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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여름 내일로] (16편) '철마는 달리고 싶다' - 백마고지역 (2014.8.16 / 여행 셋째날)동부역사(한국여행)/14년 8월 내일로 2015. 12. 2. 14:31
드디어 백마고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객 취급을 하고 있는 역 중에는 최북단에 있는 역이에요. (여객을 취급하지 않는 역까지 포함하면 강원도 고성군의 제진역이 금강산에 가는 길목에 있어 최북단역입니다. 하지만 얼마 간 서울-개성 화물열차라도 매일 왕복했었던 경의선과는 달리 동해선 쪽은 단 한번의 이벤트성 운행 이후로 한번도 열차가 운행되지 않아서 제진역은 사실상 버려진 역이랍니다.ㅠ.ㅜ) 강원도 철원군의 유일한 역이기도 하고요.
제가 타고 온 통근열차의 모습입니다. 원래 통일호에 칠해질 예정이었던 도색을 대신 받았어요.ㅎㅎ 통일호가 폐지되었을 때쯤에 당시 철도청에서 열차들의 새 도색을 발표했는데 통일호는 위와 같은 배색이었거든요. 근데 통일호가 사라지는 바람에 통근열차들에만 저런 도색이 남게 되었죠. 그마저도 통근열차 운행이 크게 줄면서 경원선에 운행 중인 몇 대를 빼고는 모두 무궁화호로 바뀌거나 관광전용열차들로 바뀌어 각자 새로운 색들을 얻었고요.
그리고 위의 사진에서도 보실 수 있듯이 백마고지역은 정말 선로 하나 플랫폼 하나가 끝이에요. 그래서 동두천에서 출발한 모든 열차가 백마고지까지 가지 못하는 것이랍니다. 백마고지역에서는 열차가 장시간 대기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당수의 열차는 선로와 플랫폼이 여러개인 백마고지역의 바로 전 역, 신탄리역까지만 운행되고 있답니다.
철원지역에는 유난히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역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데요, 현재는 문화재이자 안보관광지로 사용되는 그런 곳들에 갈 때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말이 쓰여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답니다. 위의 철도중단점 안내시설물은 경원선이 2012년 백마고지역까지 연장복원개통되기 전까지는 신탄리역에 있었답니다. 백마고지역 개통과 함께 이 역으로 옮겨왔고요. 그리고 2017년을 목표로 백마고지역보다 더 북쪽에 있는 철원역과 월정리역까지의 경원선 철도도 복원공사 중이라고 하니 나중에 이 복원 사업이 완료되면 철도중단점 안내시설물은 더더욱 북쪽으로 옮겨지게 되겠네요.
철원은 원래 분단 전에는 넓은 평야에 교통도 편리해서 매우 큰 도시였다고 해요. 당시 경원선과 금강산전철의 분기역이었던 철원역도 서울역에 버금갈 정도로 거대한 역이었다고 하고요. 하지만 6.25 전쟁으로 철원은 심각하게 파게되었습니다. 특히 철원의 피해가 심각했던 것은 휴전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남북한이 휴전선을 북쪽으로 혹은 남쪽으로 옮겨 조금이라도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현재의 휴전선 인근에서 격렬하게 전투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철원군의 중심지인 철원읍의 경우 현재 읍 자체가 휴전선에 걸쳐 있어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고요 (남한에도 철원군 철원읍이 있고 북한에도 철원군 철원읍이 있는데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같은 읍이었다가 휴전선으로 나뉜 것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지금도 철원읍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북한은 어떤지 몰라도 남한의 철원읍은 사실상 실체가 없는 상징적인 지명이랍니다. 읍이라고 할만한 중심지가 존재하지 않거든요. 동송읍내 시가지 일부를 사실상 빌려쓰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합니다. 기존 철원읍내는 모두 파괴되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파괴된 건물들 일부가 남아 지금 근대문화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고요.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철원 노동당사, 그리고 구 철원 제일교회, 철원역(플랫폼 등의 철도 시설물들이 남아 있습니다.), 월정리역(여기는 심지어 한국전쟁 중 달리다 말고 탈선해 불에 녹아버린 열차가 전시되어 있어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어쨌든 백마고지역은 선로가 단 하나이기 때문에 열차는 사람들을 내려준 뒤 20여분 뒤 다시 반대편인 동두천으로 바로 출발합니다.
백마고지역은 DMZ 트레인 경원선 노선의 종착역이기도 한데요, 백마고지역에 내리면 노동당사, 땅굴 등 철원군 안보관광을 시켜준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DMZ 트레인을 타지 않아도 철원안보관광을 개별적으로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출발인원이 9명 이상 되지 않으면 그 시간대의 관광은 취소된다고 하더라고요. 하루에 단 두 번 있으니 혹시 가실 분은 잘 알아보고 가셔야할 것 같아요^^
저는 이 지역의 이른바 '안보관광' 코스는 예전에 아빠차를 타고 가족들끼리 같이 와 본 적도 있고요(민간인 통제구역 내에 위치한 관광지가 많아 자가용이라도 단체로 통제받으며 이동합니다), 군 복무 중에도 '안보견학'이라는 이름으로 버스를 타고 당일치기로 남방한계선 철책을 관리하는 부대 등을 방문하고 철원의 이런 안보관광 코스를 돌아본 적이 있어요.(저는 서울 강남 한복판 어딘가에서 군복무를 해서요^^;;)
하지만 저는 안보관광을 온 건 아니었고 사실 그냥 백마고지역까지 한번 와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온 거였어요. 그래서 내려서 좀 구경하다가 타고 온 열차를 그대로 다시 타고 돌아갔답니다^^;;
그냥 보기에는 이렇게 평화로워 보이지만 65년전만 해도 여기는 엄청난 격전지였고, 지금도 여전히 매우 긴장 상태에 놓인 지역입니다.
그럼 '백마고지'는 뭘까요? 아마 어렴풋이 들어보셨던 분이 꽤 있으실 것 같긴 해요. 육군 제9보병사단의 이름이 백마부대이기도 하고요. 백마고지는 백마고지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언덕을 가리키는데요, 원래 그곳의 이름이 백마고지였던 것은 아니고 전쟁중에는 395고지라고 불렸다고 해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 지역에서 휴전선을 조금이라도 남쪽 혹은 북쪽으로 이동시키려 엄청난 격전이 벌어졌는데요, 395고지가 바로 그 중에서도 아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다고 합니다. 15일 동안이나 고지 하나를 두고 한국군+미군과 중국군 양쪽에 전투가 벌어졌는데요, 얼마나 포탄을 퍼부었는지 15일 동안 395고지의 높이가 무려 1m나 낮아졌고, 총 사망자 수는 13000명을 넘었으며 총 27만 4954발의 포탄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포격으로 초토화된 395고지를 미군들이 White Horse(백마) 같다고 해서 'White Horse Hil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백마고지'라는 지명이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버스정류장이 특이하게 생겼네요.ㅎㅎㅎ
'평화로'라는 길은 정말 긴 것 같아요. 아마 경원선 철도와 거의 나란히 가는 듯... 예전에 의정부에 있는 경원선 회룡역, 가능역, 녹양역, 양주에 있는 경원선 양주역, 그리고 동두천 등에 갔을 때도 경원선 역 앞의 도로 이름이 다 평화로였거든요. 숫자가 3000이 넘어가는 걸 보니 아마 정말 의정부 그쪽부터 여기 철원까지 쭉 경원선을 따라 가는 길 이름이 평화로인 것 같습니다.
이제 열차 출발 시간이 멀지 않아 다시 역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역 안은 완전 온실 같더라고요.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ㅠ.ㅜ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돌아서네'
부디 빨리 통일이 되어, 아니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북간 합의가 잘 되어,
점점 연세가 많아지시는 이산가족분들이 하루빨리 가족분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제 여행을 마치고 집에 갑니다~~
To Be Continued...
2015. 12. 2.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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