당한 수도자들이 이곳을 임시 수도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이곳에 자리를 잡아 왜관 수도원이 된 것이죠. 그 이후에도 이 성당은 한참 동안 왜관 성당으로 사용되다가 1967년에 읍내에 더 크게 왜관 성당이 생기면서 '구 성당'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름이 '구 성당'이라고 해서 사용되지 않는 성당인 것은 아니에요. 지금도 수도원 분들이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관 수도원은 기도와 노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요. 그래서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가르침에 따라 수도사들이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금속공예, 목공예 등을 통해 성물이나 가구를 제작하기도 하고 양초 공예,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하시고, 벼농사도 짓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속세를 떠나 수도자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느낌일까요? 사실 지난 여름방학 때 공지영 작가가 쓴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를 읽었었거든요. 왜관 수도원을 다녀온지 1년 만에 그 책을 접했는데, 그 책의 가장 앞부분에 이 왜관 수도원이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읽어보니 수도원 기행 2를 위한 기행이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왜관 수도원장이신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신부님이 공지영 작가님께 많은 도움을 주셨었나봐요. 그러고나서 보니 그 책의 출판사 역시 '분도출판사' 이더라고요. '분도출판사'의 '분도'는 '베네딕도'를 한자로 표현한 것인데요, 역시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랍니다.
왜관수도원장인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신부님은 수도원장이라는 직책 외에 '천주교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도 맡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천주교 세력이 사실상 소멸되었기 때문에 분단 전 존재했던 천주교 평양교구와 함흥교구장은 각각 서울대교구장과 춘천교구장이 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또한 덕원자치수도원구라는 자치 수도원구가 있는데요, 그곳의 자치구장 서리는 왜관수도원장이 겸임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 옆에는 새로 크게 지은 성당이 있는데요,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 짓는 성당들은 이런 디자인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세례받은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 성당도 이런 느낌의 디자인이었는데...
수도원 중 일정한 공간만 방문객에게 개방이 되고 그 외의 공간은 수도자들만의 공간이라고 따로 안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새 성당 안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사실 이런 곳은 처음이라 들어가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어떤 여자분이 들어가시길래 저도 쫄래쫄래 따라들어갔습니다.
성당 내부 모습은 그냥 일반적인 새로 지은 큰 성당 모습이었는데, 한쪽 벽에 커다란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번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내부가 너무 조용했어요. 조용히 기도하시는 분들만 몇 분 계셨습니다. 저도 잠시 앉아 있다가 나왔습니다.
이 그림을 새 성당 내부 곳곳에서, 그리고 팸플릿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그림은 오늘날 북한 지역에 위치한 덕원자치수도원구에서 북한 정권에 의해 목숨을 잃으신 분들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덕원자치수도원구는 왜관 수도원의 뿌리가 되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왜관 수도원에서는 이분들에 대한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시 나와서 구성당 뒷편으로 가보았습니다. 잔디가 예쁘게 깔려 있네요^^
천주교 신자가 아닌 분들이라도 한번쯤 방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검색해 보니 일반 여행객분들도 왜관을 여행하시는 경우에는 꼭 방문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방문을 마치고 기차를 타기 위해 왜관역으로 갑니다.
To Be Continued...
2015. 10. 2.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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