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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이스라엘 여행기 [6편] 성지들 '시온 산' - 다윗 왕 무덤, 최후의 만찬 기념 성전(마가의 다락방), 성모 마리아 영면 교회 [둘째날(2013.10.14)]동부역사(외국여행)/13년 이스라엘 2014. 7. 12. 13:18
(이스라엘 / Israel)
이 포스트에서 다룰 여행지 '올드 시티'와 '시온 산'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2단계/여행자제(황색경보)'입니다. (2014. 7. 11. 기준)
외교부에서는 이 블로그의 입장과는 달리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 강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도 이스라엘 여행경보 단계 내부에 포함시켜 안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지정한 이스라엘의 공식적 여행 경보 단계는 가자 지구와 가자 지구로부터 반경 40km 이내의 지역에 대해 '3단계/철수권고(적색경보)'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외의 나머지 지역(요르단 강 서안 지구 포함)은 '2단계/여행자제(황색경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최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유대인 학생 피살 사건 이후 양측의 보복 공격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의 치안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으며, 사상자도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현재 '철수권고'에 해당하는 '적색경보' 단계로 지정되어 있는 가자 지구 및 가자 지구로부터 반경 40km 이내의 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향해 로켓포 공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스라엘 방위군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 지구 내에서는 다수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전면전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루살렘이나 이스라엘 영토, 팔레스타인 요르단 강 서안 지구의 경우 가자 지구 인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평온한 상태이지만, 평소보다는 혼란스럽고 곳곳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 외교부에서는 3단계로 지정된 가자 지구 및 가자 지구 반경 40km 지역 외의, 2단계 경보 지정 지역을 여행할 때도 각별히 유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특히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 위치한 나블루스, 헤브론, 제닌에 대해서는 여행 제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한 올드 시티, 올리브 산 등 예루살렘 시내 아랍인 밀집거주지역을 여행할 때도 각별히 유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여행을 계획하고 계실 경우 여행의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여행 중에는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비상 상황 발생시 외교부가 제시한 안전수칙을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
제가 여행할 당시(2013. 10. 13) 예루살렘 '올드 시티'와 '시온 산'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2단계/여행자제(황색경보)'였습니다.
여행경보 단계는 현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요. 서안 지구를 실질 통치하고 있는 온건 성향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유대인 학생들의 납치 및 피살의 책임을 하마스 정부에 돌리면서 하마스 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이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이스라엘 정부도 동시에 비판하며 강경파인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 정부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될 지 정말 걱정입니다.
처음에 유대인 학생들이 납치되어 피살된 것은 엄연히 범죄 행위이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걸 법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죄도 없는 아무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살해한 유대인 극우 세력들과 이를 국가적 규모로 키워 전쟁 위기까지 몰고 온 이스라엘 정부 및 하마스 정부는 더더욱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식 재판 절차를 거치면 이런 사태까지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벌써 민간인 사상자가 너무 많이 발생했습니다. 사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이 서로 공격하는 모양새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스라엘 측에서는 오늘 첫 부상자가 나왔을만큼 하마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고 피해도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반면,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민간인 거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마구 공습해 너무나 많은 팔레스타인인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언제쯤 팔레스타인 지역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지...
사실 그래서 즐거워야 할 여행기를, 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여행기를 쓰려고 보니 마음도 매우 불편하고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갑자기 그만둘 수는 없으니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이스라엘 여행기 이어나가겠습니다.
저희 일행은 히스기야 터널 및 다윗 성 국립공원 구경을 마친 뒤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예루살렘 성벽 안 올드 시티로 들어갔습니다.
올드 시티 중심부에는 깔끔하게 잘 정리된 골목길들과 작은 광장들이 있는 지역이 있는데요, 이 지역에는 상점들도 많고 식당들도 많답니다. 저희는 뭘 먹을까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리 제가 그 때 당시 지내고 있던 요르단 바로 옆 나라고 같은 중동 국가라고 해도 이스라엘만의 뭔가 특이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아! 물론 예루살렘 올드 시티는 이스라엘의 공식적 영토는 아니고 불법점령지이지만요...) 이리저리 돌아다녀보았는데, 결국 거의 모든 식당이 서양식 레스토랑이거나 수제 햄버거를 파는 가게, 아니면 요르단에서 보던 아랍 음식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음식들을 파는 식당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저희는 그래도 중동 국가니까 중동 음식을 먹자!(요르단에서도 매일 먹지만요.ㅋㅋ)라고 결정해서 '샤와르마 바(Shawarma Bar)'라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샤와르마'라는 것은 중동 지역 음식인데요, 얇은 밀가루 빵 위에 고기, 야채, 소스 등을 올려놓고 돌돌 말아 만든 음식입니다. 어찌 보면 케밥 비슷한 음식 같기도 하고요, 또 얼핏 보면 우리나라의 메밀 전병 비슷하게 생기기도 했는데, 빵이 조금 더 쫄깃쫄깃하고요, 케밥보다는 훨씬 헐렁헐렁하게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돌돌 만 다음 우리 나라 메밀 전병처럼 똑똑똑 짤라서 한 조각 씩 먹는다는 것이 케밥과는 다릅니다.
제가 요르단에 있을 때 꽤 자주 먹던 음식이에요.ㅎㅎ 근데 '샤와르마 바'에서는 사실 가게 이름은 샤와르마였지만 저희는 팔라펠과 아랍식 샐러드를 먹었습니다. 저는 팔라펠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예전에 요르단 마다바 여행기 중 '성 조지 그리스 정교회 성당' 편에서 '팔라펠 샌드위치'라는 음식을 잠깐 소개해 드렸는데, 그 팔라펠이 바로 이 팔라펠이랍니다. 다시 한 번 설명해 드리자면, 병아리콩(Chick Bean)을 갈아서 동그랗게 반죽한 다음 올리브유에 튀겨낸 음식이 바로 팔라펠인데요, 그 특유의 맛이 정말 감동적이랍니다...ㅠ.ㅜ 고기가 없이 콩만 갈아서 반죽해 튀겨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은 튀김을 좋아하는 정말 저에게 있어서는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어요. 어쨌든 그래서 요르단에서도 팔라펠을 참 많이 먹으며 살고 있었는데, 예루살렘에 와서도 결국 팔라펠을 먹었답니다.^^ 역시 어디서 먹어도 팔라펠은 그저 맛있더라고요. 근데 너무 맛있게 먹느라 사진을 못 찍어서..ㅠ.ㅜ
그렇게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해결한 후, 저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다시 올드 시티 내부의 복잡한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올드 시티 골목길의 벽에는 정말 낙서가 많았는데요, 이 벽에는 유대교를 상징하는 '다윗의 별(육각별)' 그림도 그려져 있고, 히브리어로 무엇인가 낙서가 되어 있기도 하고, 또 아랍어로 된 낙서도 섞여 있고, 아래에는 누가 흰색 스프레이로 이슬람교 최후의 예언자인 '무함마드(محمد)'의 이름을 아랍어로 써 놓았네요.
올드 시티 내의 시장 골목들도 다시 지나가게 되었는데요, 그 중 유대인들이 머리에 쓰는 작은 원형 모자인 '키파'를 파는 가게도 많았고, 또 스카프를 파는 가게도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지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분명히 아랍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인데 키파를 팔고 있는 가게도 많았고, 한 가게에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상징물을 모두 팔고 있는 상점도 있었답니다. 결국은 종교적 신념보다는 돈인 건가요...ㅠ.ㅜ 어쨌든 저도 키파와 스카프를 하나씩 샀는데, 키파는 가장 기본적인 모양(하얀 색에 파란색 원과 한가운데 파란색 다윗의 별이 수놓인 모양)을 10셰켈(한화 약 3,000원)을 주고 샀고요, 스카프는 아랍인 가게에서 샀는데, 엄마께 하나 사 드리고 싶어서 이것저것 고르다가 결국은 보라색을 골랐답니다. 가게 주인의 말에 따르면 모두 100% 캐시미어라는데 믿거나 말거나...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 자리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ㅠ.ㅜ 그런데 가격을 물어보니 무려 180셰켈(한화 약 54,000원)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비싸다고 젊은 아랍인 가게 주인을 붙잡고 징징댔더니 자기가 가격을 맘대로 깎으면 아버지한테 혼난다며 깎아주기 힘들다는 거예요. 그래도 저희는 일단 비싸게 부르고 보는 아랍인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게 비싸다!', '그냥 안 사고 갈 거임' 등의 협박 멘트를 날렸죠. 그랬더니 어느새 가격이 100셰켈(한화 약 30,000원)으로 내려가더라고요. 솔직히 이것도 너무 비싸다 싶긴 했는데 '100% 캐시미어'와 '나 아빠한테 혼나.ㅠ.ㅜ'를 너무 강조하는 탓에 마음이 약해져 결국 100셰켈에 합의를 보고 스카프를 샀습니다. 사 놓고도 찜찜한 이 기분은 근데 뭐지.ㅠ.ㅜ
어쨌든 그렇게 걷다가 예루살렘 성벽의 문 중 하나인 '시온 문'에 도착했습니다. 시온 문을 나가면 바로 '시온 산'이 있는데요, 시온 산에도 여러 가지 사연이 많은 여행지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목적지를 '시온 산'으로 정하고 이곳까지 걸어 온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시온 산에 무언가 많기는 많은지 시온 문을 통해 시온 산으로 나가는 여행객들과 성지순례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드디어 시온 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위의 사진은 예루살렘 성벽 바깥에서 바라 본 시온 문의 모습인데요, 문이 이상하게 우툴두툴하죠? 사실 시온 문이 저렇게 된 데는 아픈 사연이 있는데요, 저 지저분한 자국들은 모두 총탄 자국입니다. 중동 전쟁 당시 예루살렘 지역에서도 격전이 벌어졌었는데, 그 때 맞은 총탄 자국이라고 해요. 보수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어 지금들도 사람들이 전쟁의 참상을 기억할 수 있게 해 주더라고요. 이걸 그대로 남겨 놓기로 결정했을 때 이스라엘 정부가 의도한 바가 무엇이든간에 말이죠. 여행 중 같은 것을 보더라도 어떻게 느끼고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느냐는 전적으로 여행자의 몫이니까요.
근데 저희가 막상 시온 문 밖으로 나오기는 했는데, 산 같은 건 보이지도 않고 안내판도 잘 못 찾아서 주차장에서 마주친 한국인 분들에게 시온 산이 어디있는지 여쭤보았답니다. 그 분들이 손가락으로 코 앞의 언덕(? 언덕도 아니었는데...)을 가리키면서 '저기가 시온 산이에요~'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어떻게 예루살렘을 여행하게 되셨는지 여쭤보았는데 무려 '신혼여행'을 오셨다는 거예요. 와우! 신혼여행으로 이스라엘을!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아마도 두 분 다 어떤 종교를 믿고 계시고 그런 의미로 성지 순례 겸 신혼여행을 오셨나 보다...'하고 추측을 해 봤습니다. 어쨌든 그 분들하고는 서로 행복하고 안전한 여행이 되길 빌어주며 헤어졌고요, 그 분이 알려주신 방향으로 조금만 가니까 바로 커다란 교회들고 여러 건물들, 그리고 엄청난 인파가 나타났습니다.
조금 더 골목길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선 건 멋지게 생긴 성당이었는데요, 이 성당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이 성당 앞에서 기념 사진을 한 방 찍고 나서 보니 이 성당을 가운데 두고 왼쪽이랑 오른쪽으로 길이 나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쪽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왼쪽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서 조금 더 걷다 보니 갑자기 어디선가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그래서 그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따라가봤더니,
어떤 남자분이 핸드팬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계셨어요. 이 악기 혹시 텔레비전에서 보신 적 있나요? 몇 년 전에 SBS 스타킹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이 악기를 다룰 줄 아시는 분이 나오셔서 환상적인 연주를 들려주셨는데, 예루살렘에서 이 악기 소리를 직접 듣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드느라 전 세계에서 주문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완전 조금씩 밖에 못 만든다고 하던데... 어쨌거나 소리가 정말 신비롭죠?
이 남자분이 계신 곳 바로 옆에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유난히 사람들이 거길 많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들어갔다 나왔다 하길래 뭐지? 하고 봤더니 그 건물 1층이 바로 고대 이스라엘 왕국 다윗 왕의 무덤이었어요. 유대인들은 다윗 왕을 정말 중요한 인물로 여겨서 그런지 무덤을 꽤 크게 꾸며 놓았더라고요. 유대인들에게는 통곡의 벽 버금가는 아주 중요한 성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곳은 사실 다윗 왕의 무덤이 아니라고 해요. 현재 다윗 왕의 무덤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제가 지난 번에 이야기해 드렸던 다윗 성 내부에 위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유대인들은 여기 다윗 왕 (가)묘를 매우 신성하게 여기고 있고요, 통곡의 벽과 마찬가지로 여성과 남성의 공간이 입구부터 분리되어 있습니다. 일행 중 저 혼자 남자였기 때문에 남성용 출입구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유대교 정통 복장을 하신 분이 다가오셔서 저의 국적을 물어보시더니 제 머리에 손을 얹고 히브리어로 기도를 해 주시더라고요. 어쩌죠 저는 이미 종교가 있는데..ㅠ.ㅜ(천주교).. 뭐 그래도 (히브리어라 하나도 못 알아듣긴 했지만),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기도를 하시는데 좋은 내용이겠죠? 설마 머리에 손 얹고 '메롱ㅋㅋ 바보ㅎㅎ 멍청아 멍청아 멍청아 이히히' 뭐 이런 말을 했을리는 없잖아요. 그리고 기도 직후에는 다비드의 관(?)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그래서 'Thank you!'하는데 손을 내밀더라고요... 돈을 달라고.ㅠ.ㅜ 아하! 어쩐지 지나치게 친절을 베푼다 싶었는데... 돈 받으려고 기도 해 주신 거였다니 살짝 실망이네요 유대인 아저씨... 그래도 그 태도만큼은 매우 진지했으므로 인정합니다. 돈을 많이 달라고도 안 하셨어요. 우리 나라 돈으로 1,000원도 안 되는 돈이었던 것 같은데... 그냥 입장료 냈다 쳤습니다.
여기서 잠깐 작년 1학기 때 히브리어 배워서 히브리 문자 읽을 줄 아는 거 깨알 자랑하고 지나가자면요, 위의 사진에서 입구 위쪽에 크게 붙어 있는 단어 중 왼쪽 단어(דוד)가 바로 'David'입니다. 사실 그냥 보면 'DVD(오잉!)'이라고 자음만 쓰여져 있는데요, 아랍어, 히브리어와 같은 셈어 계통 언어 문자들의 특징은 일상적으로 쓸 땐 모음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아랍어도 마찬가지로 자음만 나열해 놓고 알아서 읽는 식이거든요.(맘대로 읽는 건 아니고 읽는 법은 물론 다 정해져 있습니다) - 결론 : 히브리 문자 읽을 줄 안다고 자랑이 하고 싶었습니다.ㅠ.ㅜ
다윗 왕의 무덤에서 나와서 이번엔 그 건물 2층으로 올라가려고 보니 웬 여성분이 길에 앉아서 하프(?) 연주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이 분은 옷차림도 조금 신비로운 느낌이었고, 연주하는 소리도 역시나 신비로워서 또 한참을 홀린 듯 보고 있었답니다.
다윗 왕 무덤이 있는 건물 바로 2층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재미있게도 바로 예수가 12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졌던 장소인 '최후의 만찬 기념성전(개신교에서는 '마가의 다락방')'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최후의 만찬'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장소도 바로 이 위치이죠. 바로 이 장소가 아닌 이유는 이 곳도 세월이 흐르면서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고, 모습도 많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건물은 기원전부터 존재하고 있던 건물이 맞지만, 중간에 페르시아의 침입으로 거의 파괴되었습니다. 그 후 12세기 경에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했던 시절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속 최후의 만찬 기념 성전과 현재 최후의 만찬 기념 성전의 실내 모습이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건물이 복원되던 시기에 같은 건물 1층에는 방금 둘러본 다윗 왕의 무덤(가묘)가 위치하게 되었고, 따라서 이 건물은 1층은 유대교 성지, 2층은 기독교 성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이 지역을 통치하게 되면서 최후의 만찬 기념 성전은 이슬람교의 수도원이 되었고, 이슬람교에서는 마가의 다락방을 이슬람교의 성지로 삼기에 이릅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어느 종교의 장소도 아닌 애매한 장소가 되었죠.
이런 상황이다보니 현재는 최후의 만찬 기념 성전은 특정 종교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이스라엘 법으로 정해져 있고, 당연히 특정 종교 의식을 최후의 만찬 기념 성전 안에서 진행하는 것은 종교 간의 공존 상태를 깨뜨리는 행위로 봐서 이스라엘 정부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봄 프란치스코 교황이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최후의 만찬 기념 성전에서 미사를 진행하기로 예정했다가 이슬람교와 유대교 신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었죠. 하지만 결국 미사를 강행했었고요. 세 종교가 서로 얽혀 있는 곳이다보니, 도시 곳곳에 두, 세 종교가 함께 성지라고 주장하는 지역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지난 번에 소개해드렸던 통곡의 벽과 성전산도 그랬었고요. 사실 최후의 만찬 기념 성전 같은 경우에는 기독교에서 워낙 중요한 장소이다보니, 교황청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거래를 해서 기독교의 공간으로 만드려는 시도도 있었는데요, 유대인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실외는 그래도 괜찮은데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실내에서 조금만 어두워져도 사진이 너무 지저분하게 나오네요.ㅠ.ㅜ)
이것은 올리브 나무와, 포도나무, 밀을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것인데요, 예수의 성체와 성혈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성당에 가면 영성체를 할 때 '성체'라고 불리는 밀가루 빵이 '예수님의 몸'을 상징하고, 붉은 포도주가 '예수님의 피'를 상징하잖아요.^^
최후의 만찬 기념 성전(마가의 다락방)은 기독교인들에게 정말 소중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지만, 한 때 이슬람 사원으로도 쓰였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답니다. 윗 사진에 보시면 가운데 부분에 아랍어 서예가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검은 바탕에 흰 글씨요.^^ 저기에는 아랍어로 'بسم الله الرحمن الرحيم'라고 쓰여 있는데요, '자비롭고 자애로운 하나님의 이름으로'라는 뜻이랍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의 가장 첫 구절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고요.
으악 실내는 좁은데 점점 사람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밖으로 나왔고, 건물 옆에 앉아서 조금 쉬다가 다음 목적지인 성모 마리아 영면 교회로 향했습니다.
성모 마리아 영면 교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천주교회)인데요, 1901년에 건설되어서 예루살렘에 있는 유명한 건물 치고는 별로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천주교)에서는 현재 성모 마리아 영면 교회가 있는 자리에서 성모 마리아가 영원히 잠들었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자리에 독일 베네딕트 수도회 주도로 성모 마리아 영면 기념 성당이 세워지게 된 것입니다. 독일 사람들이 세운 성당이라 그런지 독일의 아헨 대성당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성당 천장은 돔 형으로 되어 있었고, 벽면 이곳저곳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자이크 그림들이 있었는데요,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답니다! 중동 지역 교회들은 모자이크 장식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요르단 마다바에서도 그랬었고요. 그나저나 사람들이 예쁘게 앉아서 한 사제분의 말씀을 듣고 있네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 안에 실물 크기의 영면하는 성모 마리아상이 있다고 나중에 들었는데, 이 때는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그냥 급하게 둘러보고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여러모로 예루살렘과 그 근처 지역은 꼭 다시 한 번(그 때는 혼자!) 가 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이에요. 6명이 같이 가다보니 재미있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은 많았지만, 꼭 가 보고 싶었던 곳 자세히 둘러보고 싶었던 곳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거든요. 그리고 그 때는 요르단에서 지낸지 얼마 안 되어서 방 안에 인터넷도 설치 못하고 전적으로 핫스팟을 켜서 휴대폰 데이터에만 의지하다보니 너무 돈이 많이 들어서 인터넷도 펑펑 못 쓸 때였어요. 그러다보니 사전 조사를 거의 못하고 갔더니 제대로 못 본 부분이 많답니다.
이번에 여행기를 쓰면서 시온 산에 대해 찾아보니 볼 것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 때는 전혀 몰랐는데 말이예요. 그런데 일단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이 좀 정세가 안정되어야할텐데... 더 이상 죄없는 민간인들의 희생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서로 평화롭게 즐겁게 잘 지낼수도 있는 거잖아요. 둘이 전쟁을 하고 공격을 해서 얻는 게 뭔가요? 잃는 건 너무나도 많은데 얻는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부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특히 하마스)가 1993년처럼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온건적 성향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조금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전쟁, 특히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하고 이 점에 있어서는 가자 지구를 무차별 폭격하는 이스라엘을 정말 '비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하마스 역시도 실현 불가능한 이스라엘 완전 소멸과 같은 극단적 목표에 집착하기 보다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는 걸까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소멸하겠다는 목표로 이스라엘 땅에 맞지도 않는 로켓포를 몇 발 쏘면 무자비한 이스라엘 방위군이 가자 지구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인데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To Be Continued...
2014. 7. 12. 경춘선통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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