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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곡성여행기(3)[둘째날] - 안개 낀 향일암에서2007년 이전 한국여행기 - 펼쳐보기/07년 여수, 곡성 2007. 9. 10. 14:01
아침이 되니 새벽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이것저것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저, 동생은 향일암으로 가기로 했고, 향일암으로 가려면 시내버스를 타야했습니다.
오동도가 시내버스 종점이더라고요. 그래서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어떤 버스가 오길래 엄마께서 '이거 향일암 가나요?'하고 물어보셨더니
버스 기사 아저씨가 '가지는 않는데, 향일암 가는 버스를 많이 탈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하고 친절하게 말씀해주셨답니다. 그래서 그 버스를 탔죠.
그 버스 기사 아저씨는 정말 친절하셨답니다. 아직 아침 7시도 되기 전이라 그런지 버스 안에는 아저씨와 엄마, 저, 동생밖에 없었고요,
엄마는 또 춘천에서 왔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그러자 아저씨께서도 이번 여름 휴가를 서울을 거쳐 춘천 쪽으로 다녀오셨다면서,
청평에서의 느낌, '춘천이 여수보다 훨씬 좋던데 멀리도 오셨네요^^' 이런 얘기 등등 이것저것 해주셨답니다.
저는 춘천이라는 도시가 정말 맘에 들지만, 자기가 사는 곳 보다는 다른 도시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잖아요^^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이 타서 요금을 낸 다음에 자리에 앉을 때 까지 버스가 절대로 출발하지 않고요,
손님들이 내릴 때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가 버스가 서면 내리더라고요.
(춘천에서는 카드를 찍거나 요금을 내기도 전에 이미 버스가 출발해, 가끔 사람들이 균형을 못 잡고 넘어지는 경우도 많이 본 것 같고요,
내릴 때도 부저를 누르고 미리 뒷문 앞에 서 있다가 재빨리 뛰어내려야 한답니다.
계단에 발만 내리기 시작하면 바로 문 닫히려는 소리가 들려서 아주 위협적이죠.
춘천시내버스는 정말 전국에서 최악 시내버스라고 생각해요. 물론 올해 시스템은 많이 바꿨지만요.
친절한 기사분도 있지만, 아직 많은 기사 분들이 입에 욕을 달고 사시더라고요..ㅡ.ㅡ;; 좀 개선되었으면...)
그래서 춘천시내버스도 여수시내버스처럼 이렇게 친절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처럼 브레이크를 밟을 때 마다 주의에 불이 켜지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여수시내버스 정말 멋져요^^
여수의 가장 중심가에 도착했습니다. 버스기사아저씨께서 여기서는 향일암에 가는 여러 시내버스, 좌석버스를 탈 수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들로 가득 차 있었답니다^^
장사하러 가시는 할머니...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네요...ㅡ.ㅡ;;
와~ 광주은행?? 이런 건 처음봐요...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시내버스가 한 번 올 때마다 할머니보다 훨씬 큰 짐들을 가지고 계신 할머니들이 버스에서 쏟아져나오셨어요.
어떤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 짐이랑 엉켜서 막 싸우시다가 다리를 다치셔서 피까지 막 나시더라고요... 너무 힘들어 보이셨어요.
이렇게 열심히 하셔서 자식들을 먹여살리느라 고생하시는 할머니들을 보면 젊은 사람들이 뭐 어쩌고 저쩌고 할 건 없죠??(전 어린 사람^^<- 그 얘기를 왜하니??;;)
더군다나 시장이 큰길 건너라서 할머니들이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짐들을 끌고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모습은 너무 위험해 보였답니다.
그나저나 버스기사 아저씨도 저렇게 한 5~6분 서 계시려면 좀 지루할 듯...
곧 좌석버스가 와서 탔습니다. 여수시내를 요리조리 지나 멋지게 생긴 돌산대교도 건너(못 찍어서 너무 아쉬워요.) 돌산도로 들어갔답니다.
돌산도에서도 해변을 따라 가다가 산 속으로 갔다가 하면서 계속 가는데 길이 조금 험하더라고요. 저는 그 사이에 잠이 들어서 자다 일어나보니 종점인 향일암이더군요.
시내에서 향일암까지는 한 50분정도가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수시내쪽과는 달리 바다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네요.
향일암까지 올라가려면 산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등산을 싫어하는 저는 '엄마~ 안 올라가면 안돼요~!? 시간도 없잖아요...ㅠ.ㅜ;;'
라고 따졌으나... 엄마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셨고 할 수 없이 따라 올라갔답니다.
곧 올라가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답니다.^^
향일암은 절 암자였어요.
가는 길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었답니다. 윗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자판기도 있고 잠깐 쉬었다 가는 곳인데
죽은 매미들의 시체... 수많은 모기와 날벌레들...ㅡ.ㅡ;; 쉬기는 매우 부적절한 곳이었어요.
길을 오르면서 느낀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길을 참 잘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돌이 너무 맨들맨들해 이렇게 바닥이 젖은 날에는 바닥이 너무 미끄러웠다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금방 향일암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바다쪽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바라보니,
아래와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 풍경소리를 듣고 싶어지네요.^^ 제가 아까 올라가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를 아시겠죠??
저 아래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나저나 이 바로 뒷쪽에서는 대웅전을 새로 건축한다고 한창 공사중이더군요.
거기서 기왓장에 무언가 적어 소원을 비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저희 엄마는 원래 그런 것을 안 하시는데,
요즘 보시면 항상 제가 좋은 대학교를 가야 한다고 습관처럼 말씀을 하시던데,
기왓장에다가 이름까지 적고 돈도 내시더라고요... 아~ 엄마가 내가 좋은 대학교를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정말 간절하시구나~
그래서 저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참고로 저희집은 종교가 없답니다.^^;;
(저희 학교 윤리와 사상 선생님이 가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무려 '야만인'이라고 하셔서 정말 기분이 나쁠 때가 있어요..ㅡ.ㅡ;;)
엄마가 그걸 적으실 때 옆에 보니 새벽에 여수역에서 같이 택시를 타지 않겠냐고 물으셨던 할머니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엄마와 할머니는 서로 반가우셔서 어디를 갔다오셨는지 등등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셨답니다.
할머니는 안양에서 일부러 향일암 때문에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시 나오는 길에... 향일암 가는 길에는 이렇게 좁은 바위틈도 있답니다~ 여기서 다른 사람들이랑 마주치면 대략난감해지죠.
길이 너무 심하게 가파르더라고요... 그래서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려오는 건 발이 앞으로 쏠려서 아팠기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참~ 여수 돌산도는 '돌산 갓김치'로도 유명하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한 입 먹어보라고 하셔서 먹어봤는데 정말 특이하고 맛있었어요^^(처음먹어봄.)
미끄러지면 그대로 떨어질 듯..ㅡ.ㅡ;;
윗사진의 아주머니(가게 안의)가 김치를 먹어보라고 하신 아주머니랍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시 길가로 나왔어요. 버스정류장이 예쁘죠. 바로 오른쪽은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답니다^^
날씨가 흐려서 촉촉한 도로...
문득 윗사진의 나무숲이 도로를 삼키려고 올라오는 괴물처럼 보였답니다. ㅋㅋ(정말 상상력이 뛰어난 것 같아~)
(제 동생 曰 아닌 것 같음...)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0^
2007.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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