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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철도원> 속 '호로마이역' - 네무로본선 이쿠토라역 (2013.1.24)본역사(외국철도)/⑨층 - 일본 2013. 2. 2. 21:35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2013년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월이 되었네요.ㅎㅎㅎ
저도 작년 12월 27일에 전역한 후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어요.
여러분은 새해를 맞으면서 세우신 계획들을 잘 지키고 계신가요? 저는 살짝살짝 흔들리려고는 하는데 아직 노력중이에요.^^;;
2013년 2월의 "역(驛)"은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이쿠토라역'입니다.
일본은 또 언제 갔다왔냐고요? 지난 2013년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홋카이도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여행기는 곧 시작이 될 것이고요, 어쨌거나 2월의 "역(驛)"으로 네무로본선 이쿠토라역을 정했기 때문에 이 역에 대한 포스트를 사실 2월 1일에 썼어야 했는데,
제가 어제 하루 종일 약속도 있었고, 그 약속이 끝나자마자 바로 가족끼리 충청북도 증평 외할머니댁에 갔다가 방금 다시 춘천에 돌아왔거든요ㅋㅋㅋ
그래서 하루 늦게 올려드려요^^
원래 한국에 있는 역을 '이달의 "역(驛)"'으로 정하면, 주변의 4개 역 포스트를 그 달 안에 올려드리려고 하는데요,
이번 달은 외국이라서 그 곳에서 다녀온 역들을 주변 4개 역 대신 올려드리려고 해요. 그래서 이번 달에 이쿠토라역과 함께 소개해드릴 역들이 위의 지도에 있답니다.
어쨌든, 그럼 오늘은 2013년 2월의 "역(驛)"인 네무로본선 이쿠토라역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쿠토라역이 일본에서 어디 쯤 위치한 역인지 부터 살펴볼까요?
이쿠토라역은 일본 본토를 구성하는 4개 섬 중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에 있는 역이랍니다.
위도 상으로 북한을 포함한 우리나라 영토의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군보다도 더 북쪽에 있어요.
무려 1902년에 개업한 역으로 역사도 굉장히 오래된 역이죠.
저는 이 날 비에이를 구경한 후 비에이에서 후라노행 로컬 열차를 타고 후라노역에 내려 다시 신토쿠행 로컬 열차로 갈아타고 이쿠토라역까지 왔답니다.
이쿠토라역은 정말 시골에 있는 역이라서 찾아오기가 꽤 힘들었어요.
이 열차가 저와 저랑 같이 갔던 형이 후라노역에서부터 타고 온 1인 승무(ワンマン) 열차랍니다.
저는 사실 이쿠토라역이 워낙 시골이라 타고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주변에 지나오면서 본 역들보다는 나름 마을이 큰 편인 것 같더라고요.
내리는 분들도 꽤 많았고요. 하지만 그 중에 이 역을 순전히 구경하러 온 사람은 저랑 같이 갔던 형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일본까지 가서 이렇게 굳이 시골 마을 역을 찾아온 이유는 바로 이 역이 영화 '철도원'의 촬영지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중학교 때 쯤에 '철도원'이라는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봤었거든요.^^
그 때는 너무 어려서 그렇게까지 감명깊게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서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오게 되어서 정말 기뻤답니다.
영화 속에서는 열차의 운행이 중지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아직 열차가 잘 다니고 있어요.ㅋㅋㅋ
사실 영화 속에서는 역 이름이 '이쿠토라'가 아니었고, '호로마이'라는 가상의 역명을 사용하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역 승강장에는 'いくとら(이쿠토라)'라고 실제 역명이 적혀 있었지만, 역사 기둥에는 'ほろまい(호로마이)'라고 영화 속 가상의 역명이 적힌 역명판이 붙어있었고,
환영 안내판에도 'ようこそ幌舞駅へ(어서오세요 호로마이역에)'라고 적혀 있었어요.
영화 속에서 주연(호로마이역 역장 사토 오토마츠 역)을 맡았던 다카쿠라 켄씨가 깃발을 흔들던 승강장에 서서 보니 주변이 온통 흰색 뿐이었습니다.
다만 영화 속 느낌과는 달리 서쪽으로 스키장이 보여서 영화 속의 아득한 느낌을 느끼기에는 조금 애매했답니다^^;;
영화 철도원 촬영지인 호로마이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하고 있네요^^
이쿠토라역 역사 근처에는 주변을 빙 둘러서 영화 촬영 당시에 사용되었던 세트장 건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답니다.
물론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는 영화 세트용 건물들이죠^^
영화를 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히라타 이용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세트장 건물도 있네요^^
옆에 '다루마 식당'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던 식당 건물 세트도 있고요, 그 외에도 여러 집들에 '鉄道員'이라고 쓰여진 안내판이 달려 있었어요.
다루마 식당과 이쿠토라역 역사 사이에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빨간색 디젤동차의 일부도 보존되어 있었어요.
한 칸 다 보존되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보존되어 있어서 반가웠답니다^^
오잉 이쿠토라역 간판에도 '호로마이역'이라고 되어 있네요.^^
영화 속의 분위기를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던 옛 춘천역사가 철거된 것을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쿠토라역이 이렇게 호로마이역으로 보존되어 있는 걸 보니 부럽기도 하네요. 하긴 철도원이라는 영화가 워낙 흥행을 했었으니까요^^
1999년 작이니까 벌써 개봉한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촬영지를 찾는 발길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걸 보면 보존할만도 한 것 같아요.
역사 오른쪽 귀퉁이에 실제 역명이 조그맣게 붙어 있네요^^ 'JR 幾寅駅'이라고요.
그나저나 영화 속에서처럼 눈이 정말 많이 쌓였죠?
홋카이도는 우리나라보다 날씨는 훨씬 포근한 편이었는데 눈이 정말 어딜 가든 상상초월로 많이 쌓여 있더라고요.
눈이 그렇게 많이 쌓인 것은 처음 봐서 정말 신기했어요.
그럼 역사 내부로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 내부에도 영화 철도원의 포스터와 사진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어요.
다만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라서 그런지 포스터 같은 것들은 색이 많이 바래 있더라고요.
호로마이역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기는 하지만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은 간이역입니다.
하지만 매표창구부터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모든 것들의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답니다.
매표창구 옆으로 들어가면 영화 철도원 관련 사진들과, 배우들의 사인, 세트장 모형, 영화 촬영 때 사용되었던 물품 등이 전시된 기념관 같은 것이 있었어요.
아! 물론 매표창구 위의 '보통운임'표는 실제 열차 운임표에요.ㅋㅋㅋ
호로마이역장님이 항상 외롭게 혼자 근무하던 역무실...
딸 유키코가 심심해하던 아빠를 몰래 찾아와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빠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장면들이 생각나네요.
역 안에 영화 촬영에 사용되었던 개찰구까지 들어와 있네요^^
호로마이역(이쿠토라역)을 중심으로 한 철도원 세트장의 모형입니다.
영화 속의 호로마이역 열차시각표입니다.
이건 호로마이역의 운임표고요.^^
역명들을 보니 호로마이역은 가상의 역이지만, 운임표와 시각표의 역들이 다 가상의 역들은 아닌 것 같네요. 홋카이도의 실제 지명들도 많이 보이는 걸 보니까요.
배우들의 사인과 영화 주요 장면 캡쳐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대합실로 나왔습니다. 역 안은 무인역이라 그런지 난방이 전혀 안 되고 있었는데,
그래도 손님이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와 나무 의자에 바로 앉지 않도록 방석을 깔아두었네요.^^
아무도 없는 매표 창구 앞에는 방명록도 있었습니다.
앞 장들을 넘겨 보니 한국분들이 정말 많이 왔다 가셨더라고요^^
저도 방명록에 제 이름을 적고 왔어요.
이쿠토라역 앞의 실제 마을 모습입니다.
인근 기차역을 지나오며 보니 역만 덜렁 있고 거의 아무것도 없는 역이 대부분이던데,
이쿠토라역은 그나마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어요.
아마 '미나미후라노 정(町)'의 중심지인지, 미나미후라노 정 관광사무소도 역 바로 옆에 있더라고요.
그 안에서는 영화 철도원 스탬프도 찍을 수 있었고, 후라노, 비에이 지역의 여러 관광 안내 팸플릿이 비치되어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영화 촬영에 사용되었던 호로마이역 승강장 역명판이 글씨가 있는 중요 부분만 잘려서 걸려 있었어요.
그대로 승강장에 서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좀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봐서 좋았어요.^^
그나저나 그러고 보니 영화 속에서는 호로마이역이 시골 지선 종착역이었는데, 실제로는 네무로본선 한 가운데에 있는 중간역이네요.
홋카이도는 우리나라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지만 훨씬 동쪽에 있어서 그런지 해가 굉장히 빨리 지더라고요.
한 5,6시만 되어도 한국의 저녁 8,9시 느낌이 나면서 어두컴컴해지더라고요. 아마 겨울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았어요.
날은 빠르게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는데, 시간은 아직 오후 4시 반밖에 안되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환영 안내판 뒤에 소심하게 '이쿠토라역'이라고 쓰여진 판이 붙어 있었네요^^
저는 오후 4시 59분에 다키카와역으로 가는 보통열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 기차를 갈아타고 호텔이 있는 삿포로로 가려고 했는데요,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역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영화 철도원 관련 전시관이 닫혀 있더라고요.
알고 보니 개관 시간이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어요. 조금 늦게 왔으면 못 봤을 뻔 했네요^^
이쿠토라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오후 4시를 넘긴 시각이었거든요.
다시 열차를 타러 올라왔습니다.
오토마츠 역장님이 열심히 깃발을 흔들고 눈을 치우고 있던 호로마이역 승강장...
기차 시간이 다가오자마자 사람들이 하나 둘 승강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제가 승강장으로 올라왔을 때 온 마을에 학교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는데,
열차가 들어오기 직전엔 꽤 많은 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 멀리 한 칸짜리 디젤동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비록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오래 전에 봤던 영화의 장면들과 분위기를 떠올리고, 또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답니다.
더군다나 제가 좋아하는 '철도'와 '눈'이 이렇게 환상적인 조합을!^^;;;
이곳에 있는 내내 정말 감성에 젖어 있다 왔어요.
이렇게 다음블로그 "역(驛)", 2013년 2월의 "역(驛)" 일본 네무로본선 이쿠토라역 포스트를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0^
이번 달에도 항상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이쿠토라역 주변 철도 노선도]
[이쿠토라역 주변 지도]
+ 이쿠토라역 운영 회사 및 주소 +
- 운영 회사 : JR 홋카이도 여객 철도
- 주소 : [일본] 北海道空知君南富良野町字幾寅 (홋카이도 소라치군 미나미후라노정 아자 이쿠토라)
+ 이쿠토라역과 같은 노선의 근처 역들 +
(한국어) 네무로본선 : 다키카와 방면 ←---[가나야마]---[히가시시카고에]---[[이쿠토라]]---[오치아이]---[신토쿠]---→ 네무로 방면
(일본어) 根室本線 : 滝川方面 ←---[金山]---[東鹿越]---[[幾寅]]---[落合]---[新得]---→ 根室方面
2013. 2. 2.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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