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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의 기억 - (8)경춘선 신공덕역본역사(한국철도)/①층 - 역(驛) 2006. 1. 24. 01:13
The Station 19 - 경춘선 신공덕역
2005년 7월 26일. 작년 여름의 기억, 그 여덟번째 이야기. 경춘선 "신공덕역"
신공덕역은 경춘선의 두 번째 역입니다.
경춘선의 첫 번째 역은 성북역이고요, 바로 다음 역이 신공덕역입니다.
혹시 경춘선의 첫번째 역이 청량리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는데요,
청량리는 그냥 경원선의 중간역이자 중앙선의 첫 번째 역입니다.
단지 "경춘선 무궁화호"의 출발역일 뿐이죠.
경춘선의 거리는 성북기점으로 계산합니다. 성북역이 0km이죠.
신공덕역에는 지난 2004년 7월 15일부터 열차가 정차하지 않습니다.
2004년 3월 이전에는 하루 두 편 통일호 열차가...
4월 KTX 개통과 더불어 통일호가 사라진 이후에는
완행 무궁화가 하루에 2편 정차했습니다.
하지만 2004년 7월 15일 대대적인 열차시각표 개정으로
전혀 수익성 없고 승객도 없는 역으로 판단된 신공덕역엔
결국 더 이상 열차가 서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폐역된 것은 아닙니다. 멀쩡히 무배치간이역으로 잘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가까운 곳에 7호선 공릉역이 있기도 하고...
기차야 조금 더 가서 성북역에서 이용하면 되니 신공덕역 수요가 생길 이유도 없기 때문에..
열차가 다시 정차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7호선 공릉역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 올라가니
시장통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경춘선이 보이고,
그 앞에 건널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고개를 살짝 돌리니 승강장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건널목을 통해 들어가려고 했더니 거긴 길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아파트단지쪽으로 가다보니 신공덕역입구가 나타났습니다.
세상에... 역 입구가 너무 초라합니다.
나무들 사이에 흙길이, 그것도 예쁘게도 아니고 그냥 잡초 무성한 공터처럼 나 있습니다.
그 흙길은 승강장과 그대로 이어져, 승강장도 같은 모습입니다.
단지 승강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선로와 근접한 부분에
철로 각진 부분을 만들어 승강장이라는 것을 표시했다는 것과
"신공덕"이라고 쓰여진 폴싸인이 서 있다는 것이죠.
역에 들어가자마자 "땡, 땡, 떙,"하며 건널목 경고음이 들립니다.
곧 웅웅웅 하는 웅장한 디젤기관차소리와 덜컹덜컹하는 소리도 들리고요.
신공덕역 앞 선로와 승강장도 덩달하 함께 울립니다. 전율이 느껴집니다.
그러더니 곧 저를 기다렸다는 듯이 열차가 휙 진입합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조금 더 다가가 봅니다만, 갑자기 경적을 빵빵 울려대더군요.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륻 들이대고 있는데 순간 느꼈습니다.
열차에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철도동호회에서 "열차에 너무 가까이 붙어서 사진 찍으면 빨려들어가서 사고나요."
라고 하길래 도대체 무슨 말인가? 농담인가? 했는데 진짜더라고요.
다른 역들은 노란 안전선 안에서 찍으면 됐는데
신공덕역은 안전선이 없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너무 가까이 접근한거지요.
열차가 가까이 오는데 몸이 선로쪽으로 갑자기 확 빨려들더라고요..
재빨리 정신을 차려서 뒤로 얼른 물러났기에 다행이지,
큰 사고를 당할 뻔 했습니다.
열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니 공기가 그 쪽으로 빨려들어가니까
덩달아 사람 몸도 강한 기류에 이끌려 빨려들어가게 되는 거더라고요...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이 청량리행 무궁화호를 떠나보내고....
곡선이 참 멋있네요^^ 위 사진은 청량리 방면을 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신공덕역은 역사가 없습니다. 승강장과 폴싸인, 가로등만 덩그러니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승강장과 가로등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폴싸인 뿐이네요.
그래도 여기가 신공덕역이라는 것을 알려주니까요...
원래 옛날에는 신공덕역에도 역건물이 있었고 타고 내리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주택가에 둘러싸이고, 도로교통이 발달하고, 지하철마저 개통되면서
일반철도가 설 자리는 점점 사라져 간 것이지요.
참~ 그리고 신공덕역은 신공덕동하고는 좀 많이 멀어요..
공릉동에 있어요, 신공덕동 아니에요^^
열차가 지나간지 얼마 안되어서
적어도 몇 분간 여기로 열차가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한다음
선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선로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촬영했습니다.
이 좁은 선로 한가닥에 아파트 한 채가 다 들어가네요^^
신공덕역은 열차가 서든 안서든 분위기가 똑같습니다.
어차피 이용객도 없고, 역무원도 원래 없었고, 똑같이 통과하는 열차가 대부분이고...
다른 점은 그 전에는 경춘선 열차 38편 중 2편이나 섰지만 지금은 한 편도 안선다는 점이죠...
신공덕역을 전후로 한 경춘선 선로는
서울시내 주택가와 시장통 사이를 계속 비집고 다닙니다.
이런 친숙한 풍경들도 곧 없어지겠군요...
신공덕역은 열차시각표도 마땅히 있을 곳이 없어 폴싸인 아래에 붙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누가 뜯어져 같네요.
왼쪽 아래에 살짝 "무궁화"가 보이기는 하는데...
열차시각표의 아픈 상처를 잡초들이 잘 가려주고 있군요...
위 사진은 신공덕역에서 나와서 공릉역으로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건널목에서 한 번 찍어 본 사진입니다. 곡선이 멋지군요. 신공덕역도 보이고요.
지금은 열차가 통과라도 하는 신공덕역이지만, 몇 년 후면 이 구간도 폐선이 됩니다.
경춘선복선전철화 공사가 진행되면서 성북-화랑대 구간이 폐선되고
대신 망우-갈매로 이설되는 것이죠.
그때가 되면 경춘선의 첫번째 역도 성북역이 아닌 망우역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고가로 쭉쭉 뻗어올라가는 새 경춘선에 가려서
주택가, 시장통 골목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친숙한 단선노선 경춘선은 없을것입니다.
2009년 경춘선 복선전철화 공사가 완료되어서 이 구간으로 아예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되기 전까지
신공덕역에 다시 열차가 서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런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발요... 소원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통일호 열차로...(너무 과한 욕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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